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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신의 한 수:귀수편’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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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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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代 중반에 만난 ‘귀수’는 내인생 신의 한수…연기적으로 터닝포인트 작품”

“세상은 둘 중 하나야. 놀이터가 되든가, 생지옥이 되든가.” 뛰어난 안목으로 귀수의 자질을 알아챈 허일도(김성균)는 치열하고 냉혹한 바둑의 세계를 그에게 뼈저리게 일깨워준다. ‘귀신 같은 수를 두는 자’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귀수’. 바둑으로 가족을 잃고 이제 유일한 버팀목이던 허일도마저 잃게 되자 그는 세상을 향한 복수를 다짐한다. 2014년 작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 ‘신의 한 수: 귀수편’(이하 귀수)은 귀수라는 또 다른 히어로의 탄생기다. 떠돌이 내기바둑꾼이던 그는 누이와 스승의 죽음을 계기로 각성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과 피를 부르는 맞대결을 펼친다. 늘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던 권상우가 신체적 능력은 물론 월등한 정신력을 지닌 귀수를 연기했다. “40대 중반 나이에 이 작품을 만난 건 그 점에서 내 인생의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한 그는 “화제작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보다 큰 도전의 기회가 주어진 게 더 기뻤다”고 말했다. 만화적 상상력과 리듬감을 담아 전작과 차별화를 꾀한 이 영화에서 권상우는 감탄을 자아내는 탄탄한 신체와 함께 현란한 액션을 유감없이 펼친다. 대사보다는 몸짓과 표정만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정이지만 맞춤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귀수’로 또 한 차례 도약할 권상우의 이후 행보가 새삼 궁금해진다.


현란한 액션과 월등한 정신력 가진 캐릭터
시사회 후 나도 모르게 감독님 꼭 안아드려

원작 웹툰 속 천장 매달려 바둑 두는 장면
이렇게 잘 구현 할 수 있을까 정도로 만족

틈틈이 바둑 공부…기보 외워 철저히 임해
평소 몸 관리…캐릭터 맞게 3개월 집중조절

제 역할 훌륭히 해준 배우들 모두가 주인공
웃지 않고 감정 유지하며 가는 것 쉽지 않아

해외 진출보다 한국영화 배우의 길 더 중요
연기에 여전히 목말라…다양한 장르 욕심



▶시사회 후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결과물에 꽤나 만족한 듯 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감독님을 꽉 안았다. 잘 만들어준 게 너무 고마웠다. 솔직히 촬영하기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감독님의 열정과 애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건 촬영에 앞서 내게 시나리오와 레퍼런스 영상 8분짜리를 같이 보내주셨는데, ‘귀수’와 비슷한 톤의 할리우드 영화 몇 백 편을 짜집기한 영상이었다. 그 정성에 놀랐다. 그 영상을 보면 ‘귀수’가 어떤 영화일 것이라는 걸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주관과 결단력이 대단했는데 매 신을 머릿속에 정리해 놓은 상태로 촬영에 임하는 것 같았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무한 신뢰를 얻었다.”

▶대사보다는 주로 몸짓과 표정만으로 캐릭터를 설명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재밌는 대사와 애드리브를 종종 날리면서 연기하는 게 배우입장에선 당연히 재미가 있다. 그런데 귀수는 그런 걸 일체 배제한 인물이다.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닌지 강박이 생길 정도였다. 고민이 되더라. 매 신을 그렇게 고민의 과정을 거치며 임했는데 결국 황사범(정인겸)과의 마지막 대국신을 찍을 때 그간의 긴장과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귀수가 이제껏 쌓아왔던 뭔가를 한 번에 표출하는 신이라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신을 찍는 날 아침에 독감이 심하게 걸렸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핑 돌았다. 웬만한 건 아파도 견뎌내는 스타일인데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 주사와 링거를 맞고 현장에 왔는데도 오한이 너무 심하게 왔다. 그 때의 내 컨디션이 극중 귀수의 컨디션과 제대로 맞아 떨어진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귀수’는 판타지와 만화적 색채가 강한 편이다.

“원작 웹툰을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혼자 바둑을 두는 귀수의 모습이었다. 그 한 컷만 보면 그냥 만화였다. 실사로 이 장면이 제대로 구현되면 ‘귀수’는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원작은 영화보다 더 허무맹랑하다. 어떤 감독님에게 던져주더라도 이렇게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큰 작품이다.”

▶원래 바둑을 즐기는 편인가.

“이전까지 바둑은 전혀 몰랐다. 나와 같은 배우 몇몇은 프로기사에게 틈틈이 바둑을 배웠고, 그 덕에 이제 바둑을 즐길 정도는 된다. 영화에 많은 대국장면이 등장하는데 모두 프로기사의 지도하에 완성된 제대로 된 기보다. 화면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컷들이라 아무렇게 돌을 놓아도 될 것 같았지만 모두 기보를 외워 철저하고 정확하게 임했다. 사실 기보도 중요했지만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바둑을 놓는 자세도 중요했다. 바둑이 워낙 집중을 요하는 종목이라 실제처럼 바둑판에서 눈을 못 떼고 촬영을 했다.”

▶당신의 잘 다듬어진 근육질 몸매는 배우 권상우의 건재함을 말해주는 것 같다.

“운동은 평소에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에 힘든 건 없었다. 다만 영화가 요구하는 몸이 있기 때문에 개인 트레이너에게 특별한 훈련을 주문했고, 촬영 3개월 전부터 귀수 캐릭터에 맞는 몸을 만들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음식 조절을 병행했는데, 산사에서 촬영하는 거의 이틀 동안은 물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물을 안 먹으면 살 가죽 수분이 빠져나가서 ‘데피니션’(몸의 체지방률을 낮추어 근육의 형태가 또렷하게 나타난 상태)이 좋아진다. 단기간에 완성된 근육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종종 애용되는 체중 조절 방식이다.”

▶배우들의 조합이 좋다.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솔직히 주·조연 구분없이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면 자기가 제일 돋보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귀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잘 나와서 좋았다. 우선 김성균(허일도 역) 배우와는 첫 호흡이다. 다양한 연령대는 물론이고, 장르도 코미디부터 누아르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는 그를 보면서 되게 인상깊었다. 현장에서도 되게 싹싹하고 호감형이다. 김희원(똥선생) 선배는 워낙 잘하시니까 항상 믿음이 간다. 의외로 형님이 나처럼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촬영 후에는 주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다. 허성태(부산잡초)는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 출연했는데 에너지가 많고 본능적인 친구다. 보기와는 달리 순진하고 쑥스러움을 많이 탄다. 이들 외에도 출연한 모든 배우가 제 역할을 다해준 덕분에 영화가 빛날 수 있었다.”

▶감독은 귀수를 ‘야인’같다고 표현했는데.

“감독님의 말처럼 귀수가 멋있어 보이는 외모와 설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애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의 잘생김도 이번 작품에선 스킵했다.(웃음) 그보다는 별다른 대사없이 감정을 유지하고 이를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감독님은 어디를 쳐다보든, 어디에 앉아 있든 항상 죽은 누이를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귀수’는 자살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누이의 복수로 시작된 여정이다. 그래서 그는 웃지 않는다. 그 감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비록 귀수의 삶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 내가 살아온 삶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동떨어진 감정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감정을 이입했다.”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에 비견되는 액션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깊었던 액션신을 꼽는다면.

“솔직히 그 친구보다 내가 액션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웃음) 극중 액션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는데 우선 화장실 액션은 어둠 속에서 펼치는 보기 드문 액션이라 긴장감이 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신경을 쓴 건 귀수의 첫 액션인 골목신 장면이다. 과거의 어린 귀수는 그 골목에서 많은 공포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성인이 된 그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골목을 첫 번째 복수의 장소로 선택한다. 당시 홍기준 배우와 합을 맞췄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와 그를 진짜 때린 적이 있었다.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내색을 안하고 오히려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고마웠다.”

▶배우 권상우에게 있어 ‘신의 한 수’가 있다면 뭘까.

“이 영화를 찍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지난해 촬영을 하면서 가장 기대를 했던 작품이 ‘귀수’였다.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넷이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귀수’같은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했다. 그만큼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배우로서 확장성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기대감이 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같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할리우드 진출 기회도 있었다. 그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가.

“지금 생각하면 즐거운 경험담이긴 한데 할리우드 영화 ‘그린 호넷’에 실제로 캐스팅됐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자본이 들어오면서 나 대신 주걸륜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솔직히 해외 진출에 대한 목표는 없다. 그보다는 한국에서 좋은 영화를 찍고 좋은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궁극적인 목표다.”

▶제작자로서의 꿈은 진행형인가.

“그렇다. 예전 입봉하신 감독님 두 분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게 있다. 드라마 제작도 하고 싶어 신인작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놓은 대본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배우로서의 활동과 역량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잠시 미뤄둔 상태다. 그래도 내년에는 무조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싶다.”

▶스스로 배우 권상우에게 지금은 어떤 시기라고 말할 수 있나.

“데뷔 이래 에너지와 의욕은 제일 높은 것 같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에 목말라있다. 지금도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서 연기하고 싶다. 젊음이 영원한 건 아니잖나. 분명한 건 지금 내 컨디션이 가장 좋은 상태라는 점이다. 대중에게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을 수는 없더라도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예전에는 한방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인생을 조금 살다보니 그 한방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을 꿈꾸면서 살아가는 중인데, 그 점에서 ‘귀수’는 내게 너무 소중한 작품이고, 후회없이 내 모든 걸 쏟아낸 작품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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