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는 2024년까지 계속된다?

  • 손선우
  • |
  • 입력 2017-07-15 07:47  |  수정 2017-07-15 08:04  |  발행일 2017-07-15 제10면
장마철 강수량 ‘10년 주기설’ 주목
기상청·아태경제협력체기후센터 분석
1992∼2002년 장마철 평균강수량 281㎜
2003∼2013년엔 423㎜로 크게 늘어나
2014년 이후 145.7㎜로 다시 급격감소
대구 경북지역도 비슷한 양상 보여
20170715

기상 예측은 무척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장마 예측은 더욱 그렇다. 워낙 변수가 많아 고성능 장비를 쓰고 숙달된 예보관이 있어도 가끔씩 예보가 틀린다. 오죽하면 기상청이 10여년 전부터 장마 예측은 하지만 장마의 시작과 끝은 예보하지 않기로 했을까. 그런데 최근 기상학계에서 ‘장마 강수량 10년 주기설’이 제기됐다. 해당 학자들은 1973~2016년 장마 강수량과 평년비를 비교해, 약 10년 주기로 강수량의 증감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장마 강수량 10년 주기설

최근 몇년 동안 장마철에도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은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상학계에서 한반도 장마 강수량이 10년 주기로 변화한다는 가설이 나왔다. 한국기상학회가 지난 5월 개최한 2017년 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장마 강수량의 장기변화 특성’ 논문을 통해서다. 이 논문은 APCC(아태경제협력체 기후센터)와 기상청 기후예측과 연구원들이 1973~2016년 한반도의 장마 강수량과 평년비를 분석한 결과다. 장맛비는 적도 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차츰 북상하다가 아직 남아 있는 북쪽의 찬 공기 덩어리와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장마전선을 형성해 내리는 비를 말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뚜렷하지는 않지만, 지난 43년 동안 전반적으로 10년 정도의 주기로 증감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1992~2002년과 2003~2013년 등 두 기간의 강수량을 비교해보니 뒷 구간에 일 강수량 20㎜의 강한 강수 빈도가 증가하면서 앞 구간보다 장마기간 강수량이 증가했다. 실제로 1992~2002년 장마철 강수량은 평균 281.2㎜였고, 2003~2013년에는 422.9㎜로 크게 늘었다가 2014년부터는 145.7㎜로 큰폭으로 줄었다. 2015년엔 240.1㎜, 지난해엔 331.2㎜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장마철 전국 평년값(1981~2010년) 기준으로 356.1㎜의 비가 내리는 것을 감안하면 10년 주기로 강수량이 늘었다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러한 강수의 증감은 중부지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이 가설대로라면 2014년 이후 4년째 이어지는 ‘마른 장마’는 2024년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가 잘 내리지 않는 대구·경북지역도 이 가설에 해당될까? 특히 대구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 기후의 특성상 비구름이 통과하기 어려운 탓에 비가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13일 대구기상지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지역(대구와 포항, 구미 등 9개 지점)의 장마 기간 강수량도 10년 주기로 증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3~2013년의 장마철 강수량은 평균 386㎜로 1992~2002년(평균 274㎜)보다 112㎜나 많았다. 이 기간 대구지역 장마철 평균 강수량의 차이는 124㎜로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두 기간의 평균 장마기간과 강수일수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2003~2013년의 평균 장마기간은 41.6일로 1992~2002년(28일)보다 13.6일이나 길었다. 장마기간 대비 강수일 비율도 각각 59.7%와 52.2%로 차이를 보였다. 장마철에는 한 해 전체 강수량의 20~30%가 집중되는데 1992~2002년에는 6년 동안이나 이 수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2003~2013년에는 2년에 그쳤고, 장마철 강수량이 한 해 전체 강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해도 두번이나 있었다.

논문의 저자들은 한반도 장마기간을 지배하는 대기순환장의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연구결과 2003~2013년에는 한반도 남쪽의 고기압성 흐름이 강하고, 한반도 북쪽 상공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저기압성 흐름이 위치했다. 이에 따라 두 기단 사이의 경도가 우리나라 부근에서 커져 장마전선이 강화돼 많은 양의 비가 내릴 수 있었다. 우랄산맥에서 장출한 강한 고기압성 흐름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한반도 북쪽으로 대륙의 한기가 확장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중국 남부와 남중국해에서 대류활동의 약화와 연관된 북태평양 고기압의 동아시아 확장을 가져온 것이다.

◆7월 들어 서울 강수량 393.5㎜, 대구 12.8㎜…빈익빈부익부

하지만 올 장마는 예사롭지 않다. 장마전선이 전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쪽에선 폭우가 쏟아져 피해를 보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선 햇볕이 쨍쨍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장마기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장마철이라고 지역별로 균일하게 비가 내리는 건 옛말이 됐다. 이는 지역별 강수량 차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상청의 ‘장마철(6월29일~7월3일) 초반 강수량 집계’ 자료를 보면, 이번 장맛비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닷새 동안 서울과 강원도 홍천은 각각 160㎜, 251㎜의 비가 내렸다. 반면 대구는 4.7㎜, 부산 2.7㎜, 전남 여수와 경남 의령은 1㎜도 되지 않았다.

7월 들어서는 지역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더 심해진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지역의 강수량은 393.5㎜를 기록했다. 인천(255.3㎜), 경기도 양평(416.5㎜), 강원도 춘천(406.3㎜) 등과 한반도 중앙부에 있는 대전(328.5㎜)의 경우도 많은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전주는 98.4㎜, 광주 93.4㎜, 목포 54.1㎜의 비가 내렸다. 반면 대구지역의 강수량은 12.8㎜, 포항은 17.2㎜에 그쳤다. 두 지역 모두 5㎜ 이상 비다운 비가 내린 날은 하루뿐이었다. 경북의 경우 북부지역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안동은 183.4㎜, 봉화는 151.8㎜의 비가 내렸다. 최근 심상찮은 봄 가뭄 끝에 찾아오는 초여름 장마는 해갈에 있어 최고의 해결책인데 대구·경북지역의 가뭄이 걱정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정지역에만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는 건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장마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가 만나 대치하며 전선을 형성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쪽의 더운 공기와 남쪽의 더욱 더운 공기가 만나 비구름이 좁은 지역에서 강하게 발달한다. 이 때문에 수증기의 양도 많아지게 됐다. 이미 기상청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올해와 같은 장마의 양상을 보인다면 대구·경북지역은 예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 대구·경북(포항, 구미, 문경, 의성,
  울진, 영주, 영천, 영덕)지역 연도별 
  장마철 강수량 현황
연도 평균
강수량(㎜)
장마
일수(일)
평균
강수
일수(일)
한해 전체 강수량 대비 장마철 강수량 비율(%)
1992 170.5 15 8.1 18.6
1993 394 39 18.4 28
1994 126 15 7 18
1995 123.6 28 13.6 15.2
1996 275.4 29 15 29.1
1997 422.2 29 13.4 37.2
1998 403.6 35 23.4 25.2
1999 232.3 34 9 16
2000 172.1 26 11.4 15.6
2001 219.2 30 12.6 25
2002 201 31 15 15
2003 546 33 20 29.5
2004 250 24 14 19
2005 272 23 13.4 25
2006 679 39 26 50
2007 296 34 19.1 23.1
2008 269 40 18.1 31.6
2009 384 44 22.2 43
2010 177.1 41 21 17
2011 422 31 16 32.3
2012 255.4 30 14.4 20.5
2013 309.1 46 23.3 31.2
 <제공: 대구기상지청>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