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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시장 묵호문어·소백산 특산물 약선당 한정식·새로운 버전 청포묵조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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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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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기자의 푸드로드] 영주

동해안권서 올라온 생문어 삶아 판매

비싸도 잘 씹히고 부드러운 참문어 선호

안동과 함께 동해 참문어의 대량 소비처 중 하나인 영주 365시장 내 명물인 참문어.
영주에서 처음으로 약선음식 선풍을 일으킨 박순화 사장의 꿈이 박혀 있는 ‘약선당’ 한정식. 인삼, 문어, 소백산 산나물 등 모든 음식에 약선요리 기법을 투입한 게 인상적이다.
순흥전통묵집과 달리 청포묵조밥 시대를 연 ‘청포마루’의 묵칼국수처럼 생긴 청포묵조밥.
세월의 기운이 고스란히 앉은 순흥전통묵집의 도마. 그 위에 올린 메밀묵을 썰고 있는 정옥분 할매(88)의 굽어진 손가락에서 묵 요리의 신산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순흥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기제사에는 어김없이 올라가는 막걸리와 멥쌀가루로만 만드는 순흥기지떡.
영주산 고구마를 이용한 다양한 파이류를 만든 ‘고구맘’.
그 말이 맞다면 선비고장인 영주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은 한국 양대 문어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영주와 안동의 대표시장 이름도 같다. 중앙시장. 유통량은 영주보다 안동이 더 많다. 안동 중앙시장에는 문어 전문점이 10곳이 넘는다. 한 해 취급 문어량이 무려 400t에 육박한다.

오후 8시가 되면 문을 닫는 영주 365일시장. 어둑해져서 그 시장에 도착했다. 토박이에겐 ‘중앙신시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 한편에 문어집이 모여있다. 부엉이상회문어집, 묵호문어공판장, 묵호문어집, 안정상회, 시장문어, 동해문어아지매 등이다. 영주에서 왜 묵호문어일까?

‘미스터 문어’로 불리는 채수관씨(56)를 만났다. 그가 낮에 삶아 얼음통에 보관 중인 문어 두 마리를 좌대에 올려놓는다. 그가 이 길로 들어선 건 30년 전. 올해 여든의 모친(신임순)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다. 모친도 30년간 여기서 잔뼈가 굵었다. 문어 장사로 60년을 보낸 집안이다. 모든 문어 가게는 하루 한두 차례 동해안권에서 올라온 생문어를 삶아서 즉석에서 판매하거나 택배를 보낸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영동선 이전에는 동해안 어물들은 보부상이 직접 도보로 유통시켰다. 영주·안동의 문어와 간고등어, 영천의 돔배기도 그랬다. 오는 도중 자연스럽게 숙성이 됐다.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되자 묵호문어집의 창업자 이춘자 할매, 부엉이집 할매 등이 시장 안에서 문어로 주름잡는다. 묵호에서 삶긴 문어는 영주까지 오는 영동선 완행열차에서 8시간 동안 숙성된다. 기차 안에서 숙성이 됐다. 그래서 묵호 현지보다 영주 문어가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세월이 좋아 묵호까지 잘 가지 않는다. 배송시스템이 완비돼 가게 앞까지 물건을 갖다준다.

동해안권서 올라온 생문어 삶아 판매
비싸도 잘 씹히고 부드러운 참문어 선호

약선요리 연구 박순화씨…양념에 승부
인삼·문어·청포묵·산나물에 비법 투입
시내 20곳 넘는 소백산 한우 숯불구이집
메주콩 중 가장 큰 보호종 부석태 사용
4代가 가업 잇는 청국장집‘한결청국장’

상온에 3일간 둬도 졸깃한 순흥기지떡
묵조밥만 40년 만든 할매 순흥전통묵집
정도너츠·고구맘·애플빈 3대 군것질집


◆영주문어의 고향은 묵호

25년 전만 해도 묵호가 동해안 참문어 특구였다. 그래서 다들 묵호에 목을 맸다. 묵호항 주변의 까막바위에는 국내 유일의 문어 동상이 서 있다. 거기에 유래가 적혀 있다. 조선 중기 ‘호장’이라는 선비가 바다에서 온 침입자한테 끌려가다 죽는데 이때 거대한 문어가 나타나 침입자들을 몰살시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인해 참문어 산지는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 이젠 울진, 포항, 구룡포 등에서도 많이 유통된다. 동해안권은 참문어가 주종이다. 영주도 거의 참문어에 집중된다. 상대적으로 질기고 값이 싼 돌문어는 남해안 거제도, 삼천포 등지에서 많이 거래된다. 제사용보다는 식당 술안주로 인기다. 돌문어는 삶을 때 금세 붉다가 흑갈색으로 변하고, 참문어는 흰색을 유지하다가 삶으면 밝은 자줏빛을 보인다. 가격은 참문어가 돌문어보다 훨씬 비싸다. 일반인은 잘 씹히고 부드러운 참문어를 선호한다. 마니아는 질깃하고 더 야문 돌문어를 좋아한다. 영주에는 참문어에서 졸업한 돌문어 마니아가 적잖게 포진해 있다.

채수관씨는 문어를 만나기 전 시인의 길을 걷다가 모친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자기 가게 상호에 부엉이가 들어간 걸 궁금해하는 손님이 많다.

“모친이 애지중지하던 부엉이 판 돈을 장사 밑천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부엉이상회가 됐습니다. 어머니는 부엉이 할매, 저는 부엉이 아저씨가 되었죠.”

그는 나름대로 영주 문어문화의 한 획을 긋는다. 1995년 영주에서 처음으로 생물 문어를 삶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묵호에서 온 생문어는 양파 담는 망에 넣어 7℃ 수족관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삶아 팔았다. 영주, 현대, 궁전, 귀빈, 대하 등 웬만한 예식장은 물론 풍기호텔, 서부불고기, 보람회관, 서부냉면, 대원회관 등에도 물건을 대주었다.

문어 등급은 대충 이렇다. 1~4㎏은 소문어, 4~10㎏은 중문어, 10~15㎏은 중대문어, 15㎏ 이상은 특대문어. 그런데 문어는 클수록 가격은 떨어진다. 가장 맛있는 건 4~6㎏.

◆소백산한우

왜 이렇게 숯불구이집이 많지? 나도 시내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가장 오래된 구이집은 축산식육식당, 신진식육식당 등이다. 이 밖에 영주시에서 추천한 업소는 서문가든, 중앙, 분수대, 소백산생고기식당, 영빈, 풍기인삼갈비, 영신, 황소걸음, 영주축협한우프라자, 영주한우마을, 동천 등 20군데가 넘는다. 가게 상호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부분 ‘식육식당’이 붙어있다. 신진식당은 직접 소를 키우고 정육점도 하면서 고기도 구워 판다.

영주에는 지금의 삼계탕을 만든 양대 탕이 있다. 칠향계와 삼우탕(蔘牛湯)이다. 정감록이 찍은 국내 제1승지로 불리는 풍기읍 금계리 주민들은 6년근 인삼과 한우를 6시간 정도 끓여 요리한 삼우탕을 보양식 겸 잔치음식으로 즐겼다.

영주한우는 중앙고속도로가 다 팔아준 거나 다름없다. 고속도로 개통 전에는 그렇게 어필되지 않았다. 소백산한우와 풍기인삼이 한 몸이 돼 판매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때 전국적 한우로 등극한 건 강원도 횡성한우. 그다음 비싼 건 울릉도 약소였다. 그런데 영주한우가 다크호스로 추격한 것이다. 고급육 출하 실적도 92%에 달해 1등급 한우 출현율이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끝내 ‘슈퍼 한우’란 칭호까지 얻는다. 전북 남원과 강원도 평창 대관령 한우시험장을 오가며 수정란을 공급받아 지역 번식우에 이식해 탄생된 것이다.

◆약선당과 부석태

소백산의 특산물이 한 상 가득 올라온 밥상을 만나려면 약선요리연구가 박순화씨가 꾸려가는 ‘약선당’으로 가야 한다. 15년 역사를 갖고 있다. 한때 인천시에서 7년간 약선당을 운영한 적도 있다. 7년 전부터는 약선당삼계탕도 함께 운영한다.

박씨는 국내 한식교육의 양대 요람인 한복려의 궁중요리연구원과 윤숙자의 전통음식연구소를 졸업했다. 그는 약선음식보다 약선양념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양념을 약념(藥念)이라고 부른다. 돼지에는 마늘, 닭에는 생강이 어울린다는 식으로 식치(食治)의 기분, 음식궁합의 이론체계를 여러 해 숙고했다. 6년근 인삼으로 만든 인삼튀김, 문어숙회, 전통방식의 청포묵 등을 앞세웠다. 3월에는 소백산 첫 나물인 눈개승마, 4월 초에는 당귀, 5월에는 다래순, 6월에는 산뽕잎, 7월 초에는 병풍나물 등을 순차적으로 확보했다. 신안군 천일염 300포대를 갈무리하고 있다. 강황가루로 밀쌈전병을 만들고 그 위에 당귀장아찌를 올린다. 한입 먹으면 눅눅한 식감이 번쩍 눈을 뜨게 한다. 조만간 소백산 골바람을 이용한 조기덕장을 운영할 거란다.

약선당의 기운은 풍기역 앞 ‘한결청국장’으로 건너간다. 이 식당은 영주에서 알아주는 청국장 전문점. 콩탕, 청국장전골, 인삼갈비탕, 한결육개장 등이 주메뉴다. 청국장 전문가인 조재봉씨(54). 그는 조모(장태진)와 모친(이진숙)으로부터 기술을 전수했다. 현재 딸(조나연), 사위(김태영)가 가업을 잇는 4대 청국장 집. 여기 메주콩은 좀 특별나다. 경북, 충북, 강원도 3도 접경구역으로 부석사 아랫마을인 부석면 우곡리와 남대리 등은 국내 메주콩 중 가장 크고 보호종인 ‘부석태’의 고장. 그 부석태만 사용한다. 부석태는 2015년 5월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등록됐고 이로써 영주시는 2035년까지 품종보호권을 보유하게 됐다. 덕분에 영주에 ‘콩세계박물관’이 들어선다.

◆영주의 별미 이야기

순흥읍에 가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떡이 있다. ‘순흥기지떡’이다. 읍내리 우체국 옆에서 문을 열었는데 당시는 방앗간을 겸했다. 장화복 할매(82)한테서 둘째 아들 김주한씨(56)로 가업이 넘어간다. 39년간 읍내에 있다가 7년 전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상온에서 3일간 둬도 마르지 않고 상하지 않고 졸깃한 게 이 집만의 기술력. 막걸리와 멥쌀가루만 이용해 만든 증편인데 토박이들은 ‘기주(起酒)떡’이라고도 한다. 영주시 휴천동 동부교회 옆 ‘인정떡집’의 기지떡도 알아준다.

영주의 대표 빵집은 ‘태극당’. 감자탕은 1981년 문을 연 하망동의 ‘명동감자탕’이 고수급. 국물이 맑다. 투실한 감자가 고명처럼 올라간다. 영주도 쫄면으로 유명하다. 영주동의 ‘중앙분식’이 본가 격이다.

묵할매를 만나야 된다. 소수서원 가는 길목에 있는 ‘순흥전통묵집’. 이 집을 일으킨 정옥분 할매. 올해 88세인 정 할매는 40년 이상 묵조밥만 만들어왔다. 너무 고생했다. 손가락이 거의 휘어져버렸다. 기력이 바닥났다. 하지만 시간만 나면 도마 앞에 앉아 묵을 가지런하게 썬다. 성스러운 광경이다.

새로운 버전의 청포묵을 맛보려면 1년 전 문을 연 영주시 상망동 하계골에 숨은 듯 위치해 있는 ‘청포마루’로 가면 된다. 한때 통기타라이브클럽을 운영했던 최광현과 그의 아내 김은주씨가 손을 잡았다. 남편은 휴천동에서 ‘뻐꾸기’란 라이브클럽을 12년간 운영했다. 이 집은 멸치 육수보다는 소고기 육수를 앞세웠다. 따뜻한 묵채국 같은 스타일이다.

냉면은 역시 순흥읍에 있는 ‘서부냉면’이다. 시어머니 김숙임씨(작고)로부터 15년 전 둘째 며느리 명연옥씨한테로 가업이 넘어간다. 여긴 수작업 천국이다. 직접 메밀을 갈아 체질하고, 반죽한다. 사태, 양지, 사골, 갈비뼈 등을 삶은 육수에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7대 3으로 빚은 냉면을 말아준다. 지저분한 고명은 없다. 정말 깔끔하다. 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먹는 사람은 “맛이 왜 이리 밍밍하냐”면서 주인을 쳐다본다. 하지만 나중엔 단골이 되는 묘한 평양냉면집이다. 대구로 가는 길에 영주동 골목에 숨은 ‘메밀명가’를 우연히 방문했다. 주인의 눈매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혈혈단신, 그리고 자수성가한 40년 내공의 우경식 사장(51). 치열한 그의 삶에 밑줄을 긋는다. 그는 평양·함흥냉면의 본질이 뭔 줄 안다. 평양냉면에는 메밀, 함흥냉면에는 고구마 전분만 사용한다. 특이하게 주방에서 미리 비벼 낸다. 일종의 ‘비빈냉면’이다.

마지막 간식은 영주의 3대 군것질집을 추천한다. 82년 ‘정아분식’으로 시작, 생강도너츠 신화를 만든 스타가게 ‘정도너츠’, 고구마와 사과파이의 신지평을 연 ‘고구맘’과 ‘애플빈’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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