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힐링·치유…"자연과 대면하고 지친 몸과 마음 위로받고 싶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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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7   |  발행일 2020-07-17 제33면   |  수정 2020-07-17
"자연과 대면하고 지친 몸과 마음 위로받고 싶다"
코로나 사태 '거리두기 바캉스' 세상
나홀로·연인·가족끼리 떠나는 여행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언저리 인기
청정자연 품은 경북, 최적의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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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수도산 치유의 숲에 조성된 자작나무 군락. 〈김천시 제공〉

지난 시절의 바캉스는 일상이란 터널에서 무조건 벗어나기였다. 산이어도 좋고 강이어도 좋고 바다라도 좋았다. 2000년 이후에는 해외로 떼로 몰려나갔다. 하지만 2020년 바캉스에는 특별한 제약조건이 걸려 있다. 코로나19를 전제로 휴가를 즐길 수밖에 없는 정국이다. 바야흐로 '거리두기 바캉스'가 단군 이래 처음 개봉박두 된 것이다. 유명 관광지는 시들해지고 한적한 언저리가 사랑받는다. 시골집, 한옥펜션 등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여가를 즐기는 '프라이빗족'이 늘어나고 있다. 휴식뿐 아니라 근무·여가생활까지 자택에서 하는 '집콕' 문화 확산의 연장이라 보면 된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직장인 866명을 대상으로 '올여름 휴가계획'에 대해 공동 조사를 했다.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직장인은 응답자의 26.8%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질문에 78.2%가 휴가 계획이 있다고 했다. 휴가철에 문밖을 나서지 않는 '집콕족'이 대거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계는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편의점 씨유(CU)는 기내식 콘셉트의 도시락 3종을 출시했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 세 가지 종류로 출시되며 실제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기내식을 주문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상품명을 '포크 플리즈'(4천300원), '치킨 플리즈(4천300원)', '비프 플리즈'(4천원)로 정했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호텔·리조트 같은 다중 밀집 시설을 꺼리는 사람들이 캠핑장으로 몰리고 있다. 덩달아 관련 캠핑 전용 간편식이 등장하고 자동차 업체들도 '차박족'을 겨냥해 SUV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캠핑 열풍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차박(車泊)'은 자동차를 타고 산·바다·계곡으로 떠나 차량에 연결하는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인데 2030 젊은 세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인스타그램에 '#차박'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11만개가 넘는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3~5월 '차박' 키워드 일일 검색 횟수는 지난해 대비 4.6배 증가했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차박캠핑클럽'의 5월 신규 회원은 코로나 확산 전인 지난 2월(2천600명)에 비해 6배 이상 증가(1만6천600명)했다.

스카이워크
울진군 후포면 바닷가에 있는 스카이워크는 걸어서 바다 밑을 볼 수 있어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사진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울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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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신녕면에 위치한 치산계곡. 〈영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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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양남면 주상절리. 〈경주시 제공〉

국내 캠핑 시장은 2014년 이후 쪼그라드는 추세였다. 지난해 세계 최대 캠핑 장비 업체 콜맨조차 한국 법인을 14년 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그랬던 캠핑 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반전의 기회를 맞자 재빠르게 판에 다시 뛰어들었다.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소형 SUV '베뉴'의 경우 전용 커스터마이징(개인화) 상품 중에서 캠핑에 제격인 오토캠핑용 공기주입식 에어 카텐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박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에어매트의 매출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캠핑 관련 유튜버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나 혼자 캠핑을 떠나는 작곡가 겸 뮤지션인 '히피이모' 주희숙씨. 그녀는 벌써 동영상을 47개 올리며 솔로캠핑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공개하고 있다. 그녀는 이미 코로나 정국을 예감한 듯 전국의 후미진 산하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법을 코로나캠핑족에게 전수하며 구독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휴가철을 지식충전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북캉스족'도 의외로 많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4차산업혁명' 관련 도서 독파하기, 내친김에 철옹성처럼 보이는 박경리의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 독파하기 등을 계획하는 이도 많다. 종일 에어컨 냉기가 빵빵한 유명 서점가 빈자리에 앉아 커피 홀짝거리며 읽고 싶은 책 맘대로 읽어보길.

아무튼 자연은 코로나 정국과 무관하니 이 폭염기 그와 잘 친해보길!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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