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금 1천만원 남았을때 信保 지원받아…내년 매출 100억∼150억원 목표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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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6 07:40  |  수정 2017-07-06 10:17  |  발행일 2017-07-06 제19면
■ 신용보증기금 선정 퍼스트펭귄기업 ‘<주>멀티코시’
20170706
지난달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15억원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성장의 날개를 단 <주>멀티코시의 정재헌 사장이 핵심기술 중 하나인 상온 성형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운영자금이 딱 1천만원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신용보증기금이 저희 회사의 기술과 발전 가능성을 믿고 총 15억원을 보증해줬죠. 이제는 성장할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구미시 공단동 <주>멀티코시에서 만난 정재헌 사장(46)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LG전자에 입사, 20년 동안 연구개발 부서는 물론 PDP사업부 파트장, PDP재료공업 팀장, 강화 글라스(Glass)사업추진 태스크리더(Task Leader)를 역임한 정 사장은 LG전자 출신 동료 2명 등 4명과 함께 창업을 했다. 3D곡면에 패턴으로 직접 코팅하는 기술 등 특허 6건을 출원했고, 특허 3건은 추가 등록을 진행 중이다. LG이노텍과 LG전자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비를 구입, 공장 생산 라인 세팅도 완료했다. 공장 건평은 2천400여㎡(740평), 클린룸도 660㎡(200평)에 이른다.

3D곡면 직접 코팅 등 특허 6건
상온서 유리성형 가능한 기술도

"정부·투자자 4차 산업에만 관심
제조업 위한 다양한 지원 필요”


3D곡면에 직접 코팅을 하는 기술의 경우 공정과정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이 필름 위에 액정 유리를 합치는 형태라면, 멀티코시의 기술은 액정에 곧바로 패턴을 인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2단계 공정을 1단계로, 비용도 4달러에서 1달러로 줄일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는 상온 성형 기술이다. 자동차 유리, 스마트폰 유리 등 기타 모든 유리 제품을 성형하기 위해서는 800℃가 넘는 고온에서 성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설비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온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연료비를 써야 한다. 하지만 멀티코시는 상온(25~40℃)에서 성형이 가능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상온에서 성형이 가능한 만큼 설비를 할 필요도, 온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연료비를 들일 필요도 없다. 게다가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해 6월 회사를 설립한 이후 최근까지 매출은 없었다.

가지고 있는 기술 1~2가지만 팔아도 당장 70억원 이상은 벌 수 있지만, 인력과 인프라를 더 갖추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자들은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바이오나 IT 등 4차 산업 관련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제조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술의 가치는 인정했지만 한 번에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다 운영자금이 바닥날 때쯤인 지난달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기업에 선정돼 3년간 총 15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퍼스트펭귄기업은 무리 중에서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처럼 현재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을 의미하며,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추고 신시장을 개척,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말한다.

첫해인 올해 8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회사는 당장 연구개발 인력 1명을 신규채용했다. 자금이 보강되면서 스케줄에 맞춰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돈 걱정이 해결되면서 현재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보의 지원 덕에 자동차 디스플레이용 계기판, 모바일 3D 커버글라스 라인 세트업 등을 중국에 기술 이전해 당장 내년부터 100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노희남 부사장(45)은 “제조업의 경우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신보의 경우 매출, 자본금 등 정량적 평가를 우선시해야 하겠지만, 미래 가능성 등 정성적인 평가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세밀하게 갖췄으면 좋겠다”면서 “제조업도 종류별로 워낙 다양한 만큼 하나의 잣대가 아니라 다양한 지원기준을 마련하면 더 힘을 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제조업은 수입은 안정적이지만 대박은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정부뿐만 아니라 벤처와 엔젤투자자들도 모두 4차 산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제조업이 산업의 뿌리인데 이것이 공고해야 4차 산업도 더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신보의 지원으로 앞으로 2년간 7억원을 추가 지원받게 되는 만큼 인력은 물론 기술력도 지금보다 더 보강해 더 큰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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