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버스 심야의 횡포…운행 종료시각전에 ‘스톱’

  • 노인호,정지윤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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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5  |  수정 2019-12-25 07:21  |  발행일 2019-12-25 제1면
노선 73%가 중간기점서 멈춰
운전기사들도 강제 하차 요구
준공영 14년째 혈세 쏟아붓고
편의 확대는커녕 불편만 가중
대구시내버스 심야의 횡포…운행 종료시각전에 ‘스톱’
지난 19일 밤 11시7분 대구 남구 안지랑네거리 버스안내 전광판. 총 7대의 버스가 서는 이곳에는 운행 종료를 20여분 남긴 상황이지만, 3대 버스는 이미 운행이 종료됐다는 알림이 떠 있다.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지난 19일 밤 11시7분 대구 남구 안지랑네거리 버스정류장 내 전광판. 버스 운행 종료시간(밤 11시30분)을 20분 이상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이곳을 지나는 7대의 버스 중 3대의 버스 운행 알림판에는 이미 ‘운행종료’ 자막이 떠 있었다. 앞서 지난 16일 밤 11시20분쯤 같은 버스 정류장. 마지막 운행하는 △△△번에 올라탔다. 밤 11시30분쯤 봉덕시장건너 정류장에 도착하자 운행이 종료됐다며 운전기사는 “하차하라”고 말했다. 이 버스의 종점인 범물1동행정복지센터 앞까지 16정거장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영대병원역’까지 걸어가니 밤 11시43분. 마지막 지하철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대구 시내버스의 운행 종료 시간이 다른 시·도보다 빨라 늦은 밤 ‘시민의 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더구나 준공영제 도입에 맞춰 다른 시·도의 경우 심야버스를 늘리는 등 시민편의 확대에 나섰지만, 대구시는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24일 대구시와 시내버스 회사 등에 따르면, 대구 시내버스는 밤 11시30분까지 운영된다. 이는 광주(밤 11시45분), 부산과 대전(각 다음날 오전 0시30분), 인천(다음날 오전 1시)보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30분 일찍 종료되는 것이다.

더욱이 대구는 총 116개 노선 중 85개 노선(73%)이 종점까지 운행하지 않고, 중간 기점에서 운행을 종료해 실질적으로 시내버스가 끊기는 시간은 더 빠르다.

대구시는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14년간 1조2천141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투입했지만, 운행 시간 연장, 막차 버스 증차, 중간 하차 축소 등 시민 편의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2007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부산시는 오전 2시30분까지 운행되는 심야버스 노선을 기존 6개에서 16개 노선으로 늘려, 도시철도가 끊기는 밤 11시 이후부터는 대중교통 수요를 버스에 맡겼다. 이처럼 준공영제로 전환한 광역시 대부분이 심야 시간까지 버스를 운행해 대중교통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지만, 대구는 예산과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심야 버스 운행과 막차 시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버스 연장 운행을 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다. 또 버스 기사들의 추가 임금 문제, 택시 업계의 반발 등도 예상돼 심야버스 운행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준공영제는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 만큼 심야 버스나 버스 운행 시간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도로를 만들어 놓으면 차량 통행이 많아지는 것처럼 심야버스가 있으면 자연스레 이용객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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