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푸른 유니폼 이승엽 ‘행복한’ 첫 훈련

  • 장준영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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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14   |  발행일 2011-12-14 제26면   |  수정 2011-12-14
“김태균과 홈런왕 경쟁? 삼성엔 형우가 있잖아요”
“후배에게 배우며 초심 각오…기대치 부응 자신있어
“올핸 홈런·타율보다 100타점 돌파에 최선 다할 것
“청도는 있는데 경산이…고속도로 출구 헷갈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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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말 듣고 싶어” 8년 만에 친정 삼성으로 돌아온 ‘라이언 킹’ 이승엽이 13일 경산 삼성볼파크에서 복귀 후 첫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청도 표지판은 있는데, 경산이 안보여요.”

‘국민타자’ 이승엽이 8년 만에 친정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첫날, 그는 어렵게(?) 경산볼파크에 도착했다. 20대 대부분을 보냈고 일본프로야구 진출 후에도 몸을 만들기 위해 숱하게 찾았던 곳이어서 의아했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경산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출구를 잘못 찾은 것이었다. 팬들을 비롯, 구단과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파란 유니폼’을 다시 입던 날, 일본을 돌아온 것처럼 그렇게 볼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13일 경산볼파크에서 만난 이승엽의 얼굴은 무척 환하고 밝았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보는 사람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본무대에서 뛰었던 8시즌 동안에도 매년 빠짐없이 찾았던 곳이지만, 마음이 달랐다. 편안함, 그 자체였다. 그는 이날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러닝·기자회견·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스케줄을 마무리했다.

“언젠가는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곳에 정착해서 그런지, 그냥 좋습니다.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제가 해야할 일이 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목표를 내세울 만한 시기가 아니지만, 홈런이나 타율보다는 100타점을 돌파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적응을 하지 못하면 핑계 밖에 되지 않으니까 후배들에게도 배우면서 초심으로 부딪힐 각오가 돼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편안함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고참급 프런트들은 엊그저께 헤어진 형들처럼 살갑게 대해주고, 오랜만에 보는 후배의 별명을 불러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입맛에 익숙한 볼파크 식사는 물론이고, 주변의 지인들도 하나같이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높아지고 있는 기대치에 대한 부담만 빼고는 전부 마음에 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진짜 열심히 해야죠. 그래서 팬들에겐 ‘8년 만에 왔지만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듣고싶고, 자신에겐 ‘정말 돌아오길 잘했다’는 만족감을 느끼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성적이 더 중요했지만, 이제는 어떤 면으로는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할 위치에 선 만큼 우승을 위해 성적을 내면서도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두루두루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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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돌아와야할 곳…그냥 좋습니다

마음이 편하니 여유도 묻어나왔다. 한국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5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태균이 “승엽형과 맞붙을 수 있어 영광이지만 지지 않겠다”고 말한데 대해서는 “홈런경쟁을 하기엔 시기가 좀 지난 것 같고, 더구나 우리팀엔 최형우가 있다”며 되받았다. 실제로 이승엽은 이날 개인훈련 중이던 최형우를 만나자마자 “한 수 가르쳐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최형우는 두 손으로 예의를 갖추면서 “영광입니다. 형의 인기는 변함이 없네요”라며 화답했다.

이승엽은 오는 17일까지 볼파크에서 훈련을 하고 서울에서 가족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이달말쯤 다시 볼파크에서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승엽은 “이런 저런 부담이 없지 않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땀 흘리다보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면서 “8년 동안 한국프로야구, 특히 투수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진 만큼 코칭스태프와 소통하고 후배들에게 물어보면서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경산볼파크에는 이승엽의 친정복귀 첫 훈련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이 수십명 몰려 이승엽의 인기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장준영기자 changc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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