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텔 잇 투 더 비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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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1   |  발행일 2019-11-01 제42면   |  수정 2019-11-01
감각적 미장센으로 그린 두 여성의 애틋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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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스코틀랜드의 한 시골 마을.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 리디아(홀리데이 그레인저)는 아들 찰리(그레고르 셀커크)와 함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밀린 집세를 해결하지 못해 당장 거리에 나앉을 처지인 그녀는 최근 직장에서도 해고됐다. 그녀가 찰리를 통해 여의사 진(안나 파킨)을 우연히 만난다. 과거의 아픈 상처로 고향을 찾는 게 두려웠던 진은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얼마 전 이곳에 정착했다. 진은 곤경에 처한 리디아를 위해 자신의 집에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진이 키우는 벌들은 찰리의 비밀을 들어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형언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 리디아와 진.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을에 퍼지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아들과 힘겨운 삶 살고있는 싱글맘 리디아
우연히 만난 여의사와 살며 性 정체성 변화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드는 건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피오나 쇼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텔 잇 투 더 비즈’ 역시 두 여인의 호기심 어린 감정을 편견과 차별 속,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의 슬픈 자화상으로 담아낸다. “누군가 나를 알 만큼 (한 마을에) 오래 머문 적이 없다”는 진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늘 스스로를 경계하는 진은 자신을 향해 감정을 숨기지 않는 리디아가 부담스럽다.

바로 그러한 1950년대의 통념이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되는 가장 큰 장벽이다. 영화는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주목한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성적 지향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또 지켜내는 과정이다. 조심스러운 탐색의 시간을 거쳐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당시 스코틀랜드 사회의 풍경과 집단주의, 가족간의 관계나 서민들의 생활 등을 세세히 보여준다. 그 한 축에서 소년 찰리와 꿀벌로 대변되는 자연과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텔 잇 투 더 비즈’는 그렇게 1950년대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모든 이가 한번쯤 느껴봄직한 보편타당한 순간들을 재현한다. 연출을 맡은 아나벨 얀켈 감독은 “이 영화는 특별히 성별에 근거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두 여성의 관계, 다른 계급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감각적인 미장센과 배우들의 열연이 제대로 어우러진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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