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소감] 송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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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01   |  발행일 2014-01-01 제30면   |  수정 2014-01-01
홀로 깨어 있다는 것, 외롭지만 행복
사람의 마음에 기대는 글 쓰고 싶다
[시 당선소감] 송지은
송지은

두통과 함께 날아온 당선 통보는 한동안 나를 혼돈의 늪에 밀어넣었다.

집 앞의 오래된 버드나무가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일 때마다 분명 이럴 것이라는 생각과 겨울 하늘에서 우는 단말마의 새소리도 촉촉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도심을 벗어나 흙을 밟고 산 지가 3년이 되었다.

자라던 풀들과 곡식들이 안식이거나 소멸한 자리에 홀로 깨어 있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나 또한 홀로 깨어 있어서 행복하다. 생각의 뼈를 세우고 감성을 마름하는 일들은 고난이자 내 삶의 의무이므로 멈출 수는 없다.

두통은 느닷없이 찾아왔지만 시는 늘 나무늘보처럼 움직였고 나는 오래 기다려야 했다. 멀리 혹은 높은 곳에 있으면서 가끔은 축지법을 쓰는 너. 기다리는 일로 익숙한 나에게 혼돈이 밀려든 것은 길을 잘 찾아가라는 무언의 메시지일 것이다.

거실에서 각혈을 하듯 잎을 다 쏟아내던 천리향 나무는 화분을 벗어나 앞마당에서 흰 눈을 맞고 있다. 서둘러 오는 봄에는 꽃이 필 것이고 어둠을 거머쥐고 나온 향낭들이 얼마나 많은 종소리를 쏟아낼지가 자못 궁금하다. 그들이 그리는 풍경 속에서 나는 또 분홍색 연속무늬 가슴앓이를 하게 될는지 모른다.

하루 동안 곁에 머물던 편두통이 빠져나간 공간에 내일처럼 기뻐해줄 사람들을 호명해 본다. 그 이름들로 하여 잘 견디었고 넘어지지 않았다고. 그리고 부족한 글에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영남일보에 감사한 마음을 올린다.

시의 몸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기대는 글을 쓰겠다고 정갈하게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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