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1억원 훌쩍 넘어…불체포·면책특권 ‘막강 방패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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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04   |  발행일 2013-05-04 제2면   |  수정 2013-05-04
[스페셜] 국회의원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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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국회가 특권의 전당이라는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특권 내려놓기를 외쳤지만, 정작 관련 입법 마련에 미적대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위쪽)과 국회 본회의장 모습. <영남일보DB>


국회의원은 비행기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일반인과 함께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입국검사장을 거치지 않고도 출입국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귀빈실 운영규정 제10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입국의 경우 탑승교 입구에서 여권을 인계받아 입국수속을 대행하고 나서 귀빈실로 안내한다 △출국의 경우 항공사의 체크인 수속이 종료된 여권을 인계받아 출국수속을 대행하고 귀빈실에서 탑승교로 안내한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석이 기본이다.

최근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가 19세 이상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제한할 필요가 있는 국회의원의 권한은 무엇인가’라는 설문(복수응답)에 69.8%가 ‘연봉’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연금’이라는 답변이 68.2%로 2위, ‘보좌진 인원과 연봉’이라는 응답이 53.4%로 3위를 차지했다.

‘국회의원의 세비와 관련한 법률 및 규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월급인 세비(歲費)는 624만5천원이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여기에 각종 추가 수당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세비 외에 △입법활동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연구 등의 목적의 입법활동비(매월 313만6천원) △정근수당(연간 646만4천원) △명절 휴가비(775만6천800원) △차량유지비(월 35만8천원) △차량유류비(월 110만원) △사무실운영비(월 50만원) △사무실 공공요금(월 91만원·전화요금 30만원+우편요금 61만원) 등을 지원받는다.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다면 가족수당과 자녀 학비 보조 수당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다 합하면 연간 1억원이 훌쩍 넘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단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은 매달 120만원씩 국회의원 연금을 지급받는다. 여·야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19대 국회의원부터 의원 연금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생계가 곤란한 일부 전직의원에게만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법은 아직까지 국회 운영위에서 잠자고 있다. 국회의원 연금 제도는 지탄의 대상이었지만 여·야는 말로만 고치겠다고 하면서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연금 액수는 기초연금의 최대액인 20만원의 6배다. 특히 연금에 생계를 의존하는 전직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통과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국민의 대표자로서 오로지 국가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하게 함과 동시에 청렴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겸직 금지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의원의 수도 상당하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제19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현황’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32%인 96명이 하나 이상의 겸직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이 55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통합당(39명), 진보정의당·무소속(2명) 순이었다. 특히 21명에 달하는 변호사 겸직 의원 중 14명은 소속 로펌으로부터 보수를 수령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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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624만원…각종 수당 많아
하루라도 국회의원 했다면
매달 120만원씩 연금도 받아
10명중 3명꼴 변호사 등 겸직
특권 포기 또다시 불발 조짐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혈세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이 로펌에서 변호사 겸직을 하며 규모도 모를 이중 수입을 가지고 있는데 시민의 눈에는 국회의원이 투명하고 청렴하게 보일까”라며 “국회가 시민의 마음에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21세기는 탈(脫)권위주의 시대다. 하지만 국회만큼은 시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국회 내에 의원들만의 배타적인 공간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국회도서관 내에 있는 의원 전용 열림실이다. 330㎡(100평)가 훨씬 넘는 규모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국회의원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열람실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밖에 의원 전용 주차장, 이발소, 미용실, 헬스장 등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 2회 이상 해외 시찰을 국고로 지원하고, △골프장 이용 시 VIP 대우 △보좌진 출장비 지원 △외국출장 시 해당 공관원 영접 △준공식, 포상식, 개관식, 발대식 등 입·퇴장 시 관할 경찰관서의 교통통제 협조 등 의원직 유지에 별로 상관없는 특권도 수두룩하다.

지난 1월 SBS에서 방송된 ‘리더의 조건’에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소개된 바 있다. 개인 전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국회의장, 주차장이 따로 필요 없는 스웨덴 국회, 넓지 않고 딱 필요한 공간에서 개인 보좌관 없이 높은 강도의 업무를 보는 국회의원 등 대한민국 국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스웨덴 국민에게 있어 국회의원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국민의 일부였고, 이는 스웨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높은 신뢰로 이어졌다.

여·야는 지금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거듭나기’를 다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정치쇄신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 개선 △인사청문회 개선 △국회 폭력방지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국회쇄신소위를 보면서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회의 내내 평행선만을 달렸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여·야 합의에 따라 겸직 금지 등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된 10개 법안이 공동발의된 만큼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당 의원들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무턱대고 작년 합의사항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두 시간가량의 회의에서 국회쇄신에 대한 여·야 의원들 간의 크나큰 간극만 확인한 셈이다.

여·야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유권자의 정치쇄신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자 앞다퉈 ‘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임기 개시일을 33일이나 지나 뒤늦게 개원한 19대 국회,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긴 19대 국회 첫 예산안 처리, 소모적인 정쟁 등 구태를 재연하면서 정치권의 쇄신의지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과거처럼 호박에 줄 긋기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진정성을 보이면서 국민들로부터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는 오로지 여·야 국회의원들 손에 달렸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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