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해공항, 대구·경북 관문공항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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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30 07:07  |  수정 2016-06-30 09:18  |  발행일 2016-06-30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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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이 나면서 대구·경북은 큰 충격과 절망감에 빠졌다. 투자 대비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내려졌던 김해공항 확장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활한 것이다. 정부는 김해공항에 3.2㎞짜리 활주로 1본을 추가적으로 건설하고 터미널, 관제탑 등의 공항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신공항 건설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지난 정부 때 검토했던 활주로의 방향과 이번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제시한 활주로의 방향이 다소 다르기는 하다. 이번에 제시된 김해공항 확장안은 기존의 남북방향 활주로 2본에 더해 북서 40도 방향으로 3.2㎞짜리 활주로 1본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으로, 활주로의 포장 강도를 충분히 높이면 A380 등과 같은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국토교통부는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항공기의 대형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A380 기종보다 더 큰 항공기의 출현은 이미 예정돼 있다. 인천공항이 3.75㎞짜리 활주로와 4.0㎞짜리 활주로를 건설하여 운영하는 이유도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을 감안한 것이고, 지난 10년 이상 영남권의 5개 광역자치단체들이 힘을 모아 3.8㎞ 이상 활주로의 건설이 필요함을 강조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에 제시된 김해공항 확장안에 따르면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연간 3천800만명의 항공여객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2014년 국토교통부가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맡겼던 영남권 항공수요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김해공항 확장이 2026년 완료되더라도 불과 10년 후가 되면 다시 포화를 우려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대책에 따라 영남권의 다른 도시로부터 김해공항까지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항철도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동대구역에서 김해공항까지 1시간15분 이상 통행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이용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동대구역~김해공항 간 공항철도의 운행시격(headway)이 통행수요의 부족으로 인해 매우 길 경우 체감 통행시간은 1시간30분을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 도쿄의 관문공항이 기존 하네다 공항에서 더 먼 나리타 공항으로 이전하면서 공항 이용자들이 겪은 불편과 어려움으로 인해 하네다 공항이 자연스레 다시 활성화된 사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대구·경북은 하늘길을 어떻게 열어갈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부산은 물론이고 울산과 경남마저 정부의 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대구·경북의 선택은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K2 이전으로 인해 민간공항마저 폐쇄되면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제주도에 가기 위해 1시간30분 이상 달려가서 김해공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야말로 K2 이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군사공항은 이전하더라도 민간공항은 살리고 공항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 대구·경북의 관문공항으로 육성시키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 아니면 대구·경북 시·도민들을 위한 새로운 관문공항 건설을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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