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남북단일팀 제안 文대통령, 낮은 단계부터 '매듭 풀기'

  • 입력 2017-06-24 00:00  |  수정 2017-06-24
경색된 국방·안보 앞서 비정치적 이슈부터 '물꼬'
'단일팀 제안' 축사에 北 장웅 IOC 위원도 박수 화답
10·4선언 10주년 앞두고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 효과
장 위원과 별도 회동·北정권 언급 안 해…한미정상회담 고려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평창동계올림픽을 일곱 달 남짓 앞두고 사실상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해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계속 밝혀왔다.


 단일팀 구성 제안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구상으로, 이는 문 대통령이 앞선 두 번의 보수 정권 때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스포츠는 국방이나 안보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북 간의 대화가 원활히 이뤄질 여지가 있는 이슈다.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파견할 의향을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포츠 분야에서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 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국제 스포츠행사를 북한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로 선택한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전 세계에서 이목이 쏠리는 정도로만 따지면 지난달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이번 대회에 결코 뒤진다고 할 수 없지만 문 대통령은 당시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함께한 장웅 IOC 위원 등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며 대화 의지를 보였다.


 내빈석에 도착해 장웅 위원과 눈을 맞추고 밝게 웃는 얼굴로 악수한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제일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길을 오셨을 것 같다"며 "장웅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북한 태권도 시범단에게도 진심 어린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박수로 화답한 장 위원은 "(남북 단일팀 구성에) 장웅 위원님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축사 대목에서도 다시 한번 두 손을 마주쳤다.


 문 대통령이 이렇듯 남북 스포츠 교류에서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은 하반기에 남북 관계에 있어 굵직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계획을 담았고, 10·4 남북정상선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만큼 남북 관계에 있어 그에 걸맞은 중요한 계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하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는 모습을 비치지 않으려고 했다는 해석도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등 잇단 도발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주는 것은 한편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장웅 위원과 별도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나 축사에서 북한 정권을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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