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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 - ‘화전 하나바타케’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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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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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가시까지 제거 도쿄식 장어정식은 제가 처음 아닌가 싶네요”

지질공학도에서 식자재 유통회사 팀장을 거쳐 어렵사리 도쿄의 우나쥬 장인 와타베 유키카즈로부터 기술을 전수한 이현우 오너셰프. 진검 같은 요리는 결국 진실에서 온다는 걸 알기에 좋은 식재료 앞에 당당한 셰프가 되려고 한다.
배 쪽이 아니라 등 쪽에서부터 칼질을 해나가고 잔가시까지 다 제거해 충분히 찐 뒤 타레를 바르며 구워내는 도쿄식 장어벤토의 일종인 우나규. 이걸 대구에서 맨 먼저 선보인 수성구 하나바타케 대구점의 우나쥬 기본 차림상.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복개도로변에 도쿄식 장어 벤토인 ‘우나쥬’ 전문점이 오픈했다. ‘화전 하나바타케(花畑)’다. 하나바타케는 도쿄에 있으며 2018 미슐랭 도쿄로 선정됐다. 어떻게 도쿄식 우나쥬가 대구로 입성하게 됐을까? 그게 궁금해 하나바타케를 대구로 끌고 온 이현우 오너셰프를 만나봤다. 일본의 장어요리는 에도시대 개막과 동시에 등장한다. 가장 보편적인 장어요리는 ‘가바야키’. 뱀장어, 갯장어, 미꾸라지 따위의 등을 잘라 뼈를 제거하고 토막 내 양념을 발라 꼬챙이에 꿰어 구운 것인데 이때 사용하는 양념이 바로 ‘타레’다. 지난 5월9일 일본의 한 유명한 장어 요리사가 이 집을 방문했다. 와타베 유키카즈. 그가 이 집을 찾은 건 자기 기술을 전수한 이 셰프를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제자를 위해 육필 사인까지 남겨줬다. 비교적 원칙에 충실한 대구점의 맛에 만족해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갔다.

日 도쿄 장어점 와타베 덮밥 식감 충격
3代 100년 장인기술 운좋게 전수받아
제철 최고급 식재료 유기농 버전 고집
기절시킨 장어 등갈라 가시 완벽 제거
처음 10분이상 작업, 이젠 2∼3분 끝내
칼 베이고 불에 데여 살점은 너덜해져
타레, 와타베 씨간장 받아 직접 만들어
스팀에 찐 후 타레 바르며 네번 구워 내


이 셰프는 능인고를 졸업하고 24세에 서울 세종대에 입학했다. 지질공학도가 된다. 이후 그의 길이 확 휘어진다. 식자재 가공 및 유통회사 팀장이 된다. 닭고기를 절단해서 식당에 납품하는 회사였다. 국내 식자재 유통과 식당업의 본질이 뭔가를 대충 감을 잡게 된다.

“아무리 좋고 신선한 재료를 납품하더라도 식당에서 고객들에게 빨리 팔지 못하면 그 재료는 신선하지 못합니다. 우리까지 욕먹게 됩니다. 식자재에서부터 고객 밥상에 올리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이제 농부·식재료 전문가·유통전문가·요리사가 일심동체라고 본다. 업무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한 파트가 망가지면 다른 파트도 망가지게 된다.

일식으로 방향을 잡게 된 계기가 있다.

“일본에는 대를 이어온 시니세(老鋪·오래된 가게)가 많고 자기 요리에 긍지를 가지고 운영하는 가게들이 많죠. 그들의 운영철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어떤 장사를 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유행 타는 음식이 아니라 맛과 정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장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일본요리를 배우기 위해 제일 먼저 간 곳은 교토였다. 아는 동생이 아르바이트 했던 곳의 주방장을 소개받아 일본요리 기초부터 배운다. 주방장인 요시하라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그는 일본 교포 3세인데 이 셰프와 같은 성씨(벽진 이씨)였다. 족보상 할배뻘이었다. 그의 요리 경력은 40년. 요시하라 덕분에 그의 친구인 사토를 알게 되고 사토를 통해 장어요리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사토의 가게는 150년 역사의 오사카식 장어 전문점이었다. 업소는 강 위에 떠있었다. 몇 년 전 홍수 때 척추를 다쳐 더 이상 장어를 손질할 수가 없었다. 자식도 없었다. 가게를 이을 사람이 없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모든 요리를 이 셰프에게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셰프는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중히 사양했다. 주마간산식으로 보이던 일식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맘이 가야 힘이 솟아난다는 걸 절감한다.

◆ 처음 맛본 장어 식감

교토의 동생 소개로 도쿄에 있는 인성이라는 친구를 소개받았다. 그는 자기 부모가 오면 한 번씩 들르는 장어집을 알려줬다. 가서 먹어보니 이때껏 찾던 그 맛이었다. 그곳은 도쿄 장어점 와타베. 거기서 먹은 ‘히쓰마부시(장어덮밥)’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경험치 못한 식감이랄까. 밥과 소스, 그리고 장어의 식감이 이렇게 잘 융화될 수 있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국내에서 막 구워 먹던 장어 맛이 아니었다. 그 맛이 그를 셰프로 만들었다.

즉시 와타베에 e메일을 보냈다. 도쿄로 가서 읍소했다. 천운인지 사부는 어렵지 않게 그를 품어줬다. 현실적으로 있기 힘든 일이었다. 일본 조리사들은 외지인에게 기술을 전수해주지 않는 게 관행이다. “사부는 만약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절대 거절했을 것”이라며 “자기 맛을 한국에 알려주는 게 퍽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부는 3대째 이어온 100년 넘는 가문의 장어덮밥 장인, 프랑스 유학파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가업으로 돌아왔다. 그는 안목이 있고 개방적인 인물이었다. 그래서 생면부지의 그에게도 기꺼이 기술을 넘겨준다.

와타베 음식의 본질은 뭘까. 원형을 살리고 식재료는 무조건 제철 최고급을 고수하는 것이다. ‘음식이 곧 생명’이란 믿음 때문이다. 쇼유도 유전자 변형 콩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버전만 고집한다. 그릇도 장인의 것만 선택한다. 어느 날 그에게 “하나에 50만원이 넘는 그릇을 왜 사용하냐”고 물었다. “우린 고급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좋은 재료를 쓰고 용기도 좋은 것을 사용해야 찾아 주시는 고객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쿄식 장어요리. 이건 들어가는 입구만 보일 뿐 출구는 없어요. 일반 요리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음식이 아니죠. 만드는 과정 과정마다 시간이 걸리는, 정말 숙련도가 필요한 요리입니다.”

살아있는 장어를 죽이지 않고 기절시켜 등을 가른다. 말이 쉽지만 해보면 맘대로 안 된다. 그의 서투른 칼질은 매번 매끄럽게 갈무리되지 못한다. 장어는 한 번에 등을 가르지 않으면 엄청 꿈틀거려 깨끗하게 손질할 수 없다. 툭하면 손에 상처가 났다. 꼬치를 꽂는 것도 고난도의 요령이 필요하다. 너무 껍질 쪽이나 살 쪽으로 꽂으면 찐 후에 구울 때 살점이 부서져 모양이 망가지거나 자칫 불로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장어의 잔가시 제거. 이것도 여간 귀찮은 공정이 아닐 수 없다. 잔가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장어마다 뼈 위치까지 조금씩 달랐다. 국내에선 굵은 등뼈만 대충 제거하지만 일본에선 완전하게 제거한다. 100여개 되는 잔가시를 집게를 사용해 일일이 뽑아낸다. 처음엔 10분도 넘게 걸렸는데 이젠 2~3분 만에 끝낼 수 있다. 칼에 베이고, 불에 데고, 살점이 너덜너덜해지고…. 이 길에 들어선 장어 조리사의 필수코스다.

◆ 일본 장어요리 이야기

일본은 장어에만 집중한다. 같이 나오는 2~3가지 기본 반찬도 장어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제공되는 부재료다. 절대 푸짐하게 나오지 않는다. 가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스이모노(吸物·맑은 국)와 간단한 락교, 생강초절임 같은 채소절임류인 쓰케모노 정도만 곁들여 개별 상차림으로 나온다. 일본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 위에 타레를 참기름처럼 골고루 뿌리고 마지막에 그 위에 구워진 장어를 고명처럼 얹어준다. 그걸 담는 용기가 네모난 벤토면 ‘우나쥬’로 불린다. 한국은 내장을 버리지만 일본은 내장을 타레에 적셔 구워 먹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장어 식탁은 너무 푸짐하다.

일본 장어요리는 오사카 방식의 히쓰마부시와 도쿄 방식의 우나쥬로 양분된다. 장어 잡는 방법부터 다르다. 오사카식은 장어를 작은 칼을 이용하여 배 쪽에서 손질하는 게 특징이다. 긴 쇠꼬챙이에 2~3마리 꽂아 숯불이나 가스불에 타레를 적셔 가며 굽는다. 타레 맛은 도쿄식에 비해 짠맛이 강한 게 특색.

도쿄식은 큰 칼을 이용하며 등 쪽에서 장어를 손질한다. 손질된 장어를 나무꼬치에 5~6개 꽂아 굽고 잔가시도 일일이 다 제거해 찌고 다시 4차례 정도 굽는다.

“도쿄식 장어를 정식으로 제공하는 가게는 국내에선 제가 처음 아닌가 싶네요.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사부의 도쿄식 조리법을 편법 없이 그대로 이어가는 게 일단 그의 목표. 정말 중요한 양념인 타레는 휴일에 직접 만든다. 이 집 타레는 와타베 가문의 씨간장을 받아와 전통방법대로 만들고 있다.

우나쥬·우나동·키모우나동·우나차즈케가 대표 메뉴다. 주문이 들어오면 가시가 제거된 장어를 스팀에 올려 15분 이상 찐다. 스팀에 찌기 때문에 장어가 굽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워서 굽는 데 신경이 아주 많이 간다. 방심하면 장어가 망가져 버린다. 쪄진 장어는 타레를 발라가며 4번 구워준다.

‘키모우나동’은 장어 간을 타레 양념에 볶아 장어와 계란 노른자를 함께 먹는 게 특징이다. ‘우나차즈케’는 녹차를 곁들여 먹는 우리의 보리굴비와 비슷한데 덮밥에 스이모노를 부어 먹는다. 현지와 다른 건 스이모노 하나뿐. 일본 본점보다 훨씬 싱겁다. 우려낸 다시마와 가쓰오부시의 앙상블. 없는 듯 있는 맛이다. 그게 하늘거리는 장어의 짭짤한 맛을 중화시켜준다. 수성구 범어천로 30. 화요일 휴무. (053)768-3838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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