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개 특권 담긴 ‘마법의 배지’

  • 최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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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04   |  발행일 2013-05-04 제1면   |  수정 2013-05-04
[y 스페셜] 지름 16.5㎜·높이 12.8㎜ 국회의원 금배지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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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가슴에 다는 금배지에는 엄청난 특권이 담겨 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비롯해 각종 혜택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다. 특권의 금배지인 셈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국회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된다. <영남일보 DB>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 가격은 3만5천원. 지름 16.5㎜, 높이 12.8㎜이고 무게는 6g 정도다. 순은으로 제작하고 겉만 금으로 도금했다. 하지만 이 작은 금배지를 가슴에 다는 순간, 그때부터 어마어마한 힘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은 200여개나 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지역과 나라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나름의 특권은 필요하다지만, 일반 국민이 ‘국회의원은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특권을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이라도 달아 본 사람은 절대 포기를 모른다. 국회의원이 마약과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국회의원의 특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헌법 제44조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된다’고 규정돼 있다.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 기능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헌법 제45조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통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국민의 대표자로서 공정한 입법 및 민의의 충실한 반영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특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현재 법정구속된 상태지만,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됐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서 부결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려면 일단 포기할 방법을 만들어 놓고 포기하는 게 순서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포기할 방법이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 의원이 법정구속된 데에는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라는 이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선고를 마친 재판부도 법정구속을 명하면서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비록 정 의원은 법정구속됐지만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석방을 요청할 수 있다. 헌법 제44조 2항에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됐을 경우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는 석방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사태의 주인공인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역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비록 김 의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법정구속만큼은 면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잡혀갔겠지만 불체포특권이 김 의원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되레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정부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先영장-後체포동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영장을 발부받고 나서야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인신 구속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난해 총·대선을 앞두고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여·야가 앞다퉈 공약한 ‘불체포특권 포기’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되면 KTX와 비행기를 누구보다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우선 KTX는 공적인 출장일 경우 무료로 이용한다. 매년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공무수행 출장비(비례대표, 수도권 지역구, 비수도권 지역구 차등 지급)로 표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당 배정액을 모두 소진했더라도 KTX 등 철도 이용은 계속 할 수 있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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