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희의 독립극장]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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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2   |  발행일 2019-05-22 제30면   |  수정 2019-05-22
[서성희의 독립극장]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오오극장 대표

국내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는 연간 1천200편 정도로 추산된다. 그중에서 극장에 개봉해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몇 편 정도가 될까. 고작 90편 정도가 극장 개봉 형태로 관객과 만날 수 있다. 이 90편에 속하지 못한 영화들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극장에서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국내 독립영화전용관 4곳이 공동기획전을 준비했다.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된 우수 독립영화 중에서 배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짝반짝한 미개봉작을 골라 4주간 선보인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독립영화전용관은 사단법인 광주영화영상연대가 2018년 4월 11일 개관한 ‘광주독립영화관 GIFT’, 서울 성북구 지방자치단체가 최초로 설립한 국공립영화관 ‘아리랑 시네센터’, 서울 종로구에 200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그리고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이다.

이들 4개 영화관이 장편영화 18편과 지역의 단편영화 6편을 포함, 총 24편을 공동 프로그래밍한 기획전이 바로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이다. 이 기획전의 특징은 4곳의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영화 24편을 상영한 후 평론가, 영화제 프로그래머, 지역 관련 인사 등 다양한 사회자와 영화를 만든 감독이 함께 관객과 대화(GV)하는 시간을 다채롭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관객과의 대화는 영화를 보고난 후 영화를 만든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과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다. 대구 오오극장에서는 4주간 18회의 GV일정에 11명의 사회자가 참여해 평소 독립영화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4곳의 프로그래머가 뽑은 추천작으로 구성된 독립영화 반짝반짝 기획전에서 오오극장이 추천한 작품은 대구에서 제작한 고현석 감독의 장편영화 ‘물속에서 숨 쉬는 법’, 김은영 감독의 단편영화 ‘고추가 사라졌다’, 김홍완 감독의 ‘그들 각자의 영화판’, 황영 감독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등 총 4편이다.

‘그 지역의 문화 다양성은 그 지역의 품격이다.’ 오오극장이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대구 문화의 다양성을 넘어 한국독립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관이 다루는 영화는 거대 제작사와 배급사가 제작 배급하고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상업영화가 아닌 자영업 생산방식으로 주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와 담론을 다룬 독립영화들이다. 이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오오극장을 꾸준히 찾아오는 대구시민이야말로 반짝반짝전을 개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다시 말해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은 서로의 빛을 잃지 않고 더 다양한 빛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류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색깔과 취향을 지키는 대구의 독립영화 애호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유함을 지키려고 하는 자기애의 의지가 있는 시민들이 있는 한 대구는 더 다양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저력 있는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더 많은 지역 독립영화를 더 많은 지역에서 생겨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오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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