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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제작한 물감으로 칠한 1105개 조각 “삶의 색과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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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기자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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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갤러리 최상흠 개인전 리뷰

벽면에 설치된 조각 모두 다른색

한겹한겹 쌓여 오묘한 색의 향연

최상흠 ‘무제(Untitled)’
가로 12㎝, 세로 9㎝, 두께 2.5㎝의 직사각형 블록들이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이 거대한 설치작품은 최상흠의 ‘무제(Untitled)’다. 어릴 적 대문 앞에 걸려 있던 문패의 크기를 재현한 조각 1천여개가 보여주는 것은 오묘한 색의 향연이다. 말할 수 있는 도(道)는 영원한 도가 아니듯,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이름도 색도 ‘있으나 없다’.

최상흠의 ‘무제(Untitled)’는 물감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공업용 도료로 제작된 1천105개의 조각들(pieces)이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각각의 조각은 붉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녹색 ‘계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은 마치 바닥 없는 심연처럼 오묘함을 느끼게 하는 깊은 컬러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많은 조각 가운데 동일한 색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각각의 컬러는 매우 작지만, 차이를 갖는다. 작가가 1천여개의 조각들을 제작할 때 각기 다른 비율로 색을 조합했기 때문이다. 세심한 고려와 적잖은 노동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일정한 크기로 만들어진 틀에 자신이 직접 제조하여 만든 일명 ‘인더스트리’ 물감(Industry paint)을 부어 각각의 ‘조각’을 만든다. 인더스트리 물감은 산업용 투명 레진 모르타르에 아크릴물감으로 조색한 다음 경화제를 혼합한 것이다. 미세한 차이를 둬서 조색한 물감을 층층이 붓고 굳혀서 만드는 작업 과정은 2.5㎝ 두께의 측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색의 지층은 마치 무지개떡처럼 한겹 한겹 쌓인다. 그렇게 쌓인 여러 가지 색들이 하나로 수렴되며 최상흠만의 궁극의 색을 보여준다. 물감을 붓고 말리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 비로소 작품의 ‘삶’도 드러난다. 그가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드러내는’ 반복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최씨의 작업과정은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차곡차곡 쌓인 물감들의 레이어(layer)가 최상흠의 색을 구현하듯, 반복되는 일상의 매 순간이 우리 삶의 색을 결정하는 것이니. 21일까지 을갤러리.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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