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과 액세서리 제작·판매…국악 천재들의 청년예술인 협동조합…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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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6 07:29  |  수정 2016-11-16 07:36  |  발행일 2016-11-16 제11면
■ 성공적 청년 사회적 기업들
마르코-로호·온누리국악예술단
사회적 기업 정식 지정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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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호의 신봉국·은숙 남매가 함께 일하는 할머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지역과 소셜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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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국악예술단 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지역과 소셜비즈 제공>

#1. 청년 남매 ‘마르코-로호’를 창업하다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두고, 사회적기업 창업에 뛰어든 <주>마르코-로호 대표 신봉국씨는 20대 청년이다. 신 대표는 사회 문제를 우리 사회의 힘으로 풀어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사회적기업을 고민하게 됐다.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지역 할머니 일자리다.

여전히 소득이 필요하지만 거친 농사일을 할 만한 힘도, 공장에서 일할 기술도, 장사를 할 자본도 없는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패션을 전공한 여동생 은숙씨를 설득했다. 지역 할머니들을 모시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다.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되고 할머니들의 꼼꼼함이 더해져 명품 수준의 작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많은 연예인이 마르코-로호의 작품을 착용하고 있으며, 이제는 제법 유명한 상품이 많다.

신 대표는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생산품을 만들고,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성과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도전한 사회적기업이다. 그냥 내 주변의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보고 싶었고,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제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는 신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젊은 도전자를 환영해 주는 곳은 많지 않다. 사회적기업 분야는 그래서 젊은이에게 더 매력적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코-로호는 작년부터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오는 12월 경북도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2. 다시 뭉친 국악 천재들의 ‘협동조합’

청도군에 있는 ‘온누리국악예술단’. 국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1995년 결성 당시 초등학생이던 단원 대부분은 결손가정에서 위기 청소년까지, 어쩌면 예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지만 국악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어른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보고 좋아해 주는 모습에 힘을 얻고 더욱 열심히 ‘락(樂)’을 했다. 이들을 한국판 ‘엘 시스테마’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이들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국악단이 됐다. 각종 경연대회를 휩쓸었으며 해외공연, TV 출연 등이 줄을 이었다. 벌써 10여년 전의 이야기다. 그 재능 많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 지역 국악 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갓 서른을 넘긴 구승희 대표는 창립 멤버로 현재 14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온누리국악예술단을 책임지고 있다. 일부 공립 예술단 소속이 아니면 사실상 실업 상태에 빠지게 되는 청년 국악예술인들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해야만 했다. 예술인들도 협동하고 사업을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 대표는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월급 받을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우리를 사회적기업이라는 그릇에 담으니까 구성원들의 결속력이나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가 훨씬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온누리국악예술인 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지역의 흔치 않은 예술을 주된 사업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유선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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