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이 하한정국을 맞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럽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각 정파의 복잡한 셈범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교섭단체가 4개나 되는 ‘다당’시대를 연 여야 정치권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글의 게임’을 일찌감치 시작하는 모양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무성 의원은 최근 소속 정당인 바른정당 의원들은 물론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과 함께 초당적 의원 모임 구성을 물밑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의원의 모임에는 국민의당 의원들도 참여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연구로 포장돼 있지만 초당적 의원 모임은 결국 지방선거를 앞둔 정계개편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때부터 서로 호감을 가지고 움직였던 김무성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 사이에 일정한 교감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겠다고 한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용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다음 대선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는 두 당의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안 전 대표는 판단한 듯하다. 더욱이 수도권과 호남의 경우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하에 고공지지율을 자랑하면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해진 상황이어서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안철수·김무성 두 사람의 바람대로 양 정당 통합이 순항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또 원내냐 원외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TK(대구·경북) 보수 정치권에서만 해도 바른정당 내 원외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원하지만, 원내에서는 한국당과 합쳐지길 원하는 편이다. 한국당에서는 바른정당과 합쳐지길 원하지만, 양당의 전면적인 합당에는 고개를 젓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다만 차기 지방선거 승패, 3년 뒤 총선에서의 유·불리 등을 고려한 ‘암중모색’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한 ‘합종연횡’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를 위해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국민의당·바른정당을 향해 거친 ‘언사’로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어 주목된다.
추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당에 드리는 시(時)”라면서 “(국민의당은)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최근 4%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국민의당을 비웃는 듯한 메시지를 던졌다.
홍 대표도 추 대표와 다르지 않다. 홍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바른정당 통합론’을 거론하며 “지금은 좌파 진영도 분열되어 있고 우파 진영도 분열되어 있다. 정당 통합은 인위적인 정계개편보다는 국민이 선거로 심판한다고 생각한다”며 바른정당을 향해 ‘첩’이라고 깎아내렸다.
야권의 한 인사는 “정치권도 휴가철을 맞았으나 정계개편의 불씨를 당기기 위한 노력이 수면 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이 당 존립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