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 우리의 ‘흥부와 놀부’와 똑같은 전래동화 있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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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7   |  발행일 2014-11-07 제35면   |  수정 2014-11-07
● 전대완 前 우즈벡 대사에 듣는 ‘한국-중앙亞 교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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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완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발굴한 우즈베키스탄판 ‘흥부와 놀부’ 그림동화. 탐욕스러운 부자가 수박을 썰자 벌떼가 나오는 모습이다.

삼국유사 경문왕조에 나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는 소아시아반도(현 터키 일대) 프리지아의 왕 ‘마이더스’ 이야기의 내용과 같다. 이 설화는 프랑스·루마니아·러시아·그리스·아일랜드·칠레와 같은 지역에선 당나귀 귀 외에도 말이나 수산양(-山羊) 등으로 나타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는 인도·몽고·터키·투르크스탄·키르기스스탄 등에도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주인공들이 모두 당나귀 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문화는 문학과 예술 등을 통해 전파되고 그 길은 문명교류와 소통의 장이다. 또한 그 길은 민족이동과 말과 글의 경로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판 흥부와 놀부

‘옛날 옛적에 한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그가 소유한 얼마 되지 않은 땅에서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했으나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었다. 돈이 없어 자녀들을 공부시킬 수도 없었다. 하루는 들에서 일을 하다 황새 한 마리가 날개와 다리가 부러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황새를 집에 가지고 와 오랫동안 정성껏 치료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어느 날 그가 일하러 밭에 갔을 때 똑같은 황새가 나타나 수박 씨앗 3개를 땅에 두고 갔다. 농부는 그 수박 씨앗을 밭에 심었다. 수박이 익어 수확을 하게 되자 손님을 청해 함께 큰 수박을 썰었다. 그랬더니 그 속에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농부는 그것을 손님에게 나눠주고 보화를 팔아 자녀를 공부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의 탐욕스러운 한 부자가 황새를 잡아 다리와 날개를 부러뜨린 다음 가난한 농부가 했던 것처럼 치료를 해 날려 보냈다. 오랜 시간이 흘러 황새가 수박 씨앗을 물고 오자 부자가 그것을 심어 큰 수박을 수확하게 됐다. 부자는 손님을 청해 큰 수박을 썰었다. 그러나 그 수박 속에서는 벌떼가 나와 부자와 손님을 마구 쏘았다.’

이 이야기는 전대완 전(前) 우즈베키스탄 대사(현 계명대 특임교수)가 대사 시절 발굴한 것으로 우즈베키스탄의 ‘황금수박’ 전래동화다. 우즈베키스탄판 ‘흥부와 놀부’라 할 수 있다. 제비 대신 황새, 박 대신 수박, 형제 대신 이웃 등을 제외하곤 한국의 흥부놀부의 스토리와 같다. 그는 이 밖에 한국의 장화홍련전과 거의 내용이 유사한 민화도 우즈베키스탄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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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완 전(前)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계명대에서 열린 실크로드 인문학 국제학술회의에서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문화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 전(前) 대사가 주장하는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연관성

전 교수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미국, 태국 등지에서 직업 외교관을 역임하면서 그 나라에 대한 책을 펴냈다. 그는 지난달 31일 계명대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우리 역사 강역의 외연을 넓히자’는 주제로 색다른 발표를 했다.

그는 ‘비단길(Silk Road)’ 외에도 정수일 문명교류연구소장과 러시아 샤프쿠노프 박사가 제기한 ‘초피로(貂皮路·담비의 털가죽 길)’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초피로는 우리 민족의 시원에 있어 오아시스로(路)와 해상 실크로드 못지않게 중요한 길이다. 전 교수는 5~7세기 소그디아나(사마르칸트)~쿠차~바이칼~치타~당나라 영주~발해 상경용천부~연해주~두만강 하구~경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2의 동아시아 교역로, 즉 ‘초피로’를 다시 잇자고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초피는 발해의 특산물로 로마에까지 유통됐다. 만주지역에 다량의 소그드은화가 발견된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전 교수는 우즈베키스탄 대사로 재직 중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궁전벽화에 나타난 고구려 사신들이 ‘소그디아나의 마지막 왕이었던 와흐르만(650~670)을 배알하는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당시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사신을 보냈는데, 당나라의 침략으로 원교근공(遠交近攻)책을 써 사마르칸트와 군사동맹을 맺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우즈베키스탄 박물관에는 현재 전 교수의 해석대로 설명문이 쓰여 있다. 이 밖에도 중국 간쑤성 둔황석굴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진 벽화가 40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교수는 “고구려, 신라, 백제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서역과 교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역사적 증거가 부족하기보다 연구가 부족할 뿐”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이어 “현재 아프로시압 벽화의 존재만으론 연구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며 계명대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이 이미 우즈베키스탄 동양학연구소와 자매 결연을 맺고 있기에 양 연구소가 힘을 합해 고구려 사신의 파견연대나 신상, 목적 등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 및 우즈베키스탄의 일부 학자들이 소그드문자와 위구르문자, 몽고 파스타문자와 만주문자가 한글창제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병행가능한 연구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 안에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제대학원과 중국 대학원, 한국학 및 역사고고학 대학원도 함께 개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전 교수는 ‘아리랑’의 기원이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한 ‘아무강’과 ‘쓰르강’이라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전 교수는 “이곳은 옛날 소그드인들이 살던 곳으로 아무강(남강)과 쓰르강(북강)이 합쳐 아랄해로 들어가는데 아리랑의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의 가사 중 아무는 ‘아리’이고 쓰르는 ‘쓰리’로 변음돼 ‘아라리(아랄해)’가 됐다”고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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