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안 슬로시티를 정면교사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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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8   |  발행일 2017-12-28 제29면   |  수정 2017-12-28
[기고] 태안 슬로시티를 정면교사 삼자
서철현 (대구대 교수)

전 국민을 공포에 빠트린 ‘11·15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여 지났다. 경주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발생한 포항 지진은 546억여 원의 재산 피해, 1천440억원의 복구비라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남겼다. 이는 지난해 경주 지진 재산 피해 110억원의 5배, 복구비 145억원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의 국비 지원과 십시일반으로 모인 국민 성금의 도움으로 포항시민들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포항 지진 피해 복구에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각종 기업과 지자체, 개인 단체에서 성금과 생필품 기증, 자원 봉사 신청 등 구호의 손길이 이어진다는 뉴스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지진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포항 경제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지역은 아직까지 경기가 예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다고 한다. 방문객이 평년 대비 80%가량으로 회복된 죽도시장에 비해 보경사, 오어사, 덕실관과 사방공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등 다른 관광지의 방문객수는 여전히 지진 전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경주 지진 당시 수학여행 등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1년 가까이 경주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현재도 평년의 10% 정도는 관광 경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이번 포항 지진은 모든 국민이 피부로 직접 느낄 만큼 충격이 컸다는 점에서 회복 기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기에 더욱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큰 재난이 닥쳐도 모두가 힘을 합하면 충분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한때 기름 유출 사고로 폐허나 다름없던 태안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123만명의 자원봉사자와 국민의 헌신적인 봉사활동과 군민의 피나는 노력으로 최근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바, 이를 정면교사(正面敎師) 삼아보자.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던 태안이 재난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즐겨 찾는 곳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당시 해양 전문가들은 태안이 원상회복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재앙의 땅이 국제적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포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거듭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대규모 세일’과 ‘기획 이벤트’가 열리고 있지만, 포항 시민의 힘만으로 포항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국민에겐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어려울 때 결속하는 국민성이 있다. 국가의 어려움을 모두가 동참하여 슬기롭게 극복한 의지가 지금까지 우리에겐 있어 왔다. 국채보상운동이 그러하였고, 외채상환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이 그랬다. 포항의 지진을 극복하기 위해 추운 겨울이지만 우리의 국민성을 나타낼 시기다.

50만 포항 시민에게만 자구책 마련을 맡기지 말고, 국민이 적극 동참하고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내어 포항을 한 번 찾고, 포항지역 특산품을 구입해주자. 포항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이재민의 어깨를 토닥거릴 수 있는 것은 이웃들의 관심과 정성임을 잊어선 안 된다. 포항 시민도 이번 한파가 뼛속을 엘 만큼 시릴 것이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추위와 더위를 무던하게 버텨온 흥해읍 북송리의 소나무를 생각하며 꼿꼿하게 겨울을 지나보자. 추운 겨울을 지난 봄의 새싹이 더욱 튼튼하듯,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새해에 대한 각오를 씩씩하게 다지며 내일의 포항을 더욱 희망차게 설계해 보자. 서철현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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