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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전남 곡성군 옥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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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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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과 공주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

성황당 마을 수호신‘목조신상’의 전설

옥과 성황당 목조신상. 조통과 아왕공주의 전설이 서려 있다.
전남 곡성의 서북쪽 가장자리에 옥과(玉果)라는 땅이 있다. 북쪽은 순창, 서쪽은 담양이라 전남과 전북을 넘나들 때 꽤나 자주 밟게 되는데 ‘길이 좋다’라고 몸이 느낀다. 읍내는 옥과천의 북편에 동서로 길게 자리한다. 그리 크지 않은 지대에 옥과초·중·고교와 전남과학대학이 들어서 있고, 분명 오래 되었을 주 거리에는 높낮이가 들쭉날쭉한 건물들이 계획적으로 일률화한 간판들을 매달고 있다. 낮에도 젊은이들이 카페나 베이커리의 모퉁이에서 웅성거린다. 소읍(小邑)의 나른한 예쁜 얼굴은 찾을 수 없고 어딘가 완성되지 않은 번잡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옥과는 예상치 못한 것에 대한 ‘놀라움’ 혹은 ‘실망’의 이분법적 생각을 완벽하게 무시하면서 스스로는 무척 만족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옥과출신 조통 연모한 고려 아왕공주
전쟁으로 먼저 떠난 임 그리다 뒤따라
부왕은 둘을 맺어주고 목상으로 조각

설령산 자락, 한국 최초 도립 미술관
근대 화가 조방원, 소장품 6800점 기부
호남 최고 선승 청화스님 창건 성륜사


목조신상을 모신 성황당. 뒤쪽은 의병장 유팽로 장군 사당이다.
◆조통과 아왕공주의 전설…성황당 목조신상

땡볕의 옥과읍내를 추적추적 헤매고 다닌 것은 남녀 한 쌍의 목조신상(木造神像)을 찾기 위해서였다. 남자상은 실제 인물인 조통(趙通)이다. 옥과 출신인 그는 고려 신종 때의 학자로 당대 굴지의 문인이자 학자인 이인로, 임춘 등과 함께 칠현(七賢)으로 불린 특별한 인물이었다. 여자상은 장군의 처라는 설과 장군을 사모하다 한을 품고 죽은 공주라는 설이 있다. 다만 전승된 구술 자료에 따르면 조통과 연이 있었던 실존 인물이며, 한을 품고 죽은 공주는 고려의 왕녀 아왕공주(我王公主)라는 전설이 있다.

가스 배달 아저씨도, 슈퍼마켓 아줌마도 그들을 알지 못했다. 진정 살아있는 역사인 노인의 도움을 받고서야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목조신상은 옥과읍의 경로당 부지 안 성황당 안에 모셔져 있는데, 자물쇠로 잠겨 있다. 때는 점심시간, 옥과의 모든 노인들이 모여 있다. “형님 곧 오실 겁니다. 점심은 자셨소?”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함께 점심을 드신다. 식사는 부인회에서 봉사하는 듯하다. 곡성군이 군내의 노인회를 많이 지원한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다. 식당으로 사용되는 건물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천광호(天光湖)라 새겨진 석비가 있다. 조선 선조 때 현감 방옥정(房玉精)이 기생 노주선과 뱃놀이를 하려고 판 인공 호수라는데, 석비는 선조 때의 시인 백호 임제가 쓴 것이라 한다. 마당 가운데에는 오래된 정자라는 만취정(晩翠亭)이 노인들의 쉼터로 살아 있고, 성황당 옆에는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유팽로를 모신 사당인 옥산사(玉山祠)가 있다. “저기 형님 오셨네.”

최초의 도립미술관인 ‘옥과미술관’. 아산 조방원이 땅과 작품, 소장품을 기증해 설립했다.
삐그덕, 한 칸 성황당의 작은 문이 열린다. 두 사람이 앉아 있다. 웃고 있다. 언뜻 조잡하게 깎아 만든 목각인형 같지만 사연을 알고 나면 삐딱하던 시선이 달라진다. 아왕공주는 조통을 연모했다. 사랑을 고백했고, 사랑은 깊어갔다. 그러나 조통은 부인이 있었다. 고민하던 그는 공주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북변을 정벌하는 장군으로 개경을 떠났다. 전쟁터에서 그는 적군의 기습을 받아 군사를 잃었고, 자신도 왼손이 잘리는 부상을 입었다. 조통은 낙향해 스스로 죄인을 자처하며 숨어 살다가 부상이 악화되어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조통의 행방을 알 수 없던 공주는 병이 들었다. 그리고 끝내 미치고 말았다. 부왕은 공주를 영험한 산신령이 있는 곳으로 보냈고, 공주는 산신을 섬기며 병을 치료했다. 완쾌되어 떠나는 날, 부왕이 써 준 ‘이 도(道)를 받으라’는 글귀를 말머리에 붙이고 말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말이 걸음을 멈춘 곳이 이곳 옥과였다.

공주는 옥과를 종신의 땅으로 삼고 남도 각지에 무속을 전하며 살았다. 옥과가 조통의 고향임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라 한다. 공주는 조통의 묘를 보살피면서 옥과 땅에서 생을 마쳤다. 공주의 죽음을 전해들은 부왕은 죽은 두 사람을 맺어주고 목상(木像)을 조각해 옥과의 수호신으로 성황사에 모시게 했으며, 제사를 받들 논 100여두락을 내렸다고 전한다. 1914년 행정구역이 통합되기 이전까지 국가가 주도하고 고을이 주체가 되어 제사를 지냈다. 이후 세 번 제사를 지내고 오래 방치되었던 것을 현재의 자리로 옮기면서 한동안 노인회관에서 제사를 모셨다. 그마저 2005년부터 중단되었다. 목조신상도 수년 전 도난 당해 현재는 엄격한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다. 신상의 형상과 시간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들의 이야기는 심장이 찔끔거릴 만큼 특별하고도 고통스러운 옥과(玉果)였다. 갱년기인가. “학생! 밥 먹고 가!”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뀐다. 빙긋.

아산 선생이 땅을 기증하고 청화 스님이 창건한 성륜사. 어느 선비동네의 골목길 같다.
◆옥과미술관과 성륜사

한국 최초의 도립 미술관이 옥과에 있다. 전남 옥과미술관. 적어도 읍내에 있으리라 믿었는데, 고개 넘고 산골 지나고 산길을 올라 한참을 가야 한다. 옥과의 북쪽을 외호하듯 둘러싼 설산(雪山) 자락에 미술관이 있다. 설령산(雪靈山)이라고도 하는데, 6·25전쟁 때 이 산으로 피란한 사람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고 하니 범상치 않은 산이다. 설산의 범상함을 알고 그것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이가 근대기의 화가 아산(雅山) 조방원(趙邦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 등 6천800점을 전남도에 기부하고, 명당의 기운 또한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며 땅을 제공해 미술관을 짓게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옥과미술관이다.

전남 무안 출신인 아산은 남종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에게 그림을 배웠다. 화단에서는 그를 한국남종화의 완성자로 여긴다. 미술관은 매우 고요하고 당당하고 평화롭다. 약간 어둑한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한국화에 무지한 눈을 탐욕스럽게 만든다. 먹이 이런 것이었나. 갖고 싶다. 훔치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그는 산수풍경을 수묵으로 그려 ‘먹산수 화가’라 불리기도 했다. 유불선을 추구한 구도자였고, 풍수지리의 대가였고,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남도의 마지막 선비라고 했다. 또한 국악인들의 쇠락을 아쉬워 해 남도국악원을 설립하는데도 힘썼다고 전한다.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과 유물 외에 직접 수집했던 서화류와 간찰들, 성리대전 목판각 등이 소장되어 있다. 그는 곡성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술관 아래에는 성륜사(聖輪寺)라는 절이 있다. 1988년에 불사를 시작했으니 30년 정도 된 절집이다. 성륜사의 창건주는 불교 호남 법맥의 최고봉으로 칭송받았던 청화(淸華) 스님이다. 영남에 성철 스님, 호남에 청화 스님이라 했다. 평생을 눕지 않고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불문에 든 47년을 산중 선방에서 수행에만 전념한 산승(山僧)이며 당대 최고의 선승(禪僧)이라고들 한다. 성륜사 땅을 기증한 이가 아산 선생이다. 아산은 청화 큰스님을 무척 흠모하고 존경했다고 전한다. 성륜사는 상당히 많은 전각들이 가파른 산세를 따라 배치되어 있고 각 전각을 잇는 길들은 어느 선비동네의 골목길 같다. 담담히 고운 이 절집에서 청화 스님은 2003년 입적했다.


▨ 여행정보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가다 순창IC에서 내린다. 27번 국도를 타고 옥과 방향으로 남하한다. 평장삼거리에서 우회전 해 옥과읍으로 들어간다. 목조신상은 옥과우체국 뒤편 옥과경로당을 찾으면 된다. 주소는 옥과2길 3-5. 점심시간에 찾아가면 신상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옥과미술관은 파출소 지나 옥과교 앞에서 좌회전 해 미술관로를 따라 계속 가면 된다. 미술관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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