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뮤직톡톡] 새야 새야 파랑새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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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8   |  발행일 2019-03-08 제39면   |  수정 2019-05-01
미완으로 끝난 동학운동…3·1운동, 촛불혁명으로 진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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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장으로 압송돼 가는 녹두장군 전봉준.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든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100년 전 조선은 동족 서로간 소통이 열악했지만 3·1운동만큼은 전국민이 동참한 첫번째 평화적 민중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동학농민운동으로 시작된 민중항쟁의 역사는 100년이 지나 촛불집회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사실 조선시대 때 몇 차례 민중운동이 있었으나 당시는 왕조국가시절이라서 민란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조선은 대내외적인 변화에 흔들리고 있었고 사회운동과 제도개혁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바로 그 시대적 흐름을 타고 동학농민운동은 수운 최제우로부터 시작해 전봉준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그후 15년이 흘렀다. 1919년에 다시 한 번 전국적으로 발흥된 운동이 3·1 독립만세운동이다. 이 운동을 주도한 세력은 천도교였다. 그 대표자가 천도교 3대 교주인 손병희다. 즉 동학에서 시작된 운동이 3·1운동으로 명맥을 이어왔다고 할 만하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확산된 동학농민운동은 후일 3·1운동의 모태가 된다. 그 3·1운동은 지금의 민주주의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상해임시정부를 만들게 된 결정적 모티브를 제공하였다.

1894년 12월 동학혁명의 마지막 분수령인 우금치 전투는 동학군 2만여명 대 일본군 200여명과 관군 2천500여명이 맞서 싸운다. 일본군은 맥심 기관총보다 한 등급 낮은 개틀링 기관총과 최대사거리 2천m의 스나이더 소총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동학군은 칼과 활, 죽창, 사거리 100m 화승총을 갖고 적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 1명이 사망(36명은 병사)하는 동안 조선인 3만여명이 학살된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체포되어 1895년 처형됨으로써 동학운동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비록 미완으로 끝이 난 농민혁명이었으나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새야새야 파랑새야’라는 노래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여기서 파랑새는 ‘일본군’, 녹두꽃은 ‘전봉준’, 녹두밭은 ‘조선민중’으로 생각하며 다시 읽어 보면 이 노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 노래는 미완의 혁명으로 끝이 난 수많은 동학운동의 희생자들을 위해 전 국민이 다 같이 부른 진혼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노래는 솔·도·레, 단 3개의 음으로 만들어진, 미니멀리즘의 끝판 왕이라 할 만하다.

한 곡 더 소개하면 지금은 멜로디가 전해지지 않고 가사로만 전해지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 못 가보리’라는 곡이다. 가보세는 갑오년, 을미적은 을미년, 병신은 병신년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민중들의 의지가 가사 속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민중의 동력을 얻어 혁명을 완수하자는 의미를 담은 노래다.

다시 현재 역사적 관점으로 재해석해보면 갑오년에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저하며 행동하지 않으면 동학농민혁명은 실패로 돌아갈 것임을 예견한 노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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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실제로 1894년에 갑오개혁이 있었고 그 해 12월 녹두장군 전봉준이 체포되어 이듬해 1895년 을미년 초에 처형되었다. 또한 그 해 일본에 의해 민비가 시해되기도 했다. 그리고 1896년은 고종황제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을 가는, ‘아관파천’의 해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두 갑자(甲子)가 흘러 2014 갑오년 세월호 참사를 딛고, 2015 을미년을 지나 2016 병신년에 촛불혁명으로 굽이쳐갔다. 미완으로 끝난 동학운동이 3·1운동으로, 다시 120년 뒤 촛불혁명으로 진화해간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에게 준 순자(荀子)의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글귀가 생각난다. 황하는 만번을 굽이쳐도 반드시 동쪽 바다로 흘러간다. 충신과 진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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