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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충북 단양 선암계곡 삼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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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기자
  •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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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 같은 너른바위에 드러누워 신선놀음

하선암. 3단의 마당바위 위에 크고 둥그런 바위가 올라 있다.
중선암 옥렴대.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秀石)이라 각자돼 있다.
상선암. 바위는 층층으로 쌓여 대(臺)를 이루거나 계단으로 내려서거나 평상으로 펼쳐진다.
단양천(丹陽川)을 거슬러 달린다. 계곡은 바람과 물이 파헤쳐 놓은 산의 백골, 경쾌한 돌의 비명이 골짜기를 울린다. 무심한 듯 정교하게 조각된 돌덩이들,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백옥 같은 바위들, 윤이 나도록 닳은 돌의 평화가 끝을 거부하며 이어진다.

단성면 대잠∼가산리 10㎞ 선암계곡
아홉 굽이에 신선이 셋인 바위 ‘삼선’

단양팔경 중 제6경에 자리한 하선암
미륵같은 앉음새 모양 부처바위·불암

백색광물 눈부신 제7경 중선암 옥렴대
조선시대 300명 넘게 찾아 이름 새겨

길가 돌연히 나타난 층층쌓인 상선암
속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심 2m넘는 소


◆ 선암계곡의 삼선

단양천은 단양 단성면의 남쪽에서 발원해 북류하는 남한강의 지류다. 그중 단성면(丹城面) 대잠리(大岑里)에서 가산리(佳山里)에 이르는 10㎞ 구간을 선암(仙岩)계곡이라 한다. 동쪽으로는 두악산(斗岳山), 덕절산(德節山), 도락산(道樂山)이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사봉(沙峰), 용두산(龍頭山) 등이 펼쳐진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은 선암계곡을 ‘신선이 노닐다 간 자리’라 하여 ‘삼선구곡’(三仙九曲)’이라 했다. 글자 그대로라면 ‘아홉 굽이에 신선이 셋’이다. 삼선은 곧 하선암(下仙岩), 중선암(中仙岩), 상선암(上仙岩)을 일컫는다. 그들은 단양 8경 중 제6경, 7경, 8경 자리에 앉아 있다.

선암이란 신선이 노닐 만큼 아름다운 바위일 터. 거기에 상중하라니, 우리의 멋있는 선조들이 정녕 이렇게나 성의 없고 창의성 없는 이름을 지었나? 표준이나 원칙이나 질서 따위를 중요시한 유교사회 선비들의 직선적인 작명법인가? 그러나 가만히 호명해 보면 어쩐지 좌절과 포기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더 이상 어찌 부를지 알 수 없었다는 낭패감 같은 것.

마당바위 위에 올라앉은 크고 둥그런 바위 하선암. 각자들은 많이 마모됐다.
◆ 하선암

삼선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하선암·단양팔경 중 제6경이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자 희고 납작하고 넓은 바위들이 차르르 펼쳐진다. 부러 누군가 가져다놓은 테이블 같은 반석에는 돌탑들이 수북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너른 마당과 같은 바위 위에 둥글고 커다란 돌덩이가 덩그러니 올라 있다. 하선암이다. 대단한 크기다. 이 납작납작한 계곡에 이토록이나 크고 둥근 돌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옆으로 돌아보면 바위는 홀로 서 있지 않다. 세 개의 바위가 그 큰 바위를 떠받치고 또 밀듯이 지탱하고 있다. 그들은 가족이다.

하선암은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인 임제광(林齊光)이 먼저 선암(仙岩)이라 불렀다고 한다. 하(下)는 훗날 붙여졌다. 바위의 앉음새가 미륵 같다 하여 부처바위, 불암(佛岩)이라고도 불린다. 바위 사이에는 강한 기(氣)가 흐른다는데, 최근까지도 이곳에 촛불을 켜고 기를 얻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마당바위에서 풍류를 즐겼다. 바위에는 많은 각자가 있다. 그러나 거의 읽을 수 없다. 많이 마모되어서기도 하지만 모두 외국어다. 산세는 호젓하고 맑디맑은 소(召)는 적당히 깊어 다정하다. 큰물이 내리면 무서워지려나. 두 청년이 하선암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청년들은 바위 앞에서 번갈아가며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저 젊음들은 왜 물에 뛰어들지 않을까. 왜 아름다운 사지를 뻗어 하늘과 마주하지 않을까. 이따금 터져 나오는 열광적인 웃음만이 젊음이라는 천부적인 자질을 드러낸다.

중선암 계곡. 빛나는 백색 광물의 세상에 옥빛 계류가 부드럽게 흐른다.
◆ 중선암

한참을 달린다. 가산삼거리에서 가산리 표지석을 지나치고도 한참을 더 달려야 중선암이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출렁다리와 식당이 나온다. 중선암은 식당 옆길을 따라 가야 한다. 짧은 숲의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면 계곡이 열린다. 탄성이 터지기도 전에 눈부심으로 휘청거린다. 흰 바위들, 빛나는 백색 광물의 세상에 눈이 먼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옥렴대(玉廉臺)다. 벽처럼 반듯한 바위에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秀石)’이라 크게 새겨져 있다. 단양·영춘·제천·청풍 4개 군의 명승 가운데 삼선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1717년 가을 충청도 관찰사 윤헌주(尹憲住)가 썼다고 안내판이 알려준다.

중선암은 단양의 제7경으로 효종 때 문신 곡운(谷雲) 김수증(金壽增)이 명명한 것으로 전해온다. 조선시대에 중선암을 찾아와 자신의 이름을 새긴 사람은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바위를 깎는 것은 물과 바람뿐만이 아니다. 각자(刻字)는 이곳에 영원히 속하고자 하는 주체할 수 없는 갈망, 과격한 열망이다. 자신의 이름 역시 물과 바람에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불멸을 꿈꾸었으니 그것은 희망 없는 사랑의 노래다. 청년들은 나와 동선이 같은 모양이다. 그들은 곧 떠났고 나는 이 순간만이 유일하다는 충동으로 신발을 벗는다. 젊어진 느낌이다. 물은 몹시 부드러우면서도 싸늘하다. 발을 계곡물에 담근 채로 벌렁 누워 사지를 편다. 발은 차갑게 깨어나고, 몸은 데워진 바위로부터 전해진 온기로 인해 나른해진다. 잠들기 좋은 수평이다. 그나저나 바위에서 잠들면 입 돌아간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사실일까.

◆ 상선암

중선암에서 약 2㎞ 올라가면 상선암이다. 그것은 길 가에 돌연히 나타난다. 바위는 층층으로 쌓여 대(臺)를 이루거나 계단으로 내려서거나 평상으로 펼쳐진다. 상선암은 선조 때 송시열의 수제자인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가 명명한 이름이라 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상선암에 대해 “위에는 오래된 소나무와 늙은 나무가 있어 어떤 것은 눕기도 하고 엎어지기도 하여 얽혀 있다. 시냇물이 길게 우묵한 돌에 이르면 돌구유에 물을 담은 것 같고, 동글게 오목한 돌에 이르면 돌가마에 물을 담은 것 같다. 물과 돌이 서로 부딪치며 밤낮으로 시끄러워서 물가에서는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대 아래의 소는 수심이 2m가 넘는다고 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깊어 보이지 않지만 소 위에 걸린 그물이 깊이와 위험을 알려준다. 대 위에 몇몇 사람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다. 이중환은 “훗날 삼선암을 다시 찾아 신선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나도 그러하고 싶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55번 중앙고속도로 단양IC에서 내려 5번국도 단양 방면(단양로)으로 좌회전한다. 북하삼거리에서 36번 국도 제천 방향(월악로)으로 좌회전해 가다 우화삼거리에서 문경 방향 59번 국도(선암계곡로)를 타면 하선암·중선암·상선암이 차례로 나타난다. 계곡 초입에 소선암오토캠핑장·소선암자연휴양림 등이 있고 계곡을 따라 선암골생태유람길이 있어 트레킹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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