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같이 먹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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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3 07:23  |  수정 2016-05-03 07:23  |  발행일 2016-05-03 제5면
‘밥상 차리는 시인’ 오인태
“저녁 삶은 만들어 가는 것
일 중독에서 벗어나야 가능”
“밥을 같이 먹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찬밥 한 덩어리도/ 뻘건 희망 한 조각씩/ 척척 걸쳐 뜨겁게/ 나눠먹던 때가 있었다

(중략)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중략)

나눌 희망도, 서로/ 힘 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혼자 밥먹는 세상/ 밥맛 없다/ 참, 살맛 없다.

-시집 ‘혼자 먹는 밥’ 중 밥을 같이 먹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밥상 차리는 시인’으로 유명한 오인태 시인이 1998년 집필한 시집 ‘혼자 먹는 밥’의 시 한 구절이다.

이 시집은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의 구성원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다. 오 시인은 식구끼리 밥상을 같이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방증으로 해석한다.

특히 오 시인은 밥상을 통해 가족 공동체가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사’가 팍팍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바꿔줄 수 있는 대안이란 뜻에서다. 실제 오 시인은 2013년부터 1년간 매일 정갈한 저녁밥상을 차려 사진에 담은 뒤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의 ‘저녁밥상’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누리꾼들이 몰려들었고, 누적 조회수만 50여만건에 달했다.

오 시인은 “사람들이 시와 밥상을 통해 위안 받았다면 아마 그것은 일상의 건재함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이라며 “힘겨운 시대에 팍팍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녁시간은 한 그릇의 따뜻한 위안과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녁시간을 전적으로 가족에 할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거나 오늘 처리하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게 아니라면 가족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오인태 시인은 196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1991년 문예지 ‘녹두꽃’ 추천으로 시인이 됐다. 교육 전문직으로 일하며 틈틈이 시와 동시, 문학평론, 시사 글 등 다방면의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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