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대신 코로나 전쟁터로…설에도 '코로나 진료 최일선' 이지연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교수

  • 노인호,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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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1 07:10  |  수정 2021-02-15 11:04  |  발행일 2021-02-11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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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를 위해 설 연휴에도 출근하는 이지연 교수가 확진자 회진에 앞서 '레벨D' 방호복에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추석 때도 그랬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이지연(여·37·감염내과 전문의) 교수는 설 연휴 기간 병원을 떠나지 못한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보는 게 이 교수의 일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2월18일 국내 31번째,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명절마다 가족 대신 도움이 필요한 코로나19 확진자와 지내고 있다. 지난 9일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병동 최일선에 있는 이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는 '관계자외 출입금지' 경고문이 있는 펜스를 지나 보안요원이 열어줘야 하는 격리병동으로 들어가야 했다.

"작년 2월 대구 첫 확진 이후
추석도 세종시 시댁 못간 채
가족 대신 환자 돌보는 일상
코로나 종식에 한발 더 성큼
내년 설엔 친척 다함께 할 것"


"처음부터 제가 진료해왔으니까요. 시스템 자체를 초기부터 맡아서 해왔기 때문에 손이 조금 바뀌게 되면 혼선이 생길 것 같아 그냥 제가 하는 거죠."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 연휴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에 나서는 데 대한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두 번의 명절 모두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하게 된 것과 관련, "일상의 반복일 뿐"이라며 무심하게 말했다.

이 교수는 "감염내과 특성상 예정된 수술이나 진료보다 갑자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명절에는 다른 병원이 쉬는 탓에 대학병원으로 더 많이 온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명절 연휴를 다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구 첫 확진자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대구를 떠난 적이 없다. 초반에는 타 지역에서 대구사람을 꺼린다는 것을 알고 그냥 있었다. 대구가 잠잠해진 이후에는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환자나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생각에 대구를 벗어나지 않았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속인 이 교수는 순환 근무로 2019년 12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왔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대구동산병원 전체가 대구지역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를 돌보고 있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확진자는 1천762명, 현재도 165병상에 49명의 확진자가 입원해있다.

"시댁이 세종시예요. 지난해 추석 시댁 어른들께서 모이지 말자고 하셔서 (병원에서) 근무했고, 이번 설에는 당직이에요. 입원한 확진자 들은 격리되어서 못 가고, 저는 근무라 못가요. 가족을 못 만나는 건 그분들이랑 저랑 똑같죠."

이 교수는 설 당일에도 평소처럼 오전에 출근해 전화로 문진을 한 뒤 회진할 계획이다. 전화로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대면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대면을 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두 가지를 매일 반복한다. 이 교수는 설 당일 입원 환자들에게 "새해 복을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으로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넬 생각이다.

이 교수는 "대구시민은 그 어느 지역보다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병원 앞에 서문시장이 있습니다. 지난해 2~3월 시장은 물론 인근 식당도 다 문을 닫았고, 길거리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규제도 없었는데 대구시민이 자체적으로 방역 3단계를 실천했던 것이죠. 수도권은 2.5단계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그보다 심한 상황이었던 대구는 조용하게 잘 이겨냈습니다."

이 교수는 "대구시민은 혹독하게 예방주사를 맞았고,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도 1차 대유행이 사그라진 이후에도 계속 대비를 하고 있어 앞으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생겨도 그 어느 지역보다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염내과를 선택하면서 명절에도 가족 대신 환자들을 돌보는 게 일상이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내과의 경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를 많이 보는 탓에 진료의 끝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감염내과는 다르다. 끝이 있다. '이제 병원에 안 오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어 선택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지금 보이지 않아 걱정스러울 뿐 반드시 끝은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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