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28.9%…확 떨어진 자식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계급 고착화’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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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8 07:05  |  수정 2019-11-28 07:51  |  발행일 2019-11-28 제1면

우리사회가 ‘계층 상승 사다리’ 실종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계급 고착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신분상승은 언감생심이고, 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사치”라고 주장한다. 최근 우리 국민이 현대사회에서 신분 상승이 갈수록 어렵고, 부의 대물림 현상은 점점 굳어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통계가 나왔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노력해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2.7%로, 10년 전(2009년 37.6%)보다 약 15%포인트 낮아졌다. 자식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 ‘높다’고 응답한 비중도 28.9%로, 2009년(48.3%)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자신이 하층이라 응답한 사람은 본인세대와 자식세대의 계층이동(상승) 가능성에 대해 각각 12.5%와 21.5%만이 ‘높다’고 답했다.

흙수저들의 계층이동을 힘들게 한 요소 중 하나는 집값 상승이다. 직장인 A씨(30)는 “‘내 집 마련’이 최대 목표다. 하지만 지금 저축하는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세청과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 동안 대구에서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직접 증여한 건수는 1천135건에 이르고, 물려준 재산은 총 1천569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의대와 로스쿨 제도도 신분상승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예전엔 고시의 경우 ‘문이 좁지만 붙기만 하면 사회 지도층으로 직행할 수 있는 등용문’이라고 여겨졌지만 이젠 사정이 좀 다르다. 로스쿨은 학비가 연간 수천만원에 달해 저소득층엔 문턱이 높다. 로스쿨을 졸업해도 부모 신분에 따라 진로가 달라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한 조사에선 로스쿨생의 52.3%가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고, 소득 2분위까지의 저소득층 자녀는 18.9%에 불과했다.

의대나 약대도 마찬가지. 또 다른 신분상승의 관문인 의·약대도 천문학적인 등록금이 큰 부담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의·약대 입학생의 59%가 고소득층 자녀였고, 16.5%만이 저소득층 자녀였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과거 산업화를 통해 부의 계층이동이 활발히 진행됐지만, 1997년 IMF 국가부도 사태 이후 가진 사람이 더 가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청년들이 노력을 하면 신분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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