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페르시아는 신라, 신라인을 이렇게 얘기했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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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7   |  발행일 2014-11-07 제33면   |  수정 2014-11-07
페르시아 문헌서 첫 발견된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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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외동읍 원성왕릉 입구에 있는 무인상. 서역인을 닮은 것으로 봐 신라와 고대 페르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간 활발한 문화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넓고 우뚝한 코, 움푹 들어간 눈자위에 부리부리한 눈, 곱슬곱슬한 수염이 턱밑을 가득 덮은 이방인. 아무리 뜯어봐도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과는 다르다. 게다가 257㎝가 넘는 큰 키에 한 손에는 철퇴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가슴에 올린 채 위압적인 모습으로 사람을 내려다본다. 까불면 금방이라도 철퇴를 휘두를 자세다.

경주시 외동읍 괘릉(원성왕릉)에 있는 서역인을 닮은 무인상을 말함이다. 8세기 말에 만들어진 이 석상은 천년 이상의 무게를 지닌 채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서역인상은 이곳 말고 경주 흥덕왕릉에도 있다. 고대 신라에 남겨진 이방인의 모습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주 황남동 미추왕릉 고분에서 출토된 유리목걸이에도, 황성동 무덤 토용에도, 구정동 방형무덤의 네 모서리에 부조된 무인상에도 서역인의 모습이 있다. 특히 방형무덤에 부조된 무인은 폴로(격구)용 스틱 같은 것을 쥐고 있다. 폴로는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유래됐는데, 신라는 물론 중앙아시아 유목민과 중국, 일본에서도 유행한 스포츠경기였다. 올 초 이희수 교수(한양대 문화인류학)가 우리말로 번역한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천년 사랑’에는 신라로 이주한 페르시아인과 신라귀족이 폴로경기를 벌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쿠쉬나메’는 이슬람세력에 나라를 잃고 중앙아시아와 당나라를 거쳐 신라로 망명한 페르시아 유민들의 대서사시다.

서역에 남겨진 우리 민족의 모습은 어떨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박물관에 가면 1965년 아프라시압 언덕 고분벽화에서 발견된 사신도 중에서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사절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돈황 429굴 벽화의 수렵도와 돈황 285굴 벽화도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고대 신라와 고구려, 백제는 세계를 향해 열린 사회였다. 특히 신라는 천년왕국을 이어오면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은 물론 페르시아와 북방의 중앙아시아, 남방의 인도 등과 교류했다. 경주는 그 중심에 있었다.

지난달 30일, 계명대가 한반도와 중앙아시아와의 ‘신(新)비단길’ 복원에 나선 가운데,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원장 김중순)을 개원했다. 연구원은 경북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계명대의 열린 시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경북도의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내년에 열리는 ‘실크로드 문화대축전’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그 첫 행사로 이틀간 ‘실크로드 인문학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연구원 설립 목적에 대해 “지금까지 세계문명이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동서(東西)로만 구분되면서 무시됐던 중간세계를 우리나라가 통섭해 신실크로드 시대를 열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문명충돌 위험을 문명공존의 길로 안내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선 김형오 전 국회의장(현 부산대 석좌교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모함마드 보수기 이란 테헤란대학 역사학과 교수 등의 논문발표와 전대완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현 계명대 특임교수),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등의 토론이 있었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는 보수기 교수가 발표한 ‘고대 페르시아 문헌에 기록된 신라의 묘사와 실크로드를 통한 문화교류’ 논문에 주목했다. 지금까지는 아랍어로 된 문헌에 ‘신라(Sila)’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 원본이라 할 수 있는 페르시아문헌 속에 ‘신라’가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전대완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찾은 우즈베키스탄판 ‘흥부와 놀부’ ‘장화 홍련’ 등의 전래동화도 소개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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