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등에 업고 靑·與 압박수위 극대화…주도권 잡기 포석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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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9   |  발행일 2016-10-29 제4면   |  수정 2016-10-29
‘특검’ 외치던 민주당, 협상중단 노림수는
與 페이스 말려 적당히 타협땐
전통 지지층 이탈 등 역풍 우려
선결조건 내세우며 초강경 돌변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이른바 ‘최순실 특검’ 구성 관련 협상을 전면 중단하는 ‘강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민주당은 최순실씨 국정개입 사태가 터진 후 새누리당에 앞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특검 도입에 적극적이던 만큼 전략 수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협상 중단 선언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안했다. 추 대표는 협상 중단 결정 배경에 대해 “우선 정부여당이 해야 할 최소한의 선결조건이 있다”며 “대통령의 ‘녹화 사과’를 통해 봤듯 현재 상태에 대한 (여권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며, 최순실 인터뷰를 보면 꼬리자르기를 시도한다는 걸 국민이 알고 있다”고 직접 설명했다. 즉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안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에 협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지금 상태대로 협상에 응하는 것 자체가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아무 일 없이 협상할 수 있느냐는 최고위원들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난 민심 등에 업고 靑·與 압박수위 극대화…주도권 잡기 포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 넷째)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셋째는 추미애 대표. 연합뉴스

정치권은 민주당의 협상 중단이 여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극대화하는 ‘충격요법’으로, 특검 논의를 포함한 현 정국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협상이 쳇바퀴만 계속 돌릴 경우 정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는 평가다. 물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여론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여당의 페이스에 말려 적절히 타협할 경우 전통적 지지층 이탈 등 역풍도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민주당으로서는 강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과의 공조 회복도 관심거리다. 최근 민주당이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자, 국민의당은 특검보다는 엄정한 수사가 우선이라며 반대입장을 낸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특검 협상 반대 드라이브에 동조한 꼴이 됐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 대여 전략을 놓고는 여전히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는 야권내 주도권 경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측은 “특검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민의당은 ‘선(先) 검찰수사-후(後) 특검’의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섣부른 대응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먼저 수사를 하고 다음에 특검이 와야 청와대와 검찰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의 시간끌기에 말려들었다가는 ‘최순실 게이트’도 값싼 정쟁거리가 돼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민주당을 견제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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