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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백조와 여인의 붉은 누드 아름답지 않아, 더 아름다운 울림”…한국화가 김남희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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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기자
  •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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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거친 붓질의 누드작업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곱씹게 해

김남희 ‘지금 이 순간’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 누드가 있었던가. 붉은 저 여인의 누드는 아름답지 않아서, 실로 아름답다. 만발한 꽃에 둘러싸인 여인의 주위엔 순백의 백조들이 노닐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세 부처는 박장대소 중이다.

한국화가 김남희의 ‘지금 이 순간’이다. 아름다운 여인은 작가 자신이며 그를 둘러싼 백조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현신이다. 만발한 꽃에 둘러싸인 이 둘을 부처가 저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의 가장 소중 것들이 시간을 초월하여 한 공간에서 만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김씨는 30여년간 꾸준히 누드 작업을 해 온 흔치않은 작가다. 그의 붉은 누드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투박하고 거친 붓질 때문이다. 때문에 그림은 누드와 백조의 사실성과 매끄러운 질감과는 거리가 멀다. 섹시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누드는 아름다운 형상미에 익숙한 우리의 기대와도 다르다. 그 ‘불편한 표현’으로 작가는 그림을,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곱씹게 한다. 그렇게 그 거친 모습의 여인은 우리를 아름답게 위로한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주제로 한 김남희의 18번째 개인전은 25일까지 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삼합지에 채색으로 작업한 ‘지금 이 순간’ ‘여행’ ‘날아오르다’ 등 한국화 25점이 선보인다.

작가는 오랫동안 여인의 누드와 불교적인 소재를 결합한 작업을 해왔다. 부처가 등장하고 물고기나 연꽃이 수호신처럼 여인을 지켜주는 그림들이다. 몇 년 전부터는 여기에 새롭게 백조가 등장했다. 영혼과 영혼을 이어주는 백조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또다른 모습이자 두 사람을 이어주는 영혼의 메신저다. 작가는 여인이 되고 백조가 되어 이생에서 이루지 못한 부처의 꿈을 꾸는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가장 소중한 때는 ‘지금 이 순간’이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감정에 젖었다. 3년 만에 갖는 전시회여서 그런지, 아니면 글을 쓴다고 잠시 붓을 멀리한 탓인지 모르겠다. 그림은 그릴 때마다 생소하다. 뭔가를 드러내야 하는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 추위를 견디고 핀 매화가 숭고하듯, 화가의 고뇌로 담금질된 작품 또한 울림이 깊다. 내 작품도 서산 마애삼존불처럼 은근한 웃음이길 희망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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