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 “회원 1만명 모아 후원만으로 자립하는 구단 만들 것”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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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7   |  발행일 2019-12-17 제26면   |  수정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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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서포터스인 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이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대구FC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후원 아이디어 내고 창립 주도
現 회원 1744명…대부분 청년층
클럽 전용좌석 30분 안에 동나
“첫 대팍 경기 가장 기억에 남아
아이 키우는 부모 마음으로 응원
성적 곤두박질쳐도 함께 할 것”


‘시민의 힘으로 명문 자립구단을 만들자.’

프로축구 대구FC 엔젤클럽의 캐치프레이즈다. 올시즌 대구FC가 K리그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엔젤클럽이란 든든한 시민 서포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FC는 지난 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지난해 대비 경기당 평균관중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클럽에 주어지는 ‘플러스 스타디움상’과 가장 팬 친화적인 활동을 펼친 구단에 주어지는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수상했다. 또 권영진 대구시장은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상을 받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실질적 주인공은 엔젤클럽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엔젤클럽은 2016년 7월 창립됐다. 그 이전 2013년 이호경 현 엔젤클럽 회장이 대구FC를 재정적으로 후원하자는 최초의 아이디어를 내고 창립을 주도했다. 엔젤클럽은 한달에 8만3천원(연 100만원)을 후원하는 ‘엔젤’과 한달에 1만원(연 12만원)을 내는 ‘NCO’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회원은 15일 기준으로 총 1천744명이며, 홈페이지에서 후원을 약정할 수 있다. 후원금은 전액 대구FC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이호경 회장은 대영에코건설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그를 만났다.

▶경사가 겹친 것 같다. 대구FC가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받았고, 또 얼마전 대영에코가 ‘2020 미래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감사드린다. 특히 엔젤클럽 회장으로서 어떤 일을 한 것보다 기쁘다. 지난해에 비해 300% 이상 대구FC 관중이 늘었다. 전국 최고의 인기구단이란 걸 실감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구단이 엔젤클럽의 사례와 활동을 좀 더 홍보해줬으면 했는데 아쉽다. 우리만 잘 되자는 게 아니라 한국프로축구의 발전과 축구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말씀드리는 거다. 건축대상은 타운하우스 부문인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주택문화를 발전시키고자 애쓴 결과라고 본다.”

▶엔젤클럽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산증인이다.

“엔젤클럽은 미래 대구FC의 자양분이다. 대학생, 직장인 등 젊은 회원이 많다. 전국 시민구단 서포터스의 롤모델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부천SK, 대전시티즌 등의 관계자들이 우리의 운영과 활동상황을 벤치마킹하러 왔다. 현재 우리 회원이 2천명 정도인데 5천~1만명이 목표다. 대구시의 재정 지원이 줄어도 엔젤 회원이 늘어나면 좋겠다. 시민의 세금은 다른 기타 체육종목이나 장애인체육 등에 쓰여지고, 순수한 후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명문구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유럽의 명문 시민구단도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하려면 올해처럼 성적이 좋아야 하지 않는가. 올해 ACL 진출도 무산됐는데.

“우리를 단순한 팬클럽으로만 보면 안된다. 지면 떠나고 잘할 때만 박수치는 그런 클럽이 아니다. 올해 우리 스쿼드로 이 정도의 성적을 낸 건 정말 대단하다. 파이널A에 남은 것으로 만족한다. ACL 진출 무산은 아쉽지만 1~2년 후에 또 도전하면 된다. 한꺼번에 욕심내고 기대치를 높이면 일을 그르치게 돼 있다. 전교 꼴찌하던 아이한테 전교 1등하라고 다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조금씩 나아져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의 마음이 엔젤의 마음과 같다.”

▶올시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었나.

“개막전이자 DGB대구은행파크에서의 첫 경기였다. 그날 만원 관중 앞에서 대구가 제주에 이겼다. 그 열기가 계속 시즌내내 이어졌다고 본다. 또 2018시즌 FA컵 우승으로 ACL에 진출한 덕분에 일본에서 히로시마와 경기를 했는데, 그때 원정응원을 간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엔젤클럽만의 응원문화가 있나.

“엔젤클럽에 배정된 좌석이 1만2천석 중 750석이다. 자체 엔젤클럽 모바일앱으로 좌석을 예약하는데, 대개 입장표가 30분 안에 동이 난다. ‘깃발응원’ 또한 우리의 상징이다. 대형 엔젤클럽 깃발을 만들어 응원하고 있는데 효과가 크다.”

▶앞으로 소망이나 계획이 있다면.

“우리는 대구FC가 존재하는 한 끝까지 함께할 거다. 성적이 곤두박질칠 때도, 슬럼프를 겪을 때도 같이 할 것이다. 그럴 때 함께 울고 웃고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서프터스의 자세다. 대구시장이나 구단주는 바뀔 수 있어도 엔젤클럽 회원은 항상 대구FC와 함께 있다. 대구와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에게 부탁드린다. 대구FC의 엔젤클럽 회원이 돼 달라.”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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