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창립 60년'…새로운 길 제시하는 김윤식 중앙회장

  • 전영,홍석천,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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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1  |  수정 2020-06-01 07:19  |  발행일 2020-06-01 제18면
"여신구역 확대, 절반의 성공이지만

'규제 해제' 초석 마련"

대형조합이 소형 삼킬까 오해

대형신협은 시중은행과 경쟁

여신확대, 소규모조합에 기회

일반금융사 아닌 '협동조합'

가까운 지점 영업력 떨어지면

전문인력 파견·영업지원까지

7대 포용금융·815해방대출

금융상품들 자체가 사회공헌

수익보단 사회문제해결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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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중앙회의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최근 금융위원회는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의 여신 확대를 골자로 한 신협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신협은 비록 여신과 수신 모두 영업지역을 확대하려는 꿈은 이루지는 못했지만 여신 광역화라는 60년 숙원을 이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영남일보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신협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김윤식 신협중앙회장(64)을 만나 신협의 다양한 가치와 상생, 공존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신협인들의 오랜 희망사항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분 이뤄졌다. 축하한다.

"공동유대구역 확대 중 여신 확대만 이뤘다.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다. 신협의 60년 숙원사항 중 일부를 해결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래도 큰 변화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많다.

"신협은 (다른 금융기업들에 비해) 법률적인 지원이 미약하다. 서민금융기관이라면서 각종 규제로 묶여 있다. 전국에 모두 882개의 신협이 있는데, 이 조합들이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마차처럼 달려간다. 제각각 달리면서 먼지만 일으킬 뿐 어떤 시너지도 없는 상태다. 신협이 더욱 성장하려면 이 마차를 기차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각종 규제로 인해 레일을 깔지 못했다. 취임 후 2년여 동안 규제를 이겨내고 레일을 깔았다. 이제 레일 위에 마차를 올려놓으면 기차가 된다. 바윗돌 같은 큰 규제는 대부분 풀었으니 열차가 달리는 데 방해가 되는 작은 돌멩이를 치우는 것이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이다."

▶최근 이슈가 된 신협의 영업구역 확대에 대해 우려가 없지 않다.

"선의의 경쟁은 하겠지만 신협끼리 다툼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시중은행은 벌써 파산해야 하고 새마을금고는 문을 닫아야 한다.(웃음) 신협은 자산 규모별로 (대·중·소) 구분이 뚜렷하다. 소형 신협이 대형 신협에 시장을 뺏기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맞다. 신협끼리의 출혈경쟁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 때문에 중앙회가 있는 것이다. 중앙회는 공동유대구역 확대에 따른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전국 각지의 신협 직능별 대표들이 모여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해 다양한 중재 방안들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신협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공동유대구역 확대를 위한 위원회를 조만간 만든다. 이 위원회를 통해 돌발변수에 대해 중재를 진행할 것이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마쳤다."

▶그래도 불만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유대인들이 왜 강한지 아나? 유대인 마을에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그 마을 모든 사람이 비난을 받는다. 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을 방치했느냐고. 이것이 협동조합정신이다. 여신구역이 확대되면 청송신협이 대구 수성구에 진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청송신협이 전국 최대 신협인 청운신협과 경쟁하려고 대구에 오겠는가. 아니다. 청운신협이 청송신협의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대구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여신구역 확대로 청운신협은 지역에서 시중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틈새시장에 청송신협이 진출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청운신협과 청송신협은 멘토-멘티가 되어 대출상품 연계 등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수익을 최우선한다는 금융기업이 아닌 것 같다.

"금융위 소속이다 보니 자꾸 신협을 시중은행과 동일한 잣대나 시각으로 본다. 그게 억울하다. 우리는 협동조합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신협이 영업력이 약해 자꾸 쇠퇴해지고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일반 금융사들은 이를 기회로 여기고 그 지역을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하지만 신협은 다르다. 인근 조합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해 1년 정도를 교육하고 영업지원까지 해준다."

▶그렇다면 여신구역 확대는 소규모 신협에 기회가 된다는 말인가.

"대형 신협은 전체의 5%밖에 안 된다. 50% 이상이 소형 신협이다. 여신구역이 확대되면 이 소형신협들에 기회가 된다. 대형신협은 시중은행 등과 싸워야 한다. 신협끼리 다툼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신협을 모르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우려다. 신협은 절대 그렇지 않다.(웃음)"

▶여신구역 확대 사례처럼 신협이 어떤 조직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신협이 금융위 산하에 있으니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신협은 협동조합이다. 유일한 민간 금융협동조합이다. 신협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떻게 번 돈을 조합원에 돌려 줄까 고민한다. 즉 금융기업들은 사람을 수치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가치로 생각한다. 이게 차이다."

▶요즘 7대 포용금융이라고 해서 신협의 금융상품들이 화제다.

"신협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 실현 중 협동조합 정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도 있다. 7대 포용금융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자녀 가정 지원이다. 신협은 다자녀 가정에 저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준다. 세자녀 가정에 금리 2.4% 대출을 해줬다. 지금은 두자녀까지 1.5%도 가능하다. 대출금리 1.5%는 무조건 역마진 대출이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어떤 금융기관도 안된다. 신협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내년엔 1자녀 가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수익을 생각하면 내놓기 어려운 사업인데.

"전주 한지마을이 있다. 전주 흑석골에 30년 전에는 한지공장이 300곳이 있었다. 지금은 9곳밖에 없다. 로마 교황청도 1천년을 지속한다고 이 전주 한지를 쓴다. 미켈란젤로 작품을 복원하는 데도 전주한지를 쓴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종이를 만드는 장인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한지마을을 세계적인 독특하고 매력적인 마을로 만들어 세계가 주목하는 곳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런 스토리텔링 추진을 위해 나온 것이 수맥유해전자파 차단 한지다. 또 군산과 거제도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신협은 1천억원 규모의 무담보 무이자 대출을 시행했다. 물론 떼일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결정했다. 신협이 아니면 누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시중은행이나 외국계 자본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사들이? 어림도 없을 것이다."

▶특히 8·15대출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가슴에 울분이 차오른 사람들이 많았다. 신협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기회에 신협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일본계 대부업체에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그래서 8월15일에 맞춰 8·15해방대출을 시행했다. 이들 대부업체의 고이자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3·1절에서 8·15해방까지'이라는 콘셉트로 대출금리를 3.1%에서 8.15%로 대환해 줬다. 최근 일본계 대부업체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게 신협의 힘이고 저력인 것이다."

▶신협은 금융상품 자체가 사회공헌인 것 같다.

"신협은 수신금리도 많이 주고 대출금리는 낮춰야 한다. 따라서 수익이 많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익을 많이 낼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도 이익을 내는 게 있다. 바로 30조 규모의 금융상품 투자다. 여기서는 수익을 많이 내려고 한다."

▶신협 광고에 영화인들이 재능기부를 해 화제다.

"우연히 영화인협회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인 중에 0.001%만 대중이 알고 있는 잘나가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극히 어려운 생활을 해간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만난 박중훈씨가 묻더라. 영화인 평균 연봉이 얼마인지 아시냐고. 5만원이라고 했다. 웃기 힘든 얘기였다. 또 이런 이유로 영화인협회비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영화인협회에 기부를 하게 됐다. 이런 것이 영화인들의 재능기부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결정된 건 7명이지만 더 많은 분이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협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런 것이다."

▶앞으로 중앙회의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나는 소규모 신협 이사장과 지역 평의회장, 협의회장, 중앙회 이사 등 각종 계급장을 골고루 달아 봤다. 신협인 중에서 가장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 2년 동안 각종 규제를 없애다 보니 60년 만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 중앙회가 존재의 이유를 갖게 된 것이다. 신협이 욕을 먹으면 내가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 물론 신협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욕을 먹겠다. 규제 해제라는 철로를 깔았으니 보다 강한 열차를 만들어 가겠다. 새로운 60년 아니 새로운 수 백년을 지켜봐 달라."

대담=전영 경제부장 younger@yeongnam.com
정리=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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