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영화박물관 들어서면 보유 영화자료·소품 몽땅 기증할 용의 있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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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5   |  발행일 2015-05-15 제34면   |  수정 2015-05-15
신재천 영화인협회 대구·경북지회장
20150515
신재천 한국영화인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이 대구시 서구 내당동 ‘궁중식당’ 지하창고에 보관된 영화 관련 소품과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그는 대구에 영화박물관이 생기면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대구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보다 역사 깊어
부산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영화 친구·해운대·국제시장의 힘
대구의 영화가 발전하려면
정책·행정지원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는 한때 영화산업의 메카였지요. 대구영화제도 부산국제영화제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부산은 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영화의 전당에만 부산시가 1천억원을 투자했지요. 부산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덕입니다.”

지난 8일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궁중식당’에서 만난 신재천 한국영화인협회 대구·경북지회장(64)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올해 초 시사회를 가진 영화 ‘갓바위’(대구영화인협회 제작)가 선정적, 폭력적이란 논란에 휘말려 제목을 변경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갓바위 선본사 측과 합의해 제목을 ‘인연’으로 바꿨습니다. 심의가 통과되면 올해 안으로 대구에서 먼저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 ‘인연’은 영화계의 거장 이두용이 총감독을 하고 조성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에는 원로배우 이대근과 뮤지컬배우 박해미 등이 출연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경산시가 각각 2억원을 지원해 총 6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다.

신 대표는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려면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야 한다고 했다.

“수십억 원의 돈을 들여 만든 영화가 개봉도 못하고 사라진 예가 많아요. 영화 ‘친구’와 ‘해운대’를 비롯해 최근의 ‘국제시장’까지 부산은 영화를 통해 도시를 알리고 있습니다. 대구도 그리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대구에 연기학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구의 영화가 발전하려면 영화인뿐만 아니라 정책과 행정지원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연’의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기죽지 마라’고 한 말이 그래도 힘이 됩니다.”

신 회장은 영화의 힘을 믿고 있다.

“불후의 명화 한 편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영화주제가와 촬영장도 멋진 상품이 될 수 있어요. 요즘엔 유명 영화의 촬영장이 자치단체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잖습니까.”

어릴 적 영화를 좋아했던 신 회장은 건설업을 하다 발가락 시인 이흥렬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앉은뱅이꽃’(1997)의 출연을 계기로 영화에 입문했다. 백운프로덕션 박형규 전 대구영화인협회 회장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이 영화의 제작후원을 했다. 이후 ‘침실의 침입자’ ‘물 위의 여자’ 등의 멜로영화에 출연했다.

2006년 영화인협회 지회장에 당선된 그는 매년 1편씩 대구를 배경으로 한 극영화를 제작했다. 2008년에는 <재>밀양영화촌과 공동으로 ‘동지섣달 꽃’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2009년 일본의 후지초 후류우 영화제에서 영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대구영화인협회 김영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 회장이 총감독을 한 ‘위험한 사춘기’를 제작했다. 이순재, 여운계, 현석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2010년 영화의 날 기념식에서 우수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해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이 영화의 시사회에 1만여 명의 대구시민이 참석해 관람을 했다. 2011년에는 민족시인 이상화의 삶과 사랑을 그린 ‘아마릴리스’를 총감독했다. 시나리오와 감독은 대구영화인협회 대구한의대 김일영 교수가 맡았다. 이어 2012년에는 학생집단폭력과 왕따를 주제로 한 ‘하이마트’를 총감독했다. 또 재작년에는 심혜진, 명계남, 전노민, 이주실 등 인기배우들이 출연한 ‘왔니껴’와 고려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의 충절을 기린 ‘파군재 가는 길’을 총감독했다. ‘왔니껴’는 안동댐 수몰민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전국 6개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영화제작뿐만 아니라 그는 대구영화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2008년 출간한 대구영화사적 자료집은 김대한 전 대구영화인협회 회장이 영남일보에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감독, 배우, 작품 순으로 엮었다.

지난 8일 찾은 ‘궁중식당’의 내부와 지하실에는 촬영기, 무성영사기, 비디오카메라, 필름, 옛 영화포스터 등이 가득 차 있었다. 이는 신 회장이 20년간 수집한 영화 관련 소품과 자료들이다. 김자옥과 고은아가 20대 초반에 출연했던 영화의 희귀 필름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창고에서 먼지만 쌓여 있는 현실이다. 신 회장은 대구에 영화박물관이 들어서면 영화자료와 소품을 몽땅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대구의 영화 발전을 위해 독립영화를 하는 지역의 후배들과도 교류하고 싶습니다. 대구가 영화도시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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