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대구는 나루터 천국이었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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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20   |  발행일 2014-06-20 제33면   |  수정 2014-06-20
대구의 사라진 옛 나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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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달성군 화원읍과 고령군 사문동을 오가던 목선. 목선은 85년 철선으로 바뀌면서 60명의 사람과 차량 6대를 운반하기도 했으나 93년 사문진교 개통으로 사문나루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가 앙산 장원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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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강창교가 생기기 전까지 대구시 달서구 파호동과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를 오갔던 목선. 사람들이 수레와 자전거를 실은 채 배를 타고 금호강을 건너는 가운데 이락서당이 보인다. <달성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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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금호강 팔달교 부근에 있던 갯벌 주막집. <사진가 앙산 장원식 제공>

대구는 ‘포구도시’였다. 낙동강과 낙동강의 가장 큰 지류인 금호강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강은 북구 검단동과 다사읍 세천리에서, 낙동강은 달성군 논공읍과 구지면에서 두 번 크게 물돌이를 친다. 그 주변에 강나루가 즐비하게 존재했다. 금호강 하류지역인 대구시 북구와 달성군 다사지역에도 강나루가 여럿 있었다. 대한민국 내륙도시치고 대구만큼 나루가 많은 도시는 드물었다.

내륙이지만 바다를 향해 열려 있었던 대구. 통일신라시대를 연 문무대왕의 아들 신문왕은 한때 바다와 연결된 내륙수운의 집산지인 대구를 통일왕국의 수도로 삼으려했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강화도에서 판각된 팔만대장경은 서해~남해~낙동강을 통해 해인사로 옮겨졌다. 고려 말, 왜구는 낙동강 수로를 타고 연안지역을 노략질했다. 이 가운데 대구지역은 세 번이나 약탈을 당했다. 조선시대 대구지역의 유림들은 낙동강과 금호강을 오가며 강안문학을 꽃피웠다. 유림들은 중국 항저우의 시후(西湖)를 빗대 금호강 하류를 ‘서호(西湖)’라고 부르기도 했다. 금호강이 낙동강과 만나 호수와 같이 넓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낙동강과 금호강은 관군과 의병의 방어선이 됐으며, 근대에는 서양문물이 유입되는 길목이 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나루터는 국가가 관리했다. 담당관리는 도승(渡丞)이라 했으며, 아래로 진리(津吏)와 나룻배가 배치됐다. 경상도속찬지리지 대천(大川)편에는 현재의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 사문진이 성주목 화원현에 속해있었다. 경상도지리지 대구군(大丘郡) 도진(渡津)편에는 금호진(琴湖津), 달천진(達川津), 저탄진(猪灘津) 등 3곳이 나온다. 해동지도 대구부 산천조에는 동안진(東岸津)과 달천진이, 도진편에는 무태진(無苔津), 이천진(伊川津), 며가리진(加里津), 강창진(江倉津), 강정진(江亭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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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권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 자문위원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대구지역 지형도(1918)에 보면 금호강에는 복현나루·검단나루·무태나루·달천나루·선사나루·강창나루 등이 나온다. 또 대구와 고령을 낀 낙동강에는 노곡(문산)나루·강정(곽촌)나루·등검정(호촌)나루·사문동(화원)나루·발리산(바램이·월성)나루·웃놉락(상로다)나루·노강(아랫놉락·하로다·송곡)나루·진두(무계)나루·덕산(사촌)나루·성하나루·우산나루·백산나루·도동나루·개(경)포나루 등이 상세하게 표시돼 있다. 나루는 인마(人馬)통행의 경우 2개의 배가 표시돼 있고, 사람만이 통행할 경우 하나의 배만 나와 있다. 대구를 낀 낙동강과 금호강에는 인마통행표시가 돼 있지 않다. 일제는 강을 따라 배가 지나갈 경우 ‘통선(通船)’으로 표시했다. 근대화, 산업화로 낙동강과 금호강연안에 있던 나룻배와 나루터는 사라졌다.

최원관 다사향토문화연구소장은 “다사지역 금호강에는 해랑개, 달천나루, 이천나루, 선사나루, 매곡나루, 강창나루, 삼파진 등이 있었다”고 했다.

수로교통의 터미널이던 나루는 육로와 연결돼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큰 교각 밑에는 대개 큰 강나루가 있었다. 근대적 교통수단과 교량이 생기기 전 강나루에는 주막이라는 ‘소식터’가 있었다. 강나루는 돌다리, 목교, 뽕뽕교, 나룻배, 주막과 수명을 같이했다. 하지만 콘크리트교각과 시멘트제방이 들어서면서부터 나루터는‘낭만의 옛터’가 돼버렸다. 그런 가운데 낙동강 전체 길이 506㎞ 가운데 가장 많은 구간을 접하고 있는 달성군(58㎞)과 고령군(55㎞)은 옛 나루터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자치단체 모두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수량이 풍부해진 강을 따라 인문학과 수변문화를 덧입히고 있다.

이번호 위클리포유는 대구를 끼고 있는 낙동강과 금호강의 주요 나루터를 취재했다. 또 나루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 삶도 함께 살펴봤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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