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천태산(天台山) 충북 금산군, 영동군 경계·714.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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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0   |  발행일 2014-10-10 제39면   |  수정 2014-10-10
밧줄로 오르는 75m 수직암벽코스 ‘찌릿하거나 짜릿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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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m 높이의 암벽구간. 디딤발을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발로 버티고 오로지 팔의 힘으로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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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에 만난 전망바위. 충청의 산들이 첩첩이 포개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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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에 말잔등 같은 바위능선을 지난다.

◇ 길잡이

영국사주차장-(20분)-영국사-(40분)-첫 로프구간-(10분)-75m 로프구간-(30분)-681m봉 남고개 갈림길-(8분)-정상-(5분)-681m봉 남고개 갈림길-(10분)-헬기장-(30분)-남고개-(10분)-영국사-(20분)-영국사주차장


산길을 걷다가 길모퉁이나 벼랑 끝에 피어난 꽃을 만나면 도심에서 흔하게 보는 원예용 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감동이 인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작거나 수수한 색깔의 꽃이더라도 말이다. 시쳇말로 화장발이니 성형미인이니 하는 인공의 아름다움보다 수수한 민낯이나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더 대접 받기도 한다.

천태산이 그렇다. 봄에 진달래나 철쭉이 아름다운 산도 아니고, 가을에는 단풍이나 억새가 유명한 산도 아니다. 그렇게 덩치가 큰 산은 아니지만 수수하게 사계절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산이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

산길로 접어드는 입구 왼쪽에 ‘충북의 설악’이라 적은 표석이 세워져 있다. 들머리에서는 보통의 평범한 산길로 접어드는 계곡에 불과한데 이렇게 거창하게 수식어를 붙여놓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게다.

잠시 포장길이다가 좁은 계곡길인데 10분 정도 걸으니 바위에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을 한 삼신할멈바위를 지나고 곧이어 삼단폭포가 나타난다. 50여m 높이에서 삼단으로 연결된 폭포인데 수량이 적어 웅장하지는 않지만 계곡 전체를 천태동천(天台洞天)이라 부를 만큼 주위를 압도한다. 10분 정도 계곡이다가 안부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면 영국사 일주문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매표소에서 문화재 관람료 천원을 받고 있다. 여러 골짜기가 모여 분지형태를 이루는 자리에 터를 잡은 영국사. 먼저 노거수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은행나무가 서 있다. 둘레에 소원을 적은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 있어 막 물들기 시작한 은행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계단에 올라서서 누각을 통해 영국사 경내로 들어가게 되면, 계단 정면에는 등산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왼쪽으로 C·D코스, 오른쪽으로 A코스를 가리키고 있다. 대부분의 산행은 A코스로 올라 D코스를 택한다. 오른쪽으로 100여m를 가면 소나무 숲 입구에 ‘천태산등산로 A코스, 정상 1천370m’ 이정표가 있다. 1.3㎞. 가볍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뒤 솔밭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바윗길이 나타나면 입이 쩍 벌어지게 된다.

급경사가 시작되는 입구에 ‘위험. 노약자나 어린이는 좌측으로 돌아가십시오’라고 적힌 경고 문구를 보고는 벌어진 입을 앙다물고 살짝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일행 중 한 명이 “우리는 직진해도 되겠다. 노약자는 없잖아” 하며 한바탕 웃고는 조심스레 바윗길을 오른다. 10m 정도 돌아 오르자 첫 로프구간이 수직으로 나있다. 슬랩이라고 부르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바위구간인데 3단으로 묶인 로프를 잡고 약 50m를 올라서면 평평한 솔밭이다.

여기에 ‘정상 800m’로 적은 이정표가 나무에 걸려있다. 숨을 돌리고 잠시 숲길을 오르면 정면으로 75m 높이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가 버티고 서있다.

마침 영동군청에서 등산로 정비를 위해 현장조사를 나왔다는 두 명의 담당자를 만났다. 안전을 위해서는 계단을 만들면 좋겠지만 천태산을 찾는 많은 산꾼은 이런 암릉구간 때문에 찾는다며 적지 않은 고민이라고 했다.

여기에도 경고문이 붙어있는데 노약자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도록 적어두었고 한 사람씩 차례로 오르라고 덧붙여두었다. 로프를 타고 오르는 동안에는 앞에서 끌 수도, 뒤에서 밀어줄 수도 없어 오로지 스스로 올라야하니 우회해서 안전한 길로 돌아갈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한다.

모두 3단으로 나뉘어 설치된 로프는 첫 로프는 10m 정도 수직으로 올라야하는데 디딤 발을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발로 버티고 오로지 팔 힘으로 올라야 한다. 올라서면 소나무 아래에서 서너 명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둘째 로프는 왼쪽으로 사선을 따라 약 30m를 오르는데 굵은 PP로프와 와이어로프를 꼬아 만든 로프여서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은 상처가나기 십상이다. 연이어 셋째 로프를 타고 오르는데 그나마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오르기에 수월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긴 로프구간을 올라서면 골짜기 안에 자리 잡은 아담한 영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이후에도 짤막한 로프구간이 나타나지만 그렇게 힘든 구간은 없다. 20분을 더 오르면 681m 봉우리인데 ‘정상 200m, 남고개 1.6㎞’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는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올랐다가 예까지 되돌아 나와 남고개방향으로 하산하게 된다.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 8분이면 정상에 올라선다. 자연석에 새긴 정상석과 삼각점, 방명록을 보관하는 함이 하나 있을 뿐 사방은 숲에 가려 조망은 어렵다.

681m 봉우리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남고개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두어 군데 여러 명이 모여 쉬어갈 수 있는 평평한 공간이 있는 능선을 따르면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철조망을 두르고 ‘B코스 폐쇄’라 적은 푯말을 지난다. 너덜길인 능선을 따르다보면 ‘C코스 험로’ 이정표를 지난다. 대부분이 이 갈림길을 지나 곧장 능선을 따라 남고개로 향한다. 15분 정도 내려서서 말잔등을 타듯 길게 뻗은 바위구간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가 일품인 전망바위가 있다. 여기서 남서쪽방향 직선거리로 45㎞나 떨어진 진안군의 마이산이 켜켜이 포개진 능선 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맑은 가을하늘 아래 탁 트인 조망을 선물 받은 기분으로 잠시 쉬어갈 수 있어 좋다.

잠시 쉬어가려고 배낭을 내려놓으니 선선한 바람이 금세 체온을 갉아먹는다. 쉬어가기도 잠시. 10분 정도 산허리를 돌아 남고개에 이르고 이후 영국사까지는 오솔길을 걷듯 순탄한 길이 이어진다. 영국사 요사채 앞으로 길이 나있는데 오전에 올랐던 삼단폭포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일주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망탑봉을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가도 된다. 망탑이라 불리는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은 자연석을 깎아 기단을 삼은 고려시대 석탑으로 공민왕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국공주를 위해 이곳에다 별채를 짓고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며 은거하도록 했다고 한다. 망탑봉에서 내려서면 삼단폭포와 달리 나지막한 진주폭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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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천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제223호 영국사 은행나무.
천태산☞

◇…천태산 입구에서 영국사까지는 계곡으로 오르지만 영국사에서 올려다본 천태산은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풍경이 설악산을 닮아 ‘충북의 설악산’으로 불릴 만큼 암릉구간이 많다. 특히 정상을 앞두고 버티고 서 있는 75m 높이의 바윗길을 로프에 의지해 오르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정상까지의 코스는 곳곳에 암벽등반에 버금가는 리지(ridge) 등반 수준이다. 주차장에서 산을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원점회기 코스인데 전체 산행 거리는 약 6㎞로 로프구간에서 정체만 없다면 3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가는길☞

◇…경부고속도로 황간IC를 빠져나와 좌회전으로 4번 국도를 따라 영동군 영동읍까지 간 다음 19번 국도를 따르다 묵정교차로에서 내려 68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양산면 소재지를 지나 501번 지방도로로 약 3㎞를 가면 왼쪽으로 ‘천태산 영국사’ 이정표를 보고 약 1㎞를 가면 영국사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705번지.(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진입길 128)

볼거리☞


◇영국사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고려 문종 때 원각국사가 창건한 절로 당시에는 국청사(國淸寺)라고 했다. 그 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원(伊院) 마니산성(馬尼山城)에 머물 때 이 절에 와서 기도를 드린 뒤 국난을 극복하고 나라가 평온하게 되었다 해서 영국사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대웅전(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61호)과 요사채만 남아 있고, 중요문화재로는 부도(보물 제532호), 3층석탑(보물 제533호),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망탑봉 3층석탑(보물 제535호) 등이 있다. 절 입구에 우람하게 서 있는 천태산의 명품 노거수인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었다. 이 나무는 국가에 재난이 있을 때마다 크게 울었다는 신목으로, 높이 31m에 가슴높이 둘레 11m를 넘으며 수령은 1천300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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