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자녀 月교육비‘121만원’…노무직보다 2배 많아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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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8 07:29  |  수정 2019-11-28 07:52  |  발행일 2019-11-28 제3면
대구지역도 소득·교육 대물림 현상 뚜렷
20191128
돈 없으면 행정고시 준비도 힘든 시대가 됐다. 대구의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영남일보 DB>

여럿이 운동장을 달린다. 어떤 이들은 좋은 운동화에 운동복을 입고 달리지만, 어떤 이들은 맨발에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린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는 이들의 복장에서 이미 정해진다. 우리는 지금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미래 상당부분을 결정 짓게 되면서 지역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칠 생각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악순환되고 있다.

수성구 대학생 67%, 부모가 등록금 뒷받침
고시·명문대 합격생 고소득층 자녀가 다수

생활형편 안되면 고위관료 도전 엄두못내
흙수저 출신 사회초년생은 학자금 빚 허덕

◆돈 없어 미래 준비 못하는 청년

흙수저 출신의 사회초년생 A씨(여·26·대구시 동구 신천동)는 매달 월급에서 관리비 포함 60만원 가까이 되는 오피스텔 월세와 식비 등 생활비가 빠지고, 한 해에 120만원씩 갚아야 하는 학자금대출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다.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한 후 500만원의 빚을 떠안은 그는 “소요비용 등을 모두 제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적금을 들려다가도 없는 돈을 쪼개 저축해봤자 큰 금액도 안 될 것 같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고위 관료를 꿈꾸며 행정고시를 1년간 준비했던 B씨(22·달서구 죽전동)는 최근 꿈을 접었다. 1차시험인 PSAT 과목부터 2차시험인 정치·경제·행정학 등 각 과목의 강의료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주변 친구들은 서울 고시촌으로 1차시험을 치르자마자 다음 시험 준비를 위한 유학(?)을 가지만 자신은 그럴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는 “형편상 행정고시에 길게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며 “지역인재를 뽑는 7급 공무원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 ‘직업계층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따르면, 사회계층의 세대 간 대물림 현상은 소득계층뿐만 아니라 직업계층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아버지의 직업이 1군이면, 자녀직업 역시 3군일 확률보다는 1군일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1군은 입법 공무원·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 전문가 등이고, 3군은 서비스·판매 종사자, 농·어업 숙련 종사자·단순노무 종사자 등이다.

◆부모의 지위가 자녀교육 질 좌우

지난해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 모두 고등학교를 이수하지 못한 가구의 자녀는 27%만이 고등교육을 이수했지만, 전문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이수한 부모가 1명이라도 있는 가구의 자녀는 75%가 고등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는 교육비로 월 총 41만5천582원을 지출하고 있는 반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3만3천87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통계는 대구도 마찬가지다.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7년 가구당 고등학생 1인당 월 교육비 지출액은 평균 85만3천원 정도였다. 이 중 수성구 113만4천원·중구 91만4천원으로 높은 금액을 보인 반면, 서구는 8개 구·군 중 가장 낮은 금액인 57만원, 달성군은 67만4천원이었다.

대학교 등록금 마련 방법도 수성구는 ‘부모의 도움’ 비율이 66.9%로 8개 구·군 중 가장 높았지만, 서구(37.8%), 중구(48.9%) 등은 그 비율이 낮았다. 반면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비율은 중구(11.8%), 서구(11.5%), 달서·달성(8.2%), 국가 장학금으로 마련하는 비율은 서구(34.5%), 남구(25.8%), 북구(25.3%) 순으로 높았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에 따라서도 고등학생 자녀 교육비가 점차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초졸 이하 부모의 교육비는 29만8천원이었던 반면, 고졸 이상은 65만5천원, 대졸이상 부모는 102만5천원이었다. 또 전문·관리직 부모는 121만6천원인 반면, 기능·노무직은 68만3천원으로 가장 낮았다.

하세헌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 나타난 큰 현상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이 부분이 대구지역에서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 중”이라며 “지역의 각종 고시나 서울대·의대 합격생 등이 고소득층 자녀이거나 사는 곳이 수성구 지역인 것이 증거다. 대구에서도 결국 소득과 교육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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