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방민호·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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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01   |  발행일 2014-01-01 제29면   |  수정 2014-01-01
실체 없는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
안정감 있는 문장, 문학상 格 높여
[소설 심사평] 방민호·하성란
방민호·하성란.(사진 왼쪽부터)

본심에 올라온 열 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불편한 계절’은 베트남 이민여성과의 결혼 이야기다. 몇 해 전부터 단골 소재가 된 만큼 색다른 시각에서 풀어나가주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예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여타의 소설들과 구별되는 ‘사적’인 에피소드가 하나만 있었더라면 금방 차별화되었을 것이다. ‘기념품’은 탄탄한 구성과 문장력이 뒷받침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소설 도입부의 강력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흥미가 반감되었다. 독특한 소재임에도 흥미를 붙잡아둘 수 없다면, 그것이 단순히 흥미만을 위한 선택인 건 아니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친부의 폭행과 상처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좀더 차분하고 내밀하게 땅 아래를 흐르는 물처럼 이야기를 써나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식탁’은 몸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옮겼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구체적이고 즉물적인 어휘를 적절히 사용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사실 희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가 좀더 극화되었다면 주제가 돋보였을 것이다. 중심적인 사건이 뚜렷하게 등장하면 갈등들이 생기고 희극을 통한 세태 비판이 더욱 신랄해졌을 것이다.

‘지오이드면’은 인간의 불안과 공포의 힘을 잘 구현해냈다. 실화를 소설로 이끌어내는 솜씨가 출중할뿐더러 주제를 지오이드면과 연결시킨 부분 또한 자연스럽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면으로 보여주지 않으며 실체를 향해 들어가는 솜씨가 좋다. 하지만 문장과 구성면에서 아직은 거친 면이 보인다. 작가에게 필요한 건 습작의 기간인 듯 보였고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플레이’는 CCTV가 주된 소재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고 사생활이 보호, 보장되지 않는 현대 생활을 잘 그렸다. CCTV가 포착하고 있는 것이 주인공인 여자와 시인의 삶인데, 그들의 삶은 실체적이지 않다. 유령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일상을 포착해낸 CCTV의 장면들 속의 그들을 과연 그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장이 화려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으로 뽑혔다. 영남일보 문학상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수작이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다음을 기약하는 분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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