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류’…국내 배우·감독들 해외로 영역 확장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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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4 08:29  |  수정 2019-11-04 09:07  |  발행일 2019-11-0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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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강동원·한효주·박찬욱 감독·봉준호 감독.(사진 왼쪽부터)

국내 영화인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목할 건 합작영화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왔던 과거의 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휠씬 다채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스태프들까지 활용해 리메이크작이 아닌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도전하는 감독들이 생겨났고, 주연급으로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있는 배우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국내 영화인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마동석 마블영화에 첫 주연 맡아
전종서·한효주·강동원도 캐스팅
감독들 美 이어 中·日서 메가폰
주요 영화 스태프까지 해외진출

◆외연 확장을 꾀하는 국내 배우들

할리우드 영화에서 국내 배우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게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들의 해외 진출 역사를 살펴보면, 1998년 ‘아메리칸 드래곤’에 출연한 박중훈을 그 첫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서의 열연으로 조너선 드미 감독의 눈에 띈 그는 2002년 ‘찰리의 진실’에 연달아 캐스팅되며 한국 배우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했다.

김윤진은 미국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두각을 나타낸 한국 배우 1호다. 미국 LA에서 태어나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그는 인기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주요 등장인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누렸다. 미국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조연급에 머물렀던 동양인 배우의 역할에 대한 선입견을 깬 데에는 김윤진의 역할이 컸다. 가수 ‘비’(정지훈)는 워쇼스키 자매의 신작 ‘스피드 레이서’(2008)와 ‘닌자어쌔신’(2009)에 캐스팅돼 액션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해외에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건 배두나와 이병헌이다. 배두나는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와 ‘주피터 어센딩’(2015)에 캐스팅돼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였고,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과 ‘킹덤’을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병헌의 행보도 독보적이다. 그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2008), ‘지아이조 1· 2’(2009, 2013) 등 총 8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매 작품 개성 있는 모습을 펼쳤다.

그 바통은 최근 마동석으로 이어졌다. 마동석은 영화 ‘이터널스’에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마블 스튜디오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터널스’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불사의 종족 이터널스가 빌런 데비안츠와 맞서 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동석은 주연진 10명 중 한 명인 길가메시 역을 맡는다. 길가메시는 본디 동양인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마블 스튜디오가 캐릭터 설정까지 바꾸며 그를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실베스터 스탤론과 ‘악인전’의 미국 리메이크 공동 프로듀서도 맡는다.

배우 전종서는 ‘버닝’에서 그를 눈여겨본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비범하면서도 위험한 힘을 지닌 소녀가 정신병원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모나 리자 앤 더 블러드문’의 여주인공 역이다. 강동원은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인 ‘쓰나미 LA’에 한인 서퍼로 캐스팅됐다.

한효주도 ‘본’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인 드라마 ‘트레드스톤’에 출연한다.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비밀 조직 기관 트레드스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한효주는 북한에 살고 있는 여인 소윤을 연기한다. 7명의 중심 캐릭터 중 한 명으로, 감춰진 과거가 드러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서는 인물이다. 이종혁이 주요 배역으로 함께 출연한다. 이하늬는 지난해 미국 최대 에이전시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과 전속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감독들, 미국·중국·일본에서 활약

국내 감독들 역시 지난 10여 년간 북미와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그 중 2013년은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만한데, 당시 박찬욱(스토커), 김지운(라스트 스탠드), 봉준호 감독(설국열차)이 동시에 해외로 진출해 화제가 됐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세 감독의 진출과 도전은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 시스템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영화를 만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지 영화 제작사에 고용된 박찬욱, 김지운 감독은 오랜 영화 파트너인 정정훈, 김지용 촬영감독과 함께 ‘스토커’와 ‘라스트 스탠드’를 찍었다. 촬영 스태프까지 제작의 범주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 감독은 전통적인 극장 배급에 얽매이지 않는 해외 진출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2017년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었으나 배급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웠던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와 박찬욱 감독의 ‘BBC One’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김지운 감독이 카날 플러스와 함께 제작하는 4부작 드라마 ‘클라우스 47’ 등이 그 예다.

지금까지 한국 감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나라는 중국이다. 이곳에서 성공을 거둔 감독들의 경우, 한국의 콘텐츠를 현지 시장에 맞게 변용하고, 로컬 제작시스템을 활용해 영화로 제작하는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2013)은 한중 합작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약 337억)을 거뒀다.

일본의 경우에는 저예산 및 독립영화 분야의 공동제작을 시도한 감독들이 눈에 띈다. ‘대관람차’(2018)의 백재호 감독, ‘나비잠’(2018)의 정재은 감독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갈수록 진보하고 있는 한국영화 제작 기술에 힘입어, 국내 주요 영화 스태프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영화인들의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해선 낯선 문화권에서의 적응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현지 베테랑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며 “배우들의 경우, 언어 습득에 대한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해외 작품 계약 과정에서의 법적 절차에 대한 사전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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