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해 2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는 웜비어. 연합뉴스 |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뇌 조직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웜비어가 입원한 미 신시내티 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의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북한에서의 일에 대해 정보가 없어서 신경 손상의 원인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특히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었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웜비어가 보톨리누스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다만 이날 의료진은 "웜비어가 구타당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웜비어는 미국 송환 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스스로 숨을 쉬고는 있지만 언어에 대한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장했던 청년 웜비어가 의식을 잃은 채 송환되자 미국내 여론도 들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미국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체류할 당시 룸메이트였던 대니 그래튼이 워싱턴포스트(WP)에 입을 열었다.
15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그래튼은 북한 여행 마지막 날 웜비어가 북한 당국에 끌려가는 것을 본 유일한 미국인으로, 지금까지 언론 접촉을 피해 왔다. 그러나 웜비어가 식물인간 상태로 귀국하자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였다.
그래튼은 웜비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북한이 그를 억류했다며 웜비어는 북한 정권의 잔인함의 희생양이라고 WP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특히 웜비어가 북한 공안에게 끌려갈 때 웃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튼은 호기심에서 북한여행에 나섰으며, 웜비어와는 북한에 들어가기 직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웜비어와 처음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고, 3박4일 일정의 북한여행 동안 한 방을 썼다고 말했다.
웜비어는 가장 젊었기 때문에 여행단에서 튀었으며,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했다.
평양에서는 두 번째 밤은 제야(除夜, 해의 마지막 밤)였으며, 여행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호텔로 돌아왔다. 바로 이날이 북한이 주장하는 웜비어가 선전 포스터를 훼손한 날이다.
그는 웜비어가 포스터를 훔친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지 않아 몇 주가 지나 뉴스 보도를 보고야 그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알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래튼은 웜비어가 아주 사려 깊은 청년으로 '나이보다 훨씬 성숙'했으며 지금도 웜비어가 포스터를 찢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 날 웜비어와 함께 호텔에서 나와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을 때가 되서야 처음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웜비어와 그래튼이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여권을 제출하자 북한 공안이 와 웜비어를 연행해 갔다고 밝혔다.
그는 그 순간까지도 일상적인 절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웜비어를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래튼은 당시 웜비어에게 "'이게 널 보는 마지막 순간이겠군'이라고 꽤 초조하게 말했다"며 "이 말에는 거대한 아이러니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웜비어가 연행되어 갈 때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8개월 동안 웜비어의 부모와 연락을 계속했으며, 그동안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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