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미스트롯, 트로트의 재발견을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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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0   |  발행일 2019-05-10 제22면   |  수정 2019-05-10
젊은층에 익숙했던 오디션
댄스, 발라드, 힙합이 아닌
매주 경쟁구도 트로트 감상
중노년 시청자 확보에 성공
향후 신인등용문 역할 할 듯
[하재근의 시대공감] 미스트롯, 트로트의 재발견을 이끌다

TV조선 ‘미스트롯’이 송가인의 우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계속되는 재방송이 여전히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고, 당분간 스페셜 추가 방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스트롯’ 시즌2나 ‘미스터 트롯’의 기획도 시작돼서 조만간 또 다른 트로트 오디션이 화제를 이어갈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오디션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어서, 젊은 출연자들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댄스, 발라드, 힙합이 오디션에서 다뤄졌던 이유다. 트로트는 흘러간 음악형식 정도로 여겼기 때문에 오디션에 트로트를 연결시킬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미스트롯’ 제작진은 과감하게 트로트를 선택해 고정관념을 깼는데, 여기에 놀라운 반응이 나타났다. 매회 자체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더니 후반엔 5주 연속으로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고, 특히 마지막회엔 18.1%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까지 달성했다. 기존 종편 예능 시청률 기록이 10%대였는데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중노년층 국민이 바로 이런 프로그램을 기다렸다. 그동안 트로트는 방송에서 소외된 장르였다.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 정도만 트로트를 소개할 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문 음악프로그램에서 트로트는 찬밥신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트롯’이 트로트를 집중 조명하자 중노년층의 갈증이 해소됐다.

오디션 특유의 경쟁구조가 젊은층에겐 익숙한 것이었지만 트로트 팬들에겐 신선했다. 트로트 공연은 보통 선후배 간의 대화합, 큰잔치 형태로 이루어져 긴장감이 없었다. 하지만 오디션은 매회 가창력 진검승부를 거쳐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비정한 방식이어서 트로트 팬들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도 시청자를 더 몰입하게 했다.

최근엔 모든 음악이 서구화, 현대화되면서 트로트마저도 댄스음악과 비슷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통 트로트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애’의 정서와 그것을 구현하는 애절한 발성이 사라져간 것이다. 이럴 때 ‘미스트롯’에서 송가인 등이 오랜만에 정통 트로트의 맥을 잇는 모습을 보인 것도 성공 요인이다.

출연자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마치 휴먼다큐 같은 감동 스토리가 형성된 것도 팬덤의 열기를 더 키웠다. 장윤정의 동료이고 실력도 있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김양이 성대결절로 인해 안타깝게 결승 직전에 탈락하는 모습이라든가, 오랜 무명 가수 생활로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하면서 목수술까지 했다는 홍자의 사연 등이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식의 ‘사연팔이’는 오디션의 단골 코드여서 젊은층에선 반발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디션을 처음 접하는 중노년 시청자에겐 신선한 설정이었다.

이런 요인들로 인기를 끌면서 ‘미스트롯’은 트로트의 재발견을 이끌었다. 과거엔 트로트 노래를 감상한다는 관념이 희박했다. 트로트는 그저 흥을 함께 나누고 즐기는 여흥용 음악이지, 집중해서 감상하는 작품이라고는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미스트롯’은 오디션 특유의 서바이벌 경쟁 구도로 한 곡 한 곡에 시청자를 집중시켰고, 이런 경험을 통해 트로트를 감상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며 트로트의 음악성이 재발견됐다.

신인들이 발굴된 것도 큰 성과다. 정통 트로트의 맥을 이을 송가인이라는 대형 신인을 비롯해 많은 신인, 또는 무명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렇게 신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장르의 활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트로트의 저변도 넓어졌다. 프로그램 초반엔 외면했던 젊은층이 후반에 화제성이 커지자 시청자로 유입되면서 트로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시즌을 이어가며 신인 등용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노출 의상 등의 지적은 받았지만, 어쨌든 ‘미스트롯’은 오랫동안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며 국민정서를 담아온 트로트의 저력을 새삼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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