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없어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구·경북 인력확보 비상

  • 최보규,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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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9 07:22  |  수정 2017-08-30 09:55  |  발행일 2017-08-29 제6면
일반병상보다 인력 2∼3배 필요
올 7월 등록병상 지역내 2640개
전국적으로 간호 수요 급증추세
수도권으로 인력 유출 심화될 듯
큰 병원-작은 병원 격차도 커져
20170829
지난 25일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 내부 모습. 간호사들은 병실 앞 복도에 마련된 서브 간호스테이션에 상주하며 환자들의 호출에 즉각 응대했다. 지난해 초 입사했다는 한 간호사는 “작년 일반병동에서 환자 20명을 보다가 현재 통합병동 환자 6명을 맡고 있다. 환자수는 확 줄었지만 업무량으로 보면 비슷하거나 지금이 더 많다”며 업무부담을 호소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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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 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역 병원의 간호인력 수급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병원은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예정된 시기보다 미루거나 가동병상을 축소해 운영하기도 했다. 더욱이 향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보편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일부 소도시 및 농촌지역의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그에 상응하게 간호사 수요가 더 늘어나는데, 이에 따라 대도시 및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어 안정적인 간호인력 조달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병상보다 인력 2∼3배 필요
올 7월 등록병상 지역내 2640개

전국적으로 간호 수요 급증추세
수도권으로 인력 유출 심화될 듯
큰 병원-작은 병원 격차도 커져


◆간호사는 부족한데 수요는 넘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은 2013년 1천423개, 2014년 2천363개에 그쳤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7천443개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만4천926개 병상으로, 두배 이상 대폭 늘었다.

대구·경북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지역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은 40개에 불과했지만, 2015년 415개, 2016년 1천875개로 급증했다. 지난 7월 말까지 집계된 등록 병상은 모두 2천600여개에 달한다.

이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간호사 인력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병원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일반병동보다 환자 규모당 약 2~3배 많은 간호사 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간호사 인력 부족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보고서에서 2030년 간호사 부족 규모는 15만8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총 면허등록 인원인 35만9천명의 44.1%에 달하는 규모다.

간호사 공급은 한정적인 데에 반해 전국 병원들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 간호인력의 ‘엑소더스’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병원은 통상 지역 병원에 비해 임금 등 근무 환경이 더 나은 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간호대학을 졸업해 지난해 서울 소재 상급병원 간호사로 취업한 이모씨(여·27)는 “같은 일이라면 당연히 월급 더 많이 받고 환경이 잘 갖춰진 대도시 병원으로 가려하지 않겠느냐”며 “지금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아이들이 많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 병원에서 간호사를 채용한다는데 이를 마다할 지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 모 종합병원 간호부장은 “대구·경북에 간호학과 졸업생들이 많다고 하지만 입학생의 70%가량이 외지 사람들”이라며 “타지에서 온 이들은 졸업하면 고향에 취업한다. 경북 출신이라고 해도 성적 좋으면 대도시나 서울로 간다. 경북 졸업생 수는 많지만 이쪽으로 흡수되는 인력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 인력 없다”

간호인력 수급 불안정 속에서 일부 지역병원은 벌써부터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지 못해 시일을 연기하거나 예정 규모보다 축소해서 운영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의성 영남제일병원은 지난해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간호사를 뽑지 못해 한동안 미뤄왔다. 그러다 지난 6월 가까스로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열었다. 하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병상 30개를 운영할 만큼의 간호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결국 병상 규모를 절반인 15개로 줄였다.

안동의료원은 2013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범운영하다가 간호사 부족과 수익구조 악화로 1년여 만에 중도포기했다.  이들 병원은 2015년 종전보다 완화된 형태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을 재개했다. 또 문경의 한 병원 역시 간호인력을 다 채우지 못해 가동병상을 예정보다 줄여서 운영해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태의 반복으로 대도시-소도시, 대형병원-중소병원 간 ‘인력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인 대구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여건이 좋은 병원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할텐데 규모가 있는 병원이 초반 기세를 잡으면 그쪽으로 간호 인력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경영 상태 좋은 병원들이 간호사를 확보하려고 특별수당을 주면 작은 지방 병원들은 아예 이 제도를 시도조차 못 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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