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살린 ‘초이노믹스’…경제성장과 고용은 ‘빨간불’

  • 구경모
  • |
  • 입력 2015-07-20 07:27  |  수정 2015-07-20 08:48  |  발행일 2015-07-20 제5면
‘최경환 경제팀 1년’ 성과와 과제
20150720

지난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최 부총리는 최근 기재부 출입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가 최악의 축소국면으로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냈고, 지난해 세월호 여파 속에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3.3% 성장을 거둔 것은 그나마 선전한 결과”라며 지난 1년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출 부진과 세계경제성장률 하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올해 경제가 예상했던 성장 경로를 밑돌게 된 걸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지낸 실세 경제부총리가 지난 1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올 1분기 한국경제는 전기보다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0.8% 오르는 데 불과했고, 4분기엔 0.3% 성장에 그쳤다. 올 2분기 경제 성적 역시 메르스 타격으로 좋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다.

◆ “지도에 없는 길 가겠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던 지난해 7월 ‘해결사’로 구원 등판한 최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 경기가 살아나고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하고, 부동산시장의 낡은 규제들을 조속히 혁파하겠다"며 과감한 경기확장정책을 예고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46조원이 넘는 재정확대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어 투자활성화대책, 추석 민생안정 대책,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등 열흘에 한 번꼴로 경제 분야 종합대책을 쏟아냈다.


LTV·DTI 규제완화대책 힘입어
상반기 주택거래량 29.1% 늘어나

‘가계소득 3대 패키지’호평받아
재정 확대 등 경기부양책 과감 시행

아시아인프라투자銀 참여 기회도
중국·베트남 등과 FTA 등 체결


특히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로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배당 등에 쓰이지 않고 남은 당기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을 많이 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3대 패키지’는 진보진영으로부터도 “획기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4차례나 금리를 내렸고,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해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전격 완화했다. 이에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며 ‘꽁꽁’ 얼어붙었던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2분기 0.5%에 그쳤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분기 0.8%를 기록하며 세월호 사고의 여파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저유가와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부진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이며 4분기 성장률이 0.3%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3%로 세계 평균(3.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최 부총리는 올 들어서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정문 정식서명,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대책 등에 이어 최근엔 메르스 피해 극복을 위해 11조8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내놓으며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와중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불법 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퇴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50여 일 간 국무총리 대행 자격으로 메르스 사태 수습을 총괄지휘하기도 했다.

◆ 사면초가 한국경제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노력에도 올해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이 내놓은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략 3.6% 안팎이었지만 최근 한국금융연구원(2.8%), 산업연구원(2.9%), 한국경제연구원(2.7%), 하나금융경영연구소(2.7%) 등 경제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中 저성장·엔저 악재로 수출 부진
내수도 3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

살아나던 소비와 투자 2분기 하향세
청년실업률 10%로 고용회복 주춤

집세 등 급등으로 서민가계 주름살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2%대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추경과 투자활성화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3.1%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은행조차 이를 감안하더라도 2.8%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돌파구가 되어주었던 수출마저 중국의 저성장, 엔저, 세계 교역성장률 둔화 등으로 최장기간 불황형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도 좋지 않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부진의 영향으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점차 살아나던 소비와 투자도 2분기 들어 하향세다. 여기에다 고용 회복세도 꺾였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53만명에서 올 들어 30만명대로 낮아졌으며 청년 실업률은 10%, 체감 실업률은 11%에 달하는 실정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0%대를 기록, 저물가 현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면 서민 살림살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세나 농축수산물 가격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해외시장 진출 노력은 호평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 노력 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주택매매거래량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29.1%나 증가했다.

최 부총리 역시 “부동산은 가계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드디어 집이 팔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가장 고맙고 반갑다”며 정책 효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주택시장 침체는 실물경기 침체로 직결되기 때문에 자산시장과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킨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국제 무대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한국에 개설하는 것과 함께 국내 금융기관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쿼터를 800억위안 규모로 받아내는 등 ‘위안화 허브’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중국 주도의 AIIB 참여도 결정, 연간 7천300억달러로 추산되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 참여 기회도 잡았다. 한국은 AIIB 참여국 중 5위 수준인 지분율 3.81%를 확보했고 이사와 부총재 배출도 함께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해 11월 이후 한·중 및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등을 잇따라 타결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경제 영토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을 포함해 세계 52개국으로 확장됐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하면 전 세계의 75%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7차례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투자와 관련한 수십 가지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판단을 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는 큰 흐름을 제시하고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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