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가상현실, 단순한 눈요기서 메인 콘텐츠로 진화

  • 윤용섭
  • |
  • 입력 2020-07-11 08:22  |  수정 2020-07-11 08:53  |  발행일 2020-07-11 제16면

2020070901000369600014951

언택트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 산업에서는 가상으로 현실 세계를 창조하는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VP)'이 각광받고 있다. VP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3D, CGI)을 한 번에 병합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정리된다. 할리우드가 VP를 활용해 '아바타'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시리즈 등을 내놓았듯, 국내 영화계도 이에 기반한 영화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아 VP 산업은 좀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업계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VP, 영상에 레이어 얹어 실사 최소화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한 채 촬영 가능
언택트시대 새 제작방법으로 떠올라

국내서도 특수효과 수요 꾸준히 증가
제작사와 MOU…신규 미디어 확장세
기술 개발비용·전문인력 부족 등 과제


◆코로나로 부각된 VP 잠재력

순제작비 100억원대가 넘는 대작영화는 물론 중급 규모 혹은 저예산 영화에서도 블루스크린을 쓰지 않는 한국영화는 없다시피하다. 미니어처 촬영이나 CG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촬영에 사용되는 블루스크린 작업은 곧 더하는 일이다. 레이어 5~6장 정도를 겹쳐 파도에 일렁이는 바다를 만들고, 그 위에 일본 군함 수백 척을 추가한 다음, 병사들을 더하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영화 '명량' 속 명량해협으로 탈바꿈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어느 시대든 어느 장소든 모두 구현이 가능하다. 영화를 제작한다는 건 이제 피사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더해 레이어를 얹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제작진은 서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모두 창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VP 기술은 혁신을 거듭하며 산업의 경계를 지우는 중이다. 카메라 워크와 조명이 원격으로 조종되고, 배우들은 화면 밖에서 모션 캡처 연기를 진행하며, 이들의 움직임을 따라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VP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할리우드의 목소리를 전했는데, 장기적으로는 VP와 피지컬 프로덕션이 서로 구분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합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의 VFX(시각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의 VFX 프로듀서 데이비드 콘리 역시 "VP 기술 개발에 비용이 들지만, 이를 활용하면 이동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영화 제작 과정 후반부에 감독이 작품에 미묘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강점은 VP 방식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VFX 아티스트가 디지털로 뉴질랜드 배경을 만들면, 스페인에 있는 감독이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를 착용한 채 런던에 있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캐릭터 배치를 고민하는 풍경이 그가 말하는 VP의 가능성을 설명한다.

선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 문제, 숙련된 전문 인력 부족 문제다. VP 중심의 제작 현장에 거부감을 갖는 배우들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VP가 배우들이 일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든다면, 그 파이프라인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VR 콘텐츠에 주목하다

국내 VFX업체들은 5G 시대에 발맞춰 VR과 영화의 접목 가능성에 주목했다.

VR 콘텐츠는 그동안 신기술 쇼케이스의 형식을 많이 띠었으나 이제는 인접 분야와의 창의적인 접목을 통해 미학적으로나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셈이다.

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의 한 관계자는 "1년에 몇편씩 VR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지만 최근 들어 VR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화이트 래빗' '살려주세요' '프롬 더 어스' '조의 영역' '신과함께 VR-지옥탈출' 등 다양한 장르의 VR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바 있으며, 연내 공개될 소셜 VR 툰 '유미의 세포들'과 스코넥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한 '신과함께 VR-방탈출'(가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VFX업체들이 콘텐츠 VFX 제작 사업 및 미디어 사업 전반의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스포츠 그룹 NEW의 VFX사업 계열사인 엔진은 지난 5월7일 3D CGI 콘텐츠 전문 제작사 <주>비브스튜디오스와 전략적 콘텐츠 기술 사업 제휴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콘텐츠 업계의 이목을 끈 엔진과 비브스튜디오스의 사업 제휴는 향후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기획, 첨단 CGI 기획 및 제작에 필요한 기술과 사업 아이템을 공동 발굴·개발하기 위한 의기투합의 성격을 지녔다. 특히 양사는 지난 4월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혁신기술개발 지원 사업에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의 지원을 끌어낸 바 있어 이번 MOU의 시너지에 더욱 큰 기대가 모아진다. 앞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부산행' 등의 VFX를 맡은 투썬디지털아이디어, 영화 '관상' '악질경찰'의 VFX를 작업한 매그논스튜디오도 MOU를 맺고 신규 미디어 영역으로 향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엔진의 이성규 이사는 "공동으로 진행하는 초실감, 미래형 영상 제작에 요구되는 첨단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광고, 전시, 테마파크뿐만 아니라 VR·AR 등의 뉴미디어와 라이브스포츠 첨단 영상 등 범위를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