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축구 경제학’…기업인 회원 주축 엔젤클럽(대구FC 후원모임)이 선도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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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7   |  발행일 2019-07-27 제5면   |  수정 2019-07-27
대팍, 대구의 스포노믹스 시대 열다
후원회서 기업인 커뮤니티 형성
구장이 비즈니스 핫플레이스로
다이아몬드 엔젤은 전광판 노출
광고효과에 착한기업 이미지도
평균 관중 1만명 경제가치 입증
입장수입 급증에 주변상권 활기
경기없는 날에도 교류 이어가면
지역 컨벤션센터 역할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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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엔젤클럽 회원들이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엔젤클럽 제공)

축구가 돈이 될 줄은 몰랐다. 아니,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축구를 통한 경제 활성화는 다른 나라 얘기로만 알았다. 천문학적인 수입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통해 한번쯤 들은 말이었다. 그런데 대구에서 ‘축구와 경제’를 둘러싸고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축구와 비즈니스가 결합하는 모습이 보인다. ‘축구의 경제학’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프로축구 대구FC의 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대팍) 시대가 불러온 현상이다. ‘대팍’은 시민구단 대구FC의 경제적 가치를 높였을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팍 시대를 맞아 대구FC 후원모임인 엔젤클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대팍을 비즈니스 공간으로 만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노믹스를 꿈꾸다

엔젤클럽이 스포노믹스(Sponomics) 활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엔젤클럽 회원 가운데 기업인들이 많아 가능한 일이다. 전·현직 대구상공회의소 회장도 엔젤클럽 회원이다. 또 엔젤클럽 회장은 대영에코건설 이호경 대표이사이고, 3명의 상임부회장도 기업과 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엔젤본부의 엄태건 상임부회장은 <주>태준메디컬 대표, 엔시오본부의 김완준 상임부회장은 <주>JID의 대표, 대구시 감사관을 지낸 강병규 상임부회장은 세영회계법인 대표이다.

기업인들이 주축인 엔젤클럽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인적 네트워크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의 한 전문가는 “현시대에서 커뮤니티는 비즈니스의 원동력이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연결을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것이 곧 비즈니스와 직결된다”며 엔젤클럽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엔젤클럽도 대구FC와 대팍을 통해 경제적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 대팍을 비즈니스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대구FC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선 신용보증기금 임원 및 간부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신용보증기금은 엔젤클럽과 상호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엔젤클럽 회원들 상당수가 신용보증기금의 고객이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 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엔젤클럽 관계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지역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거기에서 비즈니스가 일어난다. 단순히 축구만 보는 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코즈 마케팅을 펼치다

코즈(Cause) 마케팅은 대의명분을 기업의 이익 창출에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대구FC가 시민구단이라는 점에서 코즈 마케팅은 지역 기업에 유효하다. 엔젤클럽 회원들은 시민구단을 후원하는 공공의 명분 속에 실질적인 이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대팍을 통해 광고 효과도 얻고 있다. 엔젤클럽 다이아몬드 엔젤의 경우 경기장 대형 전광판으로 기업 이미지가 노출된다. 대팍이 TV중계 효과가 뛰어난 전용구장임을 감안하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다. ‘착한 기업’ ‘공적인 기업’의 이미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 엔젤인 <주>홀삭스 박진현 대표는 “대팍 전광판에 브랜드 이미지가 노출되면서 많은 분들이 사무실로 전화를 해오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팍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박진현 대표는 대팍에 거래처 관계자들을 초청해 비즈니스를 하기도 했다. 이호경 회장 역시 하나자산신탁회사 대표를 대팍으로 초빙했다. 이 회장은 “대팍의 명성은 이제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다. 하나자산신탁회사 대표가 ‘안 그래도 가보고 싶었다’며 반가워했다. 대팍은 단순한 축구장이 아니다. 스포노믹스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팍을 스포노믹스 센터로

대구FC와 대팍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구FC는 평균관중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월드컵스타디움을 사용했던 지난해 평균 관중은 3천명 정도에 불과했다. 입장 수익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대구FC의 경기당 입장 수익이 1억원에 달한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대구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셈이다.

대팍의 경제적 가치를 감안하면 스포노믹스의 요람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명실상부한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대구FC의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대팍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팍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은 20일이다. 한 엔젤클럽 회원은 “축구를 보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경기가 없는 날에도 교류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엔젤클럽 회원들의 분야는 기초소재부터 제조, 디자인, 의료, 전자, IT 등 다양하다. 대팍이 비즈니스 컨벤션센터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한 셈이다.

지역의 한 경제인은 “대구시가 대팍을 스포츠를 넘어 산업적인 측면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역 기업들을 홍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대팍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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