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차오른 달항아리, 하얀 눈송이 꽃 폈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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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18   |  발행일 2014-03-18 제22면   |  수정 2014-03-18
‘백설유약기법’ 연봉상 도예가 10년 만의 개인展
장작가마만의 불맛·흙맛에 현대적 조형미 매력
꽉 차오른 달항아리, 하얀 눈송이 꽃 폈네

팔공산 자락에서 용진요를 운영하고 있는 연봉상 도예가가 10년 만의 개인전을 18일부터 23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연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2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단 세 번의 개인전만 열었다.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간 해왔던 작업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전통이란 단순한 기법의 전승이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유약을 사용한 연봉상만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백설유약기법으로 제작한 달항아리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달빛여행’이란 제목의 작품은 마치 달항아리에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눈송이를 항아리 표면 가득 담아냈다.

이 유약은 콩재와 장석, 석회석 등의 흙을 섞어 만든 것으로, 독특한 질감이 특징이다. 이 질감이 마치 하얀 눈송이처럼 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하얀 달항아리의 둥글고 풍만한 곡선과 눈송이 같은 유약의 질감이 겹쳐지면서 또 다른 느낌의 달항아리가 완성됐다. 이 질감은 달의 표면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전통의 맥을 이어가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도예작업을 하면서 우주의 순환원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 같은 우주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과거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내고 시간의 순환성을 통해 자연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전시기획팀장은 “작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시간의 순환성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은 순환된 시간 속에서 생명력을 창조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적 조형성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작가는 편리한 가스가마나 전기가마가 아닌 전통 장작가마만을 고집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가가 장작가마에 매력을 느끼는 큰 이유는 장작가마 특유의 요변(도자기를 구울 때 불꽃의 성질, 잿물의 상태 등으로 가마 속에서 변화가 생겨 구워낸 도자기가 예상치 않은 색깔과 상태를 나타내거나 모양이 변형되는 일) 때문이다.

작가는 “장작가마로 구우면 도자기 특유의 불맛, 흙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그래서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울 때 묵언으로 정성을 다하고 굽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자기의 성형 등은 작가가 유도할 수 있으나 불은 자연적 현상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장작가마로 구울 때 이런 자연적 현상이 더욱 강해진다”고 말했다.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작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품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 같은 작가만의 제작기법으로 만든 달항아리를 비롯해 다기, 생활자기 등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생활자기도 다채롭게 소개된다. (053)668-1566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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