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色입히다가 돈때문에 ‘브레이크’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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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19 07:23  |  수정 2011-10-19 07:23  |  발행일 2011-10-19 제8면
820대 도색 20억원 드는데 대구시의회서 지출 부결
폐차후 교체시 도색하기로 시민들도 새 디자인에 불만

대구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시내버스 외부디자인 변경 계획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이면 대구 시내버스의 절반가량이 재도색을 끝내야 하지만 예산 문제로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일부 시내버스의 디자인 변경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구시가 애초 지향한 ‘컬러풀대구’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8년 대구시는 지식경제부 공공디자인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내버스 외부디자인 변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이듬해 대구시는 국비 1억여원과 시비 4천800여만원 등 1억5천만원을 들여 시내버스 색상 개발용역을 발주하고 시민 여론수렴을 통해 급행노선은 적색, 그 외 노선은 청색의 두가지 색상으로 도색할 계획을 세웠다.

시내버스 전체 차량 1천658대 중 2014년까지 차령(내구연한)이 만료되는 차량 830대는 폐차 후 신차 출고시 도색을 하며, 이를 제외한 828대는 2010년과 2011년 두해에 걸쳐 도색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시는 늦어도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올해 8월 전에는 도색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18일 현재 도색이 완료된 버스는 272대에 불과하다. 그중 125대는 지난해 10월 이후 출시돼 자연히 새로운 색상이 도입된 버스다.

예산이 가장 큰 문제였다. 828대의 버스를 도색하려면 약 20억원이 소요되는데 대구시의회가 시 재정 열악 등의 이유로 도색비 지출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폐차후 새 버스로 차량을 교체할 때 도색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시내버스 차령이 끝나는 2020년 이후에야 모든 버스의 디자인 변경이 가능해지게 된다.

그러나 변경된 계획과 달리 노후된 시내버스 147대의 도색 작업이 이뤄졌다. 때문에 현재 대구에는 구형과 신형이 뒤섞여 4가지 디자인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민 최병민씨(36·서구 평리동)는 “ 버스 디자인이 통일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신형 디자인도 대구의 이미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다른 도시의 디자인을 따라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시가 일부 노후화된 차량을 도색하는 전 과정을 시내버스조합에 위임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2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지만 정비업체 선정과 예산집행 등의 과정을 모두 조합에 맡겨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몇해 전 시내버스 디자인 변경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지만 시의회가 예산 지원을 거절하면서 사실상 일괄 변경 계획은 포기한 상태다. 시민들의 불만은 이해가 가지만 예산문제로 인해 순차적으로 변경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버스조합에 도색 작업을 위임한 것은 시내버스 준공영제하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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