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나아졌지만 혁신은 없다” 한계 부딪힌 스마트폰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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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3 07:36  |  수정 2018-08-23 07:38  |  발행일 2018-08-23 제20면
스마트폰의 혁신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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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IT(정보기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왔던 스마트폰 분야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에서는 카메라 성능과 배터리 수명 등은 개선됐지만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새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에 대해 외신과 IT전문 매체들은 “최상의 스펙을 갖췄으나 혁명적 변화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런 쓴소리는 삼성전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천130조원) 시대를 연 애플이 지난해 야심 차게 내놨던 10주년 기념 ‘아이폰X’도 기대 이하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비싼 몸값만큼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이에 역사가 10년이 넘은 스마트폰의 혁신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삼성 갤노트9 뉴욕서 언팩행사 진행
블루투스 탑재…동영상 촬영 가능한 S펜 주목
“최상스펙 갖췄으나 혁명적 변화 없다” 지적도

아이폰 10주년 기념 ‘아이폰X’ 기대이하 성적
애플 기능개선 늘어났지만 혁신은 눈에 안 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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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9.(삼성전자 제공)

◆혁신의 한계 부딪힌 스마트폰

이번 갤럭시노트9에 대한 외신과 IT전문 매체의 평가를 요약하면 ‘새로운 진화에 주목했으나 혁신의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더 빨라지고, 재충전 없이 더 오래갈 것”이라면서도 “경천동지할 새로운 특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는 “모든 것이 약간 더 나아졌지만 혁명적인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갤럭시노트8과 상당히 비슷하며 이는 스마트폰의 ‘혁신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단점을 꼽았다.

실제로 갤럭시노트9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은 많지 않다. 외관은 뒷면 지문인식 센서가 카메라 옆에서 아래로 내려간 것을 제외하고는 전작인 노트8과 비슷했다.

화면 크기는 6.4인치로 커졌고, 하드웨어 스펙은 경쟁사 플래그십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중앙처리장치(AP)가 개선돼 LTE 환경에서 최대 1.2Gbps의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2시간짜리 HD 동영상을 10초 만에 내려받을 정도)를 낼 수 있다. 저장공간은 512GB·128GB, 램(RAM)은 각각 8GB·6GB 메모리가 탑재됐다.

‘S펜’은 가장 관심이 쏠리는 기능이다. 휴대폰을 세워 놓고 멀찍이서 블루투스로 S펜을 눌러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 촬영 조작도 가능하다. 별도의 충전 없이 휴대폰 본체에 꽂기만 하면 40초 만에 완충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지난 10년간 신세계를 체험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겐 성이 차지 않는다. ‘하드웨어 성능이 강화돼 빠른 속도로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갤럭시노트9 언팩 행사장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여러분은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년 노트가 더 나아질 수 있게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 솔직히 매년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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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 (애플 제공)

◆스마트폰 경쟁·혁신의 역사

2007년 1월9일 세상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기계가 선보였다. 이날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제품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휴대폰, 뮤직 플레이어, 인터넷기기’를 하나로 묶은 아이폰은 인류 역사를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가르는 분기점이 됐다.

아이폰 열풍은 휴대전화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휴대전화에 어떤 기능이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에 어떤 기능을 넣느냐가 중요해졌다. 게임, SNS, 인터넷전화, 모바일뱅킹 등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초기 아이폰은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특징이다. 손톱이나 펜으로는 조작할 수 없지만 손가락으로는 멀티 터치가 가능했다. 화면을 스치듯 만져도 입력이 가능한 덕분에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에 효과적이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자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 대부분이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3년여를 절치부심한 끝에 2010년 6월 갤럭시S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같은 해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독특한 기술이 적용된 아이폰4가 출시됐다. 화면 화소 네 개를 하나로 묶어 글씨, 그림, 동영상 등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때문에 아이폰은 화면에 보이는 정보량은 원래 해상도의 1/4에 불과하지만, 모니터나 TV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후 음성인식 서비스와 스마트시계, 무선 이어폰 에어팟 등 스마트폰과 관련된 콘텐츠와 제품들은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아이폰 뒤에 붙는 ‘진화’를 나타내는 숫자는 8까지 늘었다. 삼성은 먼저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을 내놓았다. 하지만 혁신의 한계에 부딪힌걸까? 진화가 누적될수록 기능 개선은 늘어가지만 혁신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스마트폰 혁신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흥미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신제품이 궁금해서 출시 전 스마트폰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광경은 흔치 않아졌다. 길어지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와 기술 혁신 한계와 맞물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년 전 아이폰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는 경쟁과 혁신이다. 아이폰이 없었다면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혁신은 경쟁자를 발전하게 만들고, 경쟁은 더 나은 혁신을 낳는다. 베젤을 최소화한 디자인과 홈 버튼 없애기는 공통 트렌드가 됐고, 무선 충전 같은 편리도 같이 추구하게 됐다. 이런 신기술 적용과 진화는 경쟁자에게 가장 좋은 개발 동기를 부여한다. 경쟁을 멈출 수 없으니 앞으로도 혁신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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