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역량개발센터와 함께하는 멋진 부모 되기] 손놀림교육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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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12 08:14  |  수정 2014-05-12 08:14  |  발행일 2014-05-12 제16면
생활 속 손놀림 교육, 끼·소질 찾고 창의·사고력 쑥쑥∼
20140512
그래픽 = 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세종대왕 때와 영·정조 시대는 조선시대의 부흥기로 불린다. 두 시기 모두 과학기술을 장려해, 백성이 편리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한 시기이다. 세계 최초로 제작된 장영실의 측우기,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한 정약용의 거중기는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과학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철강, 스마트폰 등 IT강국으로 발전한 것도 이 같은 조상들의 과학기술이 이어져 온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여전히 조선시대처럼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몇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직종은 금융·로펌·공무원 시험 등과 같은 인문학 계열이고,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은 의사만을 선호한다. 한 사회 발전의 근간인 과학기술이 홀대받고 기술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낮다는 것은 부존자원도, 넓은 국토도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 주도적 수업, 꿈 찾기, 직업탐색 등으로 과학 기술에 소질 있는 아이를 찾아내고 장려하는 다양한 체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홀대받았다고 볼 수 있는 기술교육 및 손놀림교육이 창의 인재 교육의 중심에 서서 능동적인 혁신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기술교육을 단순한 기능교육 정도로 인식했다면 요즘은 기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 것이다.

과학기술 홀대받던 사회현상
다행스럽게 최근 변화의 바람

다행스럽게 최근 변화의 바람
다양한 능력·안목 길러주는
생활·인성교육으로 바라봐

◆기술교육은 손놀림교육이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초등학교에서 ‘실과’로 공부한 것이 중학교에서는 ‘기술·가정’, 전문계고와 대학에선 ‘공과’로 점점 세분화되어 직업의 세계로 이어진다.

초등학교에서는 기술교육을 ‘손놀림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톱, 망치 같은 목공구를 다루는 법, 전기인두를 사용해 간단한 전기회로를 꾸미는 학습을 통해 직접 경험함으로써 일을 해결하는 능력과 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손놀림교육은 단순히 손을 놀리는 기능만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사고력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준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 중 손놀림이 빠르고 정확하고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이 뛰어난 기술자가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지닌 자질과 끼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신체 발달이 급격히 이뤄지는 중·고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기술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능 과목을 제외한 과목은 학생들이 하고 싶어도 유예되거나, 포기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물론 일부 학부모들이 체험학습이나 방과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진로를 다양하게 열어주고는 있다. 하지만 체험학습조차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의 적성과 소질은 일단 대학에 들어간 뒤에 생각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기계와 손놀림에 관심을 가지고 소질을 보였던 아이들은 자신의 끼와 소질을 제대로 펴 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기술교육은 생활교육이다

기술교육은 이론을 배워 나중에 써먹는 것이 아니라, 배운 즉시 바로 삶에 적용할 수 있다. 형광등의 전구를 직접 갈아 끼울 수 있고, 자전거 및 자동차 타이어 펑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며, 설명서의 도면을 보고 간단한 기기 결함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기술자를 따로 불러야 한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것은 당연히 전문 기술자를 불러 해결해야겠지만, 소소한 문제는 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다양한 기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기계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인간의 기계사용능력은 그렇게 빨리 늘지 않는다. 우리 삶의 토대가 과학기술과 다양한 기계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기술 전공자들이 우리 사회를 유지 및 성장시키는 토대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계의 달인들은 취업의 폭도 넓어지고, 사회적 대우를 제대로 받고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신망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교육은 인성교육이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간단한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봉사를 할 수 있다. 간단한 기술로도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따스한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다. 또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와 존중을 배우고, 자신감을 키워나가게 된다. 기술교육은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아닌 협동 학습, 즐거운 손놀림교육, 진로와 직업교육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술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교육계는 격변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끼와 소질을 찾아 키워나가는 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선택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하고, 일반계와 특성화고도 무조건적인 입시교육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 걸맞은 다양한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기술 교육도 제자리를 찾고, 그 중요성을 다시 공유할 때가 됐다. 손놀림교육에서 찾은 자신의 소질을 키워 더 깊이 있는 기술교육을 받아 안목을 키워나가는 학생들이 배출될 때, 우리 사회에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세계 과학기술의 판도를 바꾸는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도움말=채경석 시지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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