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 공연가 ‘회전문 관객’

  • 김수영
  • |
  • 입력 2018-12-14   |  발행일 2018-12-14 제33면   |  수정 2018-12-14
장기공연 뮤지컬·전국투어 클래식
오리지널팀·국내작품 가리지 않아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 ‘매력’
영화·무용·전시 등 문화 전반 확산
20181214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회전문관객이 늘고 있으나 뮤지컬 분야에 특히 많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레미제라블’. (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은성씨(48·대구 수성구)는 뮤지컬 마니아다.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씨는 한때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그는 대구를 찾은 꽤 유명한 뮤지컬은 거의 관람했다. 일반적으로 한 뮤지컬을 한 번 관람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는 같은 뮤지컬을 많게는 5~6번까지 보기도 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장기간 뮤지컬을 하는 게 잘 없어 여러 번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1~2개월 장기공연을 하는 작품들이 꽤 있어서 좋은 작품은 2~3번 정도 보러 간다”고 했다. 올 연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지컬은 ‘라이온 킹’. 지난 11월7일부터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 뮤지컬을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보고 12월 초에 다시 본 그는 뮤지컬이 끝나갈 즈음 또 관람할 예정이다.

“티켓오픈할 때 세차례 공연을 미리 예약했습니다. 티켓 오픈할 때 예매하면 할인해주어서 바로 예매를 했지요. 그런데 2번 보고 나니 몇 번 더 보고 싶은 욕심이 들더군요.”

이씨처럼 똑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반복해 보는, 이른바 회전문 관객이 늘고 있다. ‘뮤지컬 마니아’ ‘뮤지컬 덕후’ 쯤으로 보면 될 듯하다. 이들은 한 번 본 작품을 보고 또 보며, 열과 성을 다해 그 작품을 지지한다. 이들이 뮤지컬의 홍보대사, 전도사 역할도 한다.

회전문 관객의 증가는 최근 문화예술시장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장기공연을 하는 뮤지컬에서 회전문 관객이 많지만 클래식공연에서도 백건우, 조성진 등 세계적인 명성의 연주자 공연을 찾아다니며 보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클래식공연의 경우 한차례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 연주자가 전국투어를 하면 그가 공연하는 지역을 찾아다니는 열성팬들이다. 이외에 영화, 무용 등의 공연은 물론 전시를 여러 차례 보는 이들도 꽤 많다.

◆매번 봐도 새로운 공연= 이씨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이유는 볼 때마다 그 작품이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씨는 좋아하는 작품의 경우 기본 2~3번은 본다고 했다. 특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좋아하는데 오리지널 팀의 공연은 2번, 국내배우가 출연한 공연은 3번 봤다고 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해서 그런지 음악도 좋지만 안무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계속 가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단 한 차례 대구에서 공연되었던 뮤지컬 ‘위키드’도 4번이나 봤다. 뮤지컬을 좋아한 그는 국내에서 공연이 안된 뮤지컬이라도 여러 방법을 통해 음악을 구해 듣는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그동안 한국에서는 공연이 안 되었던 위키드의 뮤직넘버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공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관람해도 질리기는커녕 만족도가 점점 높아졌다고 했다. 뮤지컬 ‘맨 오브라만차’도 이씨가 감동적으로 본 작품이다. 3번이나 봤는데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다는 말을 곁들였다.

그는 “한 작품이라도 배역을 더블캐스팅이나 트리플 캐스팅하는 공연들이 많다. 캐스팅이 다른 공연을 보면 새로운 느낌이 난다. 같은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라고 해도 2~3번 보면 처음 볼 때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공연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