[문화산책] 대구연극의 접근성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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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1 08:57  |  수정 2020-09-09 15:01  |  발행일 2019-10-11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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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고 글을 쓸 때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어떤 작품을 볼지 결정하는 것이다. 공연 일정을 확인할 때는 개인적으로 가장 익숙한 ‘월간 대구문화’를 활용한다. 출판되는 잡지이기에 신뢰도가 높고, 장르별로 정해진 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가끔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활용하기도 한다. 주 단위로 공지되기 때문에 최신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장르별로 구별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 이런 매체들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아날로그 방식에 가깝다. 거리에 붙은 포스터를 보거나 지인들의 소개로 공연 일정을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극은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는 예술이다. 따라서 특정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러니 연극 공연의 성공은 홍보에 따른 접근성과 관련이 있다. 앞서 보았듯이 몇몇 매체가 대구연극의 일정을 제공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객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로에 있는 티켓박스가 인기를 끌었다. 한눈에 공연 일정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연 할인 정보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할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팔로어가 적고, 활동도 2015년에서 멈춘 상태다.

최근 티켓박스와 유사한 곳이 대명동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명동 소극장을 찾을 때 마주치게 되는 ‘대명공연예술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그 정체를 궁금해 하던 차에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이곳에서 공연 정보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이런 공간을 뒤늦게 알게 된 책임은 필자에게 있다. 그러나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조차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니 다른 관객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명공연예술센터’라는 멋진 간판이 있기는 하지만 안내가 없으니 관객들이 그곳에 쉽게 들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극인을 위한 공간인지 관객을 위한 공간인지조차 알기가 쉽지 않다. 운영시간도 연극 공연과 맞지 않다. 공휴일을 빼고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운영이 되는데 그 휴일에도 연극 공연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접근성이 용이한 서울 대학로의 ‘서울연극센터’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새로 문을 여는 소극장들이 많아졌다. 다양한 지원 사업이 빛을 본 결과라고 하겠다. 하지만 정작 관객의 입장에서 그 소극장에서 어떤 공연이 상연되고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콘텐츠를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니 관객에게 쉽게 공연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소극장을 찾을 때 진정 지원사업이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승현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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