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80년대 영진전문대 유치원 부원장 경력…대학측 “당시엔 자격요건 느슨”

  • 박종문,박진관,이효설,최보규,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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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9 07:17  |  수정 2016-10-29 07:54  |  발행일 2016-10-29 제2면

■ 1988년 3월 취임 기록 확인

국정개입 논란을 낳고 있는 최순실씨가 30대 초반 4년 안팎 대구 영진전문대 부설 유치원에서 부원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씨가 영진전문대 유치원 부원장 재직 시 함께 근무했다는 교사들은 “당시 최순실 부원장은 유치원 수업을 위해 대구에 오면 1박2일 머물렀고, 연구실 없이 별도의 부원장실을 사용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 부원장과 함께 서울 견학을 가면 육영재단이 운영하는 유치원과 초이유치원 등을 둘러봤다”며 “당시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무슨 공항 보안관(A항공 보안승무원으로 있었던 정윤회씨를 지칭한 듯)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영진전문대 부설 유치원 홈페이지에는 ‘최순실 교수가 1988년 3월2일자로 부원장에 취임’한 것으로 나와있다. 당시 유치원 원장은 영진전문대 설립자의 형인 최모 교수가 맡고 있었다. 최순실씨는 길게는 만 4년 정도 이 유치원에 재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영진전문대 관계자는 “당시 원장은 몇해 전 작고했으며, 설립자는 최순실씨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있지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최순실씨인지는 불명확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영진전문대측은 최순실 교수가 근무한 시점이 30년이 다돼가 학교에 관련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황상 맞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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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구시 북구 영진전문대에 박근혜 대통령 방문기념비가 설치돼 있다. 아래쪽은 부설유치원 입구.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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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와 최씨의 연결고리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 있는지 의문
의붓오빠가 교육·금융계 고위직
영향력 행사했을 거란 뒷말 무성


최순실씨가 영진전문대 부설 유치원에 근무한 사실은 여러가지 면에서 미스터리다. 당시 육영재단 유치원 원장이나 부원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대구의 한 전문대 부설 유치원에서 재직한 이유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부원장으로 있으면서 교수 또는 조교수 신분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합당한 자격이 있는지, 또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있는지 등도 의문이다.

당시 교사였던 A씨는 “언론보도에 계속해 최순실이란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설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최 부원장이 대구에 수업을 하러 올 때면 보통 1박2일은 머물렀다. 숙박을 어디서 했는지는 모르겠다. 기차를 이용하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대구공항으로 왔다. 내리면 고급승용차를 타고 온 기억이 난다. 경호원인지 비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늘 대동하고 다닐 정도였다. 수업이 비는 날이었던 것 같은데 유치원 교사들과 함께 단체로 경주에 놀러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C씨는 “최 부원장은 맵시가 있고 비싼 옷을 입었다. 다른 유아교육과 교수들은 연구실이 있었는데 연구실은 없었고 부원장 방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강의를 한두 과목 한 것 같은데 교수들과 어울리거나 한 적이 없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특별한 연고도 없는 최순실씨가 영진전문대 부설 유치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게 된 연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최순실씨가 대구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고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정계에 입문했을 때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 의문을 해소하는 데 추정가능한 인물은 현재로선 최순실씨를 낳은 최태민씨의 다섯번째 부인 임모씨가 최태민씨와 결혼 전,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J씨다. 최순실씨와 J씨는 아버지가 다른 남매 사이다. 최태민씨는 의붓아들인 J씨를 매우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지역 교육계와 금융계의 고위직으로 재직한 인물이다. 최순실씨가 이 유치원에 재직한 것에는 최태민씨와 J씨의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영진전문대 부설 유치원은 1986년 3월9일 4학급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최순실씨가 근무할 당시 신설 유치원으로 대구에선 ‘3류 유치원’으로 인식됐다고 대학측은 밝혔지만, 사실은 입학경쟁률이 치열할 정도로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는 게 당시 교사들의 증언이다. 대학측은 “1981학년도부터 졸업정원제 실시로 각 대학의 학과 및 정원 증설이 잇따르면서 교수 요원이 부족했고, 부설 유치원은 교수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대구와 연고가 없더라도 지원서를 낼 경우 채용이 가능한 시절이었고, 당시는 자격요건도 느슨했다”고 특혜성 채용 의혹 시선에 선을 그었다.

대학측은 2014년 전문대학 가운데 최초로 영진전문대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것이 최순실씨와의 인연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영진전문대가 1994년 맞춤형 주문식교육을 실시한 이래 역대 정부에서 관심을 가졌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방문 당일 변수가 생겨 무산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문·박진관·이효설·최보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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